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드먼'이 대중적일 수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윤지혜의 슬로우톡]

윤지혜 칼럼 2021. 10. 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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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크루 ‘프라우드먼’이 탈락했다. 마지막까지 프라우드먼다웠던 그녀들의 소감은 리더 ‘모니카’의 것으로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집이 아닌, 있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며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덕을 돌려주면서 살아갈 테니 위로는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계속 같이 춤 출 것을 당부하며 작별을 고했다.

댄서들이 대선배님,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들을 보유한 프라우드먼은 개개인의 역량이 좋은 크루로, 첫 등장부타 강렬했다. 모니카가 ‘약자 지목 배틀’에서 ‘컴백홈’에 맞추어 보여준 장르를 넘나들며 만들어낸 무대나 ‘립제이’가 선보인 ‘왁킹’은 춤을 잘 모르는 데다 딱히 큰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현혹시킬 정도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모니카를 주축으로 한 프라우드먼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게 ‘메가 크루’ 미션부터다. ‘K-POP 4대 천왕’에서도 확연히 다른 구성과 춤의 흐름을 보여주었지만 대중적인 면이 좀 더 가미된, 즉, 보는 이들이 직관적으로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되는 그런 모양새였다면 ‘메가 크루’ 때는 이미 곡 선정에서부터 달랐다.

사회 비판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다이나믹 듀오’의 ‘Desperado(무법자)’로, 단순히 음에 맞춘 멋진 춤만을 보여준 게 아니라 프라우드먼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곡의 가사와 버무려 무대에 고스란히 묻어나게 만들었다. 이것을 제대로 구현해줄 탄탄한 춤 실력까지 갖추었으니, 프라우드먼의 ‘메가 크루’ 미션은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했다.

보는 이들마다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제시의 신곡 안무를 창작하는 미션과 남자 댄서와 함께 꾸미는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그들 특유의 색은 좀 더 짙어져서, 다른 크루들로부터 프라우드먼이라서 가능한 무대란 이야기를 듣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즉, 대중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그냥 자신들이 하고 싶은 춤을 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러했다. 모니카가 제시의 신곡 안무 창작 미션에서 복면을 쓰고 나온 모습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단 한 명의 남자 댄서만을 섭외하여 무대를 꾸린 것에서, 댄서들이 겨뤄야 할 판에 연예인을 섭외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쓴소리를 날리는 장면에서, 프라우드먼은 탈락할까 두려운 건 두려운 거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한다거나 타협하는 일은 더더욱 하지 못할 크루임을 알 수 있었으니까.

“프라우드먼은 대중적이고 싶지만 대중적일 수가 없는 크루구나”
파이트 저지로 참여하고 있는 보아는 프라우드먼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갖고 있는 것, 표현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서 대중적이고 싶지만 대중적일 수가 없는 크루라고 평했다. 그들만의 스타일, 지향하는 바가 너무 선명하고 강렬하다 보니 대중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어내기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이겠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바는, 오늘의 대중이 익숙하고 편하게 여기는 무엇도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대중적이고 싶지만 대중적일 수 없는 소수가 만들어냈으며 그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늘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문화의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프라우드먼은,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만, ‘스우파’ 내에서 그러한 역할을 한 것이다.

덕분에 ‘스우파’를 시청하는 대중은 춤이란 게 이토록 다양한 모양새를 지녔으며 이토록 철학적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각 크루들이 만들어내는 무대에 매혹될 수 있는 보는 눈 또한 얻었으니, 프라우드먼이 대중적이고 싶지만 대중적일 수 없는 크루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들이라고 탈락하고 싶었을까. 보여주고 싶은 게 무궁무진하게 있을 텐데. 그럼에도 아무도 하지 않을 것, 쉽게 시도해보지 못할 것을 두드렸고 그들이 지향하는 바에 합당한 결과물을 만들어냄으로써 대중에게 댄서들의 무대를 좀 더 폭 넓게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제공했다. 그럴 만한 경력과 실력일 지닌 수장 모니카가 이끄는 ‘프라우드먼’이어서 가능한 성과로, 탈락도 감히 지울 수 없는, 프라우드먼이 ‘스우파’를 통해 찍은 방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모니카 개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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