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유행에..캐스퍼도 포르쉐 제네시스도 촌티 '초록 추리닝' 입었다[세상만車]

최기성 입력 2021. 10. 24. 07:00 수정 2021. 10. 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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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등, 공정, 부패, 돈 상징
자동차컬러에서 천대받는 '루저'
올해를 빛낼 車색상은 녹색계열
포르쉐 벤틀리 제네시스도 녹색
캐스퍼 구매자 38% '카키' 선택
루저 녹색의 반란 [사진출처=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제네시스, 포르쉐]
[세상만車]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력 색상은 녹색이다. 한 방에 인생 역전을 노리는 루저(낙오자) 출신 참가자들은 '녹색 운동복'을 입는다.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녹색은 나무와 숲 등 자연을 대표하는 색상이다. 평등, 공정, 평화, 생명을 뜻한다. 부정적 의미도 있다.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녹조 현상과 곰팡이 때문에 부패, 질투(green eye)를 의미한다. 달러 색상이어서 돈을 상징하기도 한다.

평등, 공정, 부패, 질투, 생명, 돈은 모두 오징어게임의 주제다. 녹색 운동복은 촌스럽지만 오징어게임의 주요 흐름을 결정한다.

참가자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장기매매까지 일삼는 진행요원들이 어울리지 않게 입은 귀여운 핑크 점프 슈트와도 대비된다. 녹색 계열은 빨간색 계열과 보색 관계여서 관객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B급 감성'도 자극한다.

오징어게임 스틸컷 [사진출처=넷플릭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에 빠져 좋은 것은 무엇이든 자신들이 원조라고 억지를 부리는 중국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오징어게임 열풍이 불던 지난 6일에는 관영매체까지 동원해 생떼를 부렸다.

환구시보는 2019년 개봉한 중국 영화 '선생님, 좋아요'에서 배우 우징이 녹색 운동복을 먼저 입고 나왔다고 보도했다. 오징어게임도 중국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훼방은 놓을 수 있다.

'루저' 녹색, 2021년을 빛낸 자동차 컬러
엑솔타는 올해의 컬러로 녹색 계열인 일렉트로 라이트를 선정했다. [사진출처=엑슬타, 람보르기니, 벤틀리]
오징어게임 속 세상처럼 자동차 세상에서도 녹색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페인트 기업인 엑솔타(AXALTA)는 1953년부터 매년 1월 올해 유행할 자동차 색상과 이전 해 인기를 끈 색상을 발표한다. 자동차 브랜드는 컬러 마케팅을 펼칠 때 이 자료를 참고한다.

엑솔타는 올해 1월 2021년 컬러로 '일렉트로 라이트'를 선정했다. 녹색과 노란색을 조색해 연두색에 가깝다.

엑솔타가 녹색 계열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했을 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처럼 자동차 세상에서 녹색은 '루저'이기 때문이다.

흰색, 검은색, 회색 등 무채색이 주도하는 자동차 외관 컬러 분야에서 유채색 선호도는 낮다. 유채색 중에서도 녹색 선호도는 '최악' 수준이다.

매경닷컴이 올초 엑솔타에서 입수한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에도 녹색은 인기 없는 대표적인 색상으로 조사됐다.

2020 글로벌 인기색상 [자료출처=엑솔타]
엑솔타는 차량 색상을 8가지로 구분했다. 글로벌 인기 색상 1위는 흰색으로 점유율은 38%에 달했다. 검은색(19%), 회색(15%), 은색(9%)이 그 뒤를 이었다.

유채색 중에서는 파란색(7%)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그다음으로 빨간색(5%), 갈색·베이지색(3%), 노란색(2%) 순이었다. 녹색은 점유율이 1%로 기타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였다.

다만, 유럽에서는 노란색을 제치고 꼴찌를 면했다. 영국 자동차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좀 더 선호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저먼 실버, 프렌치 블루, 이탈리안 레드, 브리티시 그린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재규어나 미니(MINI) 등 영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색상은 녹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도 흰색(25%), 회색(25%), 검은색(21%) 등 무채색이 강세를 보였다. 유채색 중에서는 파란색(10%)이 은색(9%)을 제쳤다. 빨간색(5%), 갈색(2%)은 그 뒤를 이었다. 녹색이나 꼴찌인 노란색이나 점유율은 1%로 같았다. '도긴개긴'이다.

엑솔타는 녹색 계열 선정 이유에 대해 친환경차 등장과 함께 유채색 리더로 자리 잡은 '파란색'보다 더 환경 중심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색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렉트로 라이트는 지속 가능성, 행복, 안전도 뜻한다고 덧붙였다.

녹색, SUV 전기차 발판삼아 '컬러혁명'
포르쉐 타이칸 투리스모 [사진출처=포르쉐]
엑솔타가 녹색계열에 주목한 것처럼 녹색을 신차 주요 색상으로 채택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1~2년 사이 많아지고 있다. 올 들어서는 더 늘었다.

녹색은 보기 드문 만큼 희소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명차 브랜드 벤틀리는 연두색 벤테이가,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녹색 아벤타도르를 내놨다. 포르쉐도 국내에 판매하는 고성능 전기차인 타이칸에 '맘바 그린 메탈릭'을 적용했다.

국산차 브랜드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녹색 열풍이 불고 있다.

제네시스가 선두에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월 GV80을 내놓으면서 녹색을 적용했다.

현재 판매되는 GV80에는 '브런즈윅 그린'과 '카디프 그린'이 있다. 유채색인 녹색 계열이지만 채도를 낮춰 무채색 느낌을 많이 줬다. GV70도 카디프 그린을 외장 컬러에 포함시켰다.

지난달 출시된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인 GV60에는 과감해진 녹색 계열을 적용했다. 일렉트로 라이트처럼 녹색과 노란색을 조색한 '상파울로 라임'을 내놨다.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며 익어가는 라임을 연상시킨다.

제네시스 GV80 [사진출처=제네시스]
빨간색과 파란색을 선호한 현대차도 녹색에 눈을 떴다. 코나에는 정글 그린펄, 베뉴에는 엑조틱 그린 메탈릭을 적용했다.

지난달 출시된 국내 최초 경형 SUV인 캐스퍼는 아예 녹색을 메인 컬러로 결정했다. 녹색 캐스퍼는 노란색 기아 모닝, 분홍색 쉐보레 스파크보다 인기를 끌었다.

캐스퍼 구매자 중 36%가 톰보이 카키를 선택했다. 색상 점유율 1위다. 자동차 세상을 주도한 흰색인 아틀라스 화이트는 20%, 언블리지드 아이보리는 18%에 불과했다.

기아도 전기차인 EV6에 딥 포레스트 그린을 채택했다. 지난 9월 선보인 2022년형 스팅어에는 영국 애스코트 경마장에 착안한 애스코트 그린을 신규 외관 색상으로 추가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사진출처=람보르기니]
녹색 선택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동차 세상에서 루저다. 첫 번째 게임에서 생존했을 뿐이다. 그러나 목숨만 부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생존과 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징어게임 승리자이지만 게임 시스템에 분노하고 반격을 암시한 이정재(기훈)처럼 컬러 혁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병헌(프런트맨)처럼 "모든 컬러는 평등하다"고도 외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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