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율 인하에.. 분통터진 공인중개사, 불똥튄 중개 프롭테크

유병훈 기자 2021. 10.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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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보수 최고 요율을 최대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일선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반값으로 내려간 중개 수수료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는가 하면, ‘반의반 값’으로 공격적 확장에 나선 중·저가 중개 수수료 프롭테크들과 마찰을 빚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 /연합뉴스

19일 계약분부터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개 수수료율은 매매계약의 경우 최대 0.9%에서 0.7%로, 임대차계약은 최대 0.8%에서 0.6%로 각각 0.2%포인트 낮아졌다. 중개보수 요율 인하안은 시·도 조례로 정하게 돼 있으나, 시행상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이번 개정에서는 부칙을 통해 시행규칙이 우선 적용돼 전국에 동시 적용됐다.

지난 20일 오전 찾아간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관계자가 전화로 “계약 날짜를 변경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이뤄졌던 임대차 계약인데 뒤늦게 기사를 접하고는 계약일을 바꿔줄 수 없냐는 문의가 왔다”며 “액수 차이가 사실 그렇게 크진 않은데, 바꿔주기 시작하면 우리 사무소뿐 아니라 인근이 전부 다 바꿔줘야 할 수 있어서 거절해야 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공인중개업자들이 부당이득이라도 취하는 듯한 여론이 있는데, 우리도 정부 시책에 목숨줄이 왔다 갔다 한다”며 “양도소득세 규제에 대출 규제까지 조여 거래 건수 자체가 생계에 위협이 될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중개료까지 내리라니 그냥 굶어 죽으란 소리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대문구의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원래도 이래저래 사정·상황 봐가면서 요율 상한만큼 다 받진 않았다”면서 “반값이 됐다고 해서 사정 봐줄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닌데 그럼 실질적인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직 현장에서 중개 수수료가 크게 변한 분위기를 감지하기는 어려웠다. 거래 자체가 워낙 없어서다. 지난 22일 찾은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거래가 있어야 수수료율이 인하가 되든 안 되든 결과가 있을 텐데, 대출 규제 이후로 거래가 아예 없으니 할 말도 없다”면서도 “예전에는 매도자든 매수자든 적당히 눈치껏 에누리해 주곤 했는데, 이제는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 그런 에누리가 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도 “문의까지 뚝 끊긴 상황에서 인하 효과를 얘기하기는 이른 것 같다”며 “법정 수수료율보다 더 깎아주는 문제에 대해서 주변 공인중개사무소들과 얘기는 해보는데,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있다”고 전했다.

◇ 중·저가 중개 수수료 프롭테크까지 번진 불씨

중개 프롭테크들은 정부의 중개료 인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반의반 값’으로 가격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집 내놓을 때는 0원, 집 구할 때는 현행 요율의 절반’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다윈중개는 ‘추가 반값’ 카드를 꺼냈다. 매매 기준 ▲15억원 이상 0.35% (법정 0.7%) ▲12억원 이상~15억원 미만 0.35% (법정 0.6%) ▲9억원 이상~12억원 미만 0.35% (법정 0.5%) ▲2억원 이상~9억원 미만은 0.3% (법정 0.4%) 등 더 낮아진 수수료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우대빵 역시 19일 개편된 수수료 인하안의 구간별 최고요율에서 또다시 절반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공인중개협회와 일선 공인중개사들과 프롭테크 사이에서 마찰과 법적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다윈중개가 중개사 명칭 등을 무단도용해 불법광고 표시행위 등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며 수원지방검찰청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9일 ‘혐의없음’으로 최종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다윈중개의 광고에 출연한 방송인 서경석씨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이 방송사와 홈페이지 게시판에 서 씨의 사과와 광고 중단, 방송 하차 등을 요구하자 계약 해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우대빵의 경우에도, 지난달 개업 공인중개사 10여명이 인천시 남동구의 우대빵 구월지점을 찾아가 건물 외부 유리창에 붙은 ‘반값 중개 수수료’ 광고물을 떼라고 강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대빵은 그중 신원이 특정된 2명을 특수협박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최대한 상생하자는 취지에서 양질의 서비스와 설득을 이어나갈 것”이라면서도 “공인중개사협회 측에서 검찰에 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지하철 공사에 다윈중개의 광고를 중단해달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협회의 정도를 넘어간 방해·훼방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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