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혼쭐내주자"..주가 40배 끌어올린 그 남자, 게임스탑 회장됐다[그 who]

송지유 기자 2021. 10. 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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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임스탑 회장 등극한 '개미들의 아빠' 라이언 코헨

[편집자주]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던 화제의 인물, 그 후를 조명합니다.

행동주의 투자자 라이언 코헨이 지난 6월 게임스탑 회장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포브스 인터뷰 당시./ 사진=라이언 코헨 트위터 캡처

올 초 미국 주식 시장을 뒤흔든 최고의 화제 종목은 뭐니뭐니해도 '게임스탑(GME)'이다. 한물간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 주식을 놓고 미국의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월스트리트베츠'와 대규모 공매도 세력들이 매일 전쟁을 벌이면서 게임스탑 주가는 제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루에 130% 올랐다가 60% 떨어지는 황당한 상황이 반복됐다.

4달러대 주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임스탑에 개미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레딧(Reddit)'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행동주의 투자자로 알려진 라이언 코헨(36)이 게임스탑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 주문이 급증했다.

게임스탑 주가는 단숨에 10달러를 넘어서더니 올 1월 27일 347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 때 48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주가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싸움이 이어졌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게임스탑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증시 역사상 '미친 한 달'로 기록된 게임스탑 랠리를 이끈 장본인은 코헨이다. 지난해 7월부터 게임스탑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한 코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매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자"며 개미들의 투자를 적극 독려하는 한편 본사에 '온라인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띄워 압박했다. 게임스탑 경영진은 올 초 코헨을 이사회 멤버로 초대했다. 코헨은 이사회에 합류한 지 6개월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분 13%로 회사 경영을 장악한 것이다.

/사진=로이터
15세에 확인된 사업 본능…반려동물사업 매각으로 자산 확보
라이언 코헨은 사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대학 중퇴 후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 라이언 코헨 트위터 캡처
라이언 코헨은 1985년생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현재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고 있다. 유리용품 수입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15세 되던 해 코헨은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만들어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제휴마케팅에 눈을 떴다. 어린 나이에도 수완이 좋아 한 달에 수천 달러를 벌어 들였다.

플로리다주의 한 대학을 중퇴한 코헨은 26세였던 지난 2011년 자바 채팅룸에서 만난 마이클 데이와 손잡고 사업을 모색한다. 데이 역시 조지아대학을 중퇴하고 코헨과의 사업에 적극 나섰다. 이들은 보석을 다루는 온라인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가 한계를 느끼고 몇 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츄이(Chewy)'를 만들었다.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등을 앞세운 반려동물 용품 사업은 순항했다. 고객들의 재구매가 잇따랐다. 코헨의 하루 수면시간은 3시간. 나머지 시간은 모두 사업에 매달렸다. 매일 새벽까지 츄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객들의 반응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라이언 코헨은 26세였던 지난 2011년 반려동물 용품 사업인 '츄이'를 창업했다. 이 회사를 키워 2018년 33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 츄이 홈페이지 캡처

2011년 200만달러(약 24억원)였던 매출액은 2018년까지 35억달러(4조원)로 성장했다. 2017년 츄이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던 코헨은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2018년 33억500만달러(3조90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한다. 심장마비로 쓰려진 아버지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2019년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코헨은 벤처캐피탈 'RC벤처스'를 설립했다. 투자처를 찾던 그의 눈에 들어온 회사가 바로 게임스탑이다. '아마존처럼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면 분명히 승산이 있을텐데….'

게임스탑 주가 '4달러→483달러→169달러'…혼쭐난 공매도의 항복 선언
라이언 코헨이 SNS에 올리는 메시지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코헨이 게임스탑 주가 급등을 예고한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했다./라이언 코헨 트위터 캡처
코헨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해 7~8월 당시 게임스탑 주가는 1주당 4~5달러 수준이었다. 그가 게임스탑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는 빠른 속도로 뛰었다. 2020년 9월 게임스탑 주가는 10달러를 돌파하더니 12월 20달러를 넘었다. 4개월만에 5배가 급등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SNS 등에서 화제가 된 종목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이른바 '밈(meme)주식'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올 들어 주가 널뛰기는 더 극심해졌다. 하루에 50~100%씩 뛰었다가 다시 40~50%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월 한 때는 주가가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4달러짜리 주식이 몇 달새 100배 이상 뛴 것이다. 고점에 매도했다면 수익률은 1만%를 웃돈다.

코헨도 투자한 지 몇 개월이 안됐지만 밈 주식으로 큰 돈을 불린 '레딧 부자'로 거론됐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코헨이 게임스탑에 7600만달러(890억원)를 투자했는데 1월말 현재 지분 가치가 13억달러(1조5300억원)까지 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가 게임스탑 매수를 강제로 막으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일부 개미들의 저항운동으로 다시 재상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스탑 매수자들을 '포커게임의 얼간이들'이라고 놀렸던 공매도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고 항복을 선언했다.

월가의 유명 공매도 투자자인 시트론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 대표는 지난 1월말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탑 숏 포지션으로 100% 손실이 나는 바람에 화난 투자자들이 나의 자녀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다시는 공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겠다"고 백기 투항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이 미국 최대 영화상영관 AMC 등 다른 밈주식을 찾아 떠나면서 게임스탑 급등 사태는 일단락됐다. 10월22일 현재 게임스탑 주가는 169.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160~180달러를 오갔다. 4달러에 매수해서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률이 4000%를 넘어서는 것이다.

'파파 코헨'이 이끄는 게임스탑, '제2 넷플릭스' 될까
코헨은 올 1월 츄이 운영 시절 동료 2명과 함께 게임스탑 이사회를 장악한 직후 무능력한 최고경영자(CEO) 등 기존 경영진을 몰아냈다. 온라인에서 "파파 코헨"으로 불리며 개미들의 아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파워는 생각보다 컸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20만명이 넘는다. 코헨은 이사회 추대를 통해 지난 6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플로리다 해변가 아파트에 앉아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게임스탑 본사를 한 손에 쥔 것이다.

월스트리저널은 '월스트리트베츠의 군주가 회사를 먹었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마이클 페이더 애널리스트는 "코헨 회장의 게임스톱 인수는 그동안 목격한 것들 중 가장 대담한 작업"이라며 "13% 주주가 어떻게 기업을 장악할 수 있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코헨의 갈 길은 멀다.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게임스탑을 변화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코헨은 오프라인 매장은 줄이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빠른 서비스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멧 퍼롱과 마이크 레리코 전 아마존 CEO들을 영입해 각각 게임스탑 CEO,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앉혔다. 이밖에도 부문별 책임자를 뜻하는 'C레벨'을 아마존 출신 전문가들로 전격 교체했다.

그 결과 게임스탑의 올 2분기 매출이 26% 증가했고 손실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아직 냉담하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100달러에 못 미치고 주가는 200달러 아래를 횡보하고 있다.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넷플릭스가 전 세계 최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로 변신에 성공했듯 게임스탑의 진화도 가능할까.

라이언 코헨 CNBC 인터뷰 당시 모습 / 라이언 코헨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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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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