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시작해 최연소 점장·OC까지..고졸·여성, 이곳에선 약점 아니다"

황덕현 기자 2021. 10. 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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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미숙 한국맥도날드 오퍼레이션 컨설턴트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통해 성장, 상위 1% 레이 크록 어워드도 수상"
윤미숙 한국맥도날드 오퍼레이션 컨설턴트가 뉴스1과 인터뷰 한 뒤 커피 메뉴인 맥카페를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IMF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조금이나 보탬이 되려고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제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지난 22일 만난 윤미숙 한국맥도날드 오퍼레이션 컨설턴트(38)의 말이다. 그는 1999년 고양의 맥도날드 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21년만에 오퍼레이션 컨설턴트(OC)가 됐다. 강남구와 종로구, 성동구 등의 10여곳 매장의 관리 상태와 향후 나아갈 바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일종의 지부장이다.

고졸과 여성이라는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교복입고 시급 1000원대 시작, 최연소 점장·올림픽 매장 리더로…"성장 돕는 회사서 노력"

윤 컨설턴트는 한국맥도날드에서 '고졸 신화' 입지전적의 길을 걸어왔다. "교복을 맥도날드 유니폼으로 갈아 입으면서 '인생 첫 도전에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 뿐이었는데, 맥도날드의 교육 시스템이 현장에 얼른 적응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저임금 1525원(1999년 기준)이던 당시, 시급제 아르바이트(시급제)로 첫 발을 뗀 그는 3년만에 정규직 매니저가 됐고, 5년 뒤엔 당시 국내 최연소 점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그는 경기 포천과 고양, 서울 서대문구 근무에 이어 2018년에는 '세계인의 축제' 평창올림픽 선수촌점 등에서 점장으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학을 가지 않은 대신, 회사에서 제공하는 직급별 교육과 함께 사외 마케팅, 동기부여 교육 등을 받으면서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리더가 되는 목표를 세웠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체 게바라)는 격언처럼 현재 업무에 충실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계속한 것이다.

윤 컨설턴트는 "당시 한국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단순 업무만 반복하면서 사람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의 중소기업 사장급'이 될 수 있는 유통, 서비스, 리테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직급별 필수교육과 선택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 컨설턴트는 그중 RLP(레스토랑 리더십 훈련) 교육과 BLP(비즈니스 리더십 교육), 매장 관리자 교육 등이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매장 관리자 교육은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전국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매니저(정규직 직원)로 근무할 당시 아르바이트와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크루 트레이너로 주관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것에도 굉장한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크루 트레이너는 일반적인 직장에서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 인계인수가 아닌 한 직원이 '맥도날드인'이 되는 전반을 멘토·멘티로 교육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윤 컨설턴트는 "맥도날드가 (주니어 시절이던) 나를 리더로서 대우해 주는 것에 감사했고, 일원이라는 데 자랑스러웠다"고도 강조했다.

2015년 신촌 점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시그니처 버거'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국내에 소개하면서 '레이 크록 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는 패스트푸드는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을 '수제버거' 수준까지 끌어올려 맥도날드에 대한 이미지 또한 한층 격상시켰다는 대내외 평가를 받는다. 이 상은 전세계 상위 1% 맥도날드 점장에게 2년 주기로 수여되는 영예다. 윤 컨설턴트는 "글로벌 3만6000여개 매장(2015년 기준) 중 최우수로 선정돼 약 15년의 근무 기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추억했다.

지난 2019년 그는 본사로 자리를 옮겨 수도권 지역의 오퍼레이션 컨설턴트(OC)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서울·수도권에는 10~15명 가량이 OC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는 "대부분 OC가 현장직 출신이다. 또 본사 인원 200여명 중 중 절반 가량인 100여명이 현장직 출신으로 능력에 따라 리더로 성장하는 길이 열려있는 게 맥도날드 업무체계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윤미숙 한국맥도날드 오퍼레이션 컨설턴트가 뉴스1과 인터뷰 한 뒤 맥도날드 신메뉴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맥도날드 메뉴'를 묻는 질문에 "맥도날드의 기본이 되는 '빅맥'"이라고 답했다. © 뉴스1© 뉴스1

◇'채용 겨울' 속 맥도날드는 대규모 채용 중…"'알바 신화' 대표 보면서 현장직 '길잡이 별' 될 것" "호주 작은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한국사업 수장까지 오른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 보면서 자극을 받습니다. 전세계 맥도날드 최우수 직원에게 주는 '프레지던트 어워드' 언젠가 받을 수 있겠죠?"

그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꿈이다. 윤 컨설턴트는 현재 진행 중인 한국 맥도날드 채용에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시키는 것만 하기보다는 주도적인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맥도날드는 상징적이던 신촌점에 이어 홍대점을 폐점하는 대신 주요매장을 DT(드라이브 스루)로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 맥도날드 채용도 변화시기에 발맞춘 새로운 인재를 구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 여성 등 누구에게나 공평한 일자리"라는 게 맥도날드 설명이다.

윤 컨설턴트는 환경 친화적 플래그십(대표) 매장인 고양삼송DT점과 차량 2대가 동시에 DT 주문할 수 있는 경기광주DT점 등을 예로 들며 "맥도날드는 새로운 환경에서 개인 역량 개발과 성장 기회를 가질 인재를 계속 원하고 있다. 그게 전세계 맥도날드가 창립 반세기가 넘는 기간 계속 성장해온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장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줄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훌륭한 온라인 교육이 늘고 있다. 또 현장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통로도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본사 관리직까지 오른 과정을 자서전으로 펴 낼 생각이다. '현장직 신화'를 쓴 자신의 걸음이 다양한 상황에 처한 후배들의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가 이런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은 지난해 한국에 취임한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의 영향이 컸다. 그와 마찬가지로 매장 출신인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직접 전국 이곳저곳의 매장을 찾아 매장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윤 컨설턴트는 "사장 지위에 올라서도 안주하지 않는 대표의 역동성을 보면서 나 역시 후배들에게 롤모델(본보기)로 커리어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성장하고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돼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회의 인재로 만나길 기대한다"

그는 모든 취업준비생과 현장직원들에게 전하는 응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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