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로 아내 죽인 남편 "나 좀 말리지 그랬냐" 뻔뻔한 반응(실화탐사대)

이민지 2021. 10. 2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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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집착 끝에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10월 23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일본도 살인사건을 다뤘다.

비극은 지난 9월 3일, 희선씨가 17년간 살았던 집에서 발생했다. 남편과 별거중이던 희선씨는 아버지와 함께 아이들 옷을 챙기러 집을 찾았다. 남편은 비밀번호가 바뀌지 않았다고 했으나 현관문은 비밀번호가 바뀐 채 굳게 닫혀있었다.

희선씨가 전화를 걸어 바뀐 비밀번호를 물었더니 남편은 직접 와서 문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1시간 가까이 집 근처에서 기다린 희선씨 부녀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오후 1시48분 남편 장씨가 도착했고 세 사람은 함께 집안에 들어갔다. 희선씨 아버지는 예감이 이상해서 문을 열어놨다고.

집에 들어가 얼마 안돼 갑자기 언성을 높인 남편. 희선씨 아버지는 "이혼 소송 취하를 해달라고 두 번 그러고 목걸이를 왜 가져갔냐고 하더라. 세마디 하더니 죽여버린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방에 들어간 남편이 꺼내온 것은 일본도였다.

희선씨 아버지는 "그걸 쫙 베는데 휙 소리가 나더라. '장서방 왜 그러냐' 했다. 딸이 피하면서 부엌으로 가서 더이상 피할 수 있으니까 기대고 있는 딸을 여러번 순식간에 찔러버렸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막을 새도 없이 칼에 찔린 것. 이후 아버지는 딸을 안아들고 밖으로 도망쳤다. 오후 2시께 칼에 찔린 딸을 안아올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빌라 앞 CCTV에 포착됐다. 아버지는 "밖에 나와서 숨이 넘어가면서도 '아빠 우리 딸들 어떡해'라고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희선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은 두 딸을 걱정했다.

신고를 받은 구급차가 급히 출동했지만 희선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과다출혈로 사망한 희선씨 몸 곳곳에는 찔린 상처가 가득했다. 옷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찢겨있었다. 아버지는 눈 앞에서 딸을 잃었다.

그날의 끔찍한 상황은 골목에 설치된 방범용 CCTV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당시 밖으로 나온 아버지와 딸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던 최초 신고자는 "(가해자 체포됐을 때) 그 사람 봤는데 놀랐다. 수갑을 차고 있는 손에 피 묻은 휴지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손에도 막 피가 군데군데 묻어있고. 그러니까 앉아서 피 닦다가 내려왔구나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그 사람을 본 걸 못 잊겠더라. 너무 차분한 표정이 기억에 남아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때 좀 무서웠다"라고 밝혔다.

가해자 장씨는 사건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에 연행됐다. 장씨는 사건 당일 희선씨 남동생에게 전화해 "나 아무 기억도 안나고 뭔지 모르겠다. 그 XX 칼이 보여가지고. 장롱 속에서 옷 꺼내는데 막..."이라고 말했다. 사건 다음날 장인에게도 전화 한 장씨는 "아버님이 나를 좀 뜯어말라지 그러셨냐"라고 말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유족들은 평소에도 남편이 일본도로 아내를 위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한 희선씨는 회사에서 9살 연상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겉보기엔 평범한 부부였던 그들. 그런데 희선씨 남동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남동생과의 전화통화에서 희선씨는 "누나 얘기하는 거만 들어. 여기 녹음기 있을 수 있다. 어제도 몇시부터 몇시까지 어디 나갔었냐. 그런 스타일이다. 톡을 다 본거다. 난 무섭다. 난 정말 친구들을 만난 적이 없다. 있을 때마다 전화와. 어제 둘째랑 TV보고 있는데 애들 보고 있는데 때리더라. 그 새끼 나 죽이겠대. 내가 이렇게는 못 산다 이랬더니 '너 마음 먹었지? 그러면 이번 주 안에너는 죽는거고' 끝까지 찾아와서 죽인다고 하니까"라며 남편 장씨의 감시와 집착, 살해위협에 대해 이야기 했다.

희선씨가 죽기 전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는 "2014년 이후로 연락이 끊어졌었다. 친구들이고 뭐고 연락을 다 끊었다. 그동안 힘들었는데 이제 내가 극복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친구는 6년만에 다시 만난 희선씨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소파 틈 사이에 녹음기 끼워놓고 위치추적 어플 깔아놓고 지우고 나면 어느 새인가 깔아놓고. 뭔가 병적이었다"라고 밝혔다. 희선씨에 대한 남편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친구는 "장검은 안방 침대 맡에 놓고 그랬다. 자기를 죽일 것 같아서 치웠는데 그걸 찾아서 다시 안방으로 가지고 온다더라"라고 말했다.

주로 찌르고 베는 용으로 제작된 날카로운 장검 일본도는 한번만 휘둘러도 상대에게 치명타가 된다. 전문가는 "실제로 휘두르면 사람이 반토막이 난다"라고 말했다. 일본도는 도검소지허가를 취득한 후에 소지할 수 있다. 장씨는 일본도를 아주 오래전부터 소지하고 있었다.

희선씨 첫째 딸은 "항상 사소한 걸로 사웠다. 밥 반찬이 마음에 안든다고 갑자기 밥을 던진다거나 TV를 부순다거나. 나도 몇번 아빠가 엄마 목 조르는 걸 봤다. 집 나오기 얼마 전에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안방 들어가는 거 봤다. 방문 열었다가 엄마 협박하고 있는 걸 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다시 닫았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희선씨는 계속되는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지난 5월 두 딸을 데리고 급히 집을 나왔다. 그리고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에게 벗어났지만 초조해보였다는 희선씨. 친구는 "계속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희선씨가 두려워한 이유는 남편의 끊임없는 연락이었다. 남편 장씨는 희선씨 남동생에게도 수시로 연락해 희선씨를 데리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장씨가 집요하리만큼 아내를 찾아헤매자 희선씨는 결국 6월 접근금지 사전처분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그녀가 숨어있던 곳으로 장씨가 찾아왔다. 문제는 사건 당일까지도 장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날의 비극도 막을 수 있었을 터. 재판부는 "9월 16일 이혼 첫 재판에서 다룰 예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는 "이혼 본안 소송과 사전처분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다? 그럼 사전처분이 왜 필요한거냐. 접근 금지를 사전처분 신청하는 당사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헤아려 신속하게 심문기일을 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희선씨가 장씨가 친 덫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씨가 먼저 첫째 딸에게 옷을 챙기러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았다고 했지만 바꿔놓은 상태였다. 장씨가 집에 들어간지 5분도 지나지 않아 희선씨는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이수정 교수는 "비밀번호를 바꿔서 옷만 싹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한거다. 대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거다"고 꼬집었다.

현재 장씨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됐으며 11월 8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장씨는 구치소에서 첫째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장씨는 "미안하게도 아빠는 하루세끼 밥 먹으며 잘 지내고 있다. 너희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말했다.

오윤성 교수는 "자기 합리화에 뛰어난 사람이다. 딸들 입장에서 엄마를 죽인 아버지다. 편지만 보면 아버지가 아내를 살해해 들어간 사람이 아니라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가 남아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는 듯하다.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순간순간 면죄부를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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