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남의 돈이니까 괜찮아?' 청주 흥덕보건소 신축 논란

강준식 기자 2021.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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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들인 흥덕구청 임시청사 애물단지 전락
"전형적 예산 낭비" 비난..시 "장기적 관점 결정"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흥덕구청 임시청사.© 뉴스1

(청주=뉴스1) 강준식 기자 = 수년간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살림을 도맡았던 흥덕구청 임시청사가 활용방안을 잃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청주시는 애초 리모델링과 증축을 통해 임시청사를 흥덕보건소로 사용하기로 했으나 최근 흥덕보건소의 신축 이전을 결정했다.

보건소 신축과 임시청사를 지을 때 사용한 예산, 임시청사 철거 비용이나 리모델링 사업비 등을 예상하면 기존 방안보다 최소 수십억원이 더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멀쩡한 건물을 왜 철거하는지 모르겠다", "임시청사를 지을 때부터 제대로 지었어야 했다", "전형적인 예산낭비" 등의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흥덕보건소 이전계획 추진 과정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흥덕보건소는 건물이 오래돼 이전 및 신축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통합 청주시 출범 전인 2013년부터 청주·청원 상생 합의사항에 따라 흥덕구청이 강내면 사인리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흥덕보건소 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다.

흥덕구청은 강내면 사인리로 신축 이전하면서 임시청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통합실무추진단은 임시청사를 흥덕구 복대동에 짓고, 추후 해당 건물을 고쳐 보건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흥덕구청 임시청사는 6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철골구조로 지어져 통합 청주시 출범 원년인 2014년부터 사용을 시작했다.

시는 이후 2016년 12월 흥덕보건소 이전계획을 검토했으나 행정절차는 지지부진했다.

2018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흥덕구청 신청사가 준공을 앞두면서 2020년 8월 흥덕보건소 이전 개‧보수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최초 이전 논의 7년 만이다.

시는 올해 3월 건축설계 공모에 나선 뒤 5월21일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했으나 7월21일 중단했다. 이틀 뒤 신축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내 신축을 결정했다.

수년간의 검토 끝에 마련한 이전계획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아무도 모르게 속전속결로 뒤집혔다.

◇논란의 불 지핀 '신축 이전'

충북 청주시의회 윤여일 의원.(청주시의회 제공).2021.10.21/© 뉴스1

시는 Δ철골구조인 임시청사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 Δ개·보수 이전과 신축에 들어가는 예산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 Δ추후 공공보건 기능성 강화로 의료목적에 부합한 건물이 필요하다는 점 Δ현재 임시청사는 의료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점 등을 신축 이유로 내세웠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청주시의회 66회 임시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윤여일 시의원은 "흥덕보건소 이전은 2013년 5월 흥덕구청 임시청사 활용방안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된 사안"이라며 "8년여가 흘러 애초 이전계획 목표인 2021년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신축 이전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2027년 3월로 대폭 연장됐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임시청사 건립 사업비는 80억원으로 알고 있다"며 "철거 시 신축 건축비 외 기존 건물의 철거로 인한 매몰비용 등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에 따르면 흥덕보건소 신축 사업비는 22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을 더하면 250억원대 안쪽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계획대로 임시청사 개·보수와 별관을 증축할 때는 98억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조사됐다. 최소 100억원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시는 추가 투입이 예상되는 예산 중 62억여원을 2024년 농어촌의료서비스 개선사업 공모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임시청사는 의료기기를 들이거나 보건소의 용도로는 맞지 않는다"며 "차라리 예산을 조금 더 들여 보건소에 맞는 건물을 짓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모사업을 통한 국‧도비 확보는 이미 신축 부지가 있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임시청사는 합리적으로 판단해 활용방안을 다시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화재에 취약해 보건소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는 청주시의 설명은 다소 납득이 어려워 보인다.

도내 한 건축설계사는 "불에 녹을 수 있는 철골구조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건물보다 화재에 취약한 것은 이론적으로 맞다"라면서도 "최근 대부분 건축물이 철골구조로 지어지고 있고, 임시청사는 낮은 층수인 것으로 안다. 방염재들의 기능성도 발전해 리모델링만으로도 화재에 취약한 단점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s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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