하루에 여러 명에게 당해.. 알고도 당하는 전화금융사기

이지연 2021. 10. 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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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40대 남성 A씨는 최근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여러 대출로 이자 부담이 컸던 A씨가 문자로 내용을 되묻자, 잠시 후 전화가 걸려왔다.

D씨에게 직접 2000여만원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구 중부경찰서 김도원 형사는 "피해자들은 한 번 (돈을)주고나면 대출 실행을 위해서라도 이들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여러 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계속 만드는 거다. 하루에 2~3명에게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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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금리 부담 큰 서민들 노려
대출 실행위해 궁지로 몰아
대구 중부경찰, 한 해 11명 검거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오전에 만난 분과는 다른 사람이던데요?"

대구에 사는 40대 남성 A씨는 최근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안내 문자였다. 여러 대출로 이자 부담이 컸던 A씨가 문자로 내용을 되묻자, 잠시 후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후 깔끔한 정장을 입은 50대 초반의 남성 B씨가 나타났고, 그에게 현금 1000여만원을 건넸다. 다른 은행 대출이 있으면 금리 인하가 제한된다는 말에, 2000여만원을 한 번 더 전달했다.

B씨는 곧바로 잠복해 있던 경찰에 사기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지난 5월 대구의 60대 남성 C씨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전환하기 위해 자신의 집 앞에서 D씨를 만났다.

D씨에게 직접 2000여만원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신용회사 직원이라는 E씨가 '아무래도 D씨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 은행계좌에 있는 돈이 위험하니 모두 찾아두라'는 것이었다.

놀란 C씨는 곧바로 기존 대출기관에 전화를 했고 '대출이 상환되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E씨의 말을 믿고 C씨는 1000여만원을 더 찾아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경찰에 한 번 확인해 보라는 아내의 말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신고를 했다.

경찰은 C씨를 어렵게 설득해 작전을 짰고, E씨를 긴급 체포했다. 조사결과 E씨는 10여건 이상의 여죄가 확인됐다. D와 E는 동일한 지시자로부터 각자 전달받아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 한 명이 2명에게, 또는 여러 명에게 수 천 만원을 빼앗긴 사례가 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수사기관 사칭'에서 '대면 편취'로 대담해지는 것이다. 교묘한 수법으로 여러 번 걸려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금 수거를 맡은 일명 '중간책'들은 지시자로부터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피해자의 인상착의를 전달받는다. 곧바로 '확인'을 답하지 않으면 대화방을 폭파해 흔적을 남기지 않을 만큼 치밀하게 움직인다. 아이디 역시 이모티콘으로, 지시자는 철저히 자신을 가린다.

중간책 여러 명을 이용해 거의 전 재산을 한 번에 뺏는다.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을 교묘한 수법으로 몰아붙인다.

저금리 대출 전환 문자를 보고 상담 문자를 보내면 모바일신청서를 작성하게 한다. 신청서에는 이미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연 5000만원까지는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준다. 어려운 심사를 통과했다는 안도감을 준 뒤 곧바로 '몰아붙이기'로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린다.

이미 판단력을 잃어 경찰 신고 시 피해발생 시간과 장소를 엉뚱하게 말하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다.

대구 중부경찰서 김도원 형사는 "피해자들은 한 번 (돈을)주고나면 대출 실행을 위해서라도 이들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여러 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계속 만드는 거다. 하루에 2~3명에게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24일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화금융사기범 11명을 검거했다. 김 형사는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21일 '경찰의 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도 받았다. 외근 형사가 장관 표창을 받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담당 부서도 지난해 수사과에서 형사과로 일부 이관됐다. 경찰이 전화금융사기범 검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시진곤 중부경찰서장은 "전화금융사기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으로 일을 그르쳤다는 죄책감에 더욱 고통 받는다. 누구든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 모두의 관심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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