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인하', 판매장려금으로 전락한 車 개소세 감면..내년까지 계속되나

세종=이민아 기자 2021.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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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세 인하, 작년 3월 코로나19 명분으로 3개월만에 부활
한해 2000억원 세수 감소해도 관리 안 받아
국내 車 산업 독점 현대차에 사실상 보조금 지원
"개소세 인하 장기화에 정책 효과 갈수록 떨어져"
"인위적 가격 조정 지원 멈춰 독점 기업 지원 방지해야"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올 연말 일몰 예정인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내년에도 연장될지 주목된다. 승용차 개소세는 차를 인도받아 등록할 때 내는 세금이다. 최근 물가가 치솟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하는 개소세 인하는 내년에도 연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가 그간 내수 진작을 위한 카드로 개소세 인하를 단골로 꺼내왔지만, 상시 인하 상태가 지속되면서 구매 촉진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개소세 인하가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보조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해에 세수 감소분이 2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개소세 인하가 사전·사후 관리 체계도 거치지 않고 걸핏하면 시행되고 있어, 특정 기업에 대해 세금으로 자유롭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판매 장려금’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도별 승용차분 개소세 추이./자료=국세청

◇일몰과 부활 거듭한 개소세 인하...세수 효과 2000억원 달해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로 정해진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제도 연장 여부를 오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논의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피해를 지원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3월 개소세를 70% 인하(5%→1.5%)한 데 이어, 같은해 7월부터는 30% 인하로 축소해 올해 연말까지를 일몰 기한으로 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승용차를 사면 ▲승용차 공급가액의 5%에 해당하는 개소세 ▲개소세액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공급가액과 개소세, 교육세를 더한 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등 총 세가지의 개소세 관련 세금이 붙는다. 이 세금들의 계산 기준이 되는 개소세를 인하해주면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덩달아 내려간다. 정부는 경기 침체기에 소비 진작을 위해 개소세를 3.5%로 30% 인하하는 정책을 종종 사용해왔다.

개소세 인하는 최근 사실상 상설화된 조세 혜택이 돼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내수 시장이 침체했던 지난 2009년 1~6월, 정부는 처음으로 6개월간 개소세를 30% 인하해 5%에서 3.5%로 세율을 낮췄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소세 인하를 하지 않은 2008년 승용차분 개소세는 9891억원이 걷혔는데, 2009년에는 6316억원으로 줄었다.

그 이후 ▲2012년 9~12월 4개월간 19~30% 인하 ▲2015년 9월~2016년 6월(연장) 10개월간 30% 인하 ▲2018년 7월~2019년 12월(17개월) 30% 인하한 바 있다. 1년 내내 개소세를 인하했던 2019년에는 7954억원이 걷혀, 반년간 개소세를 인하했던 2018년(9768억원)보다 1814억원의 세수가 줄었다. 2019년 12월에 종료됐던 개소세 인하는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산업 타격을 막는다며 3개월만에 2020년 3월에 부활했다.

자동차 판매량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세수 감소 효과는 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한 사전・사후관리가 없어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연간 국세감면액 300억원 이상 조세특례의 신규 도입 또는 일몰 시점에 외부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수행된 평가결과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탄력세율을 통한 개소세 인하 정책은 이를 피해간다.

개별소비세 경감세율 적용에 따른 전년도 동기 대비 승용차 판매량 변화 ./국회 입법조사처

◇ 車 개소세 인하, 현대차 가격 할인용으로 전락?…”효과 사라진 정책”

개소세 인하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소비 부양이라는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정부가 지속적인 보조금을 주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가격을 내리거나 하는 방법이 아닌 정부의 세금 깎아주기로 인한 자동차 할인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기준 자동차 내수 판매 동향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은 각각 38.5%, 31.4%로 둘을 합치면 전체의 70%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만 놓고 보면 점유율은 90%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개소세 인하가 인위적인 자동차 가격 조정에 가깝고, 효과도 떨어져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독점 기업을 지원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가격 조정 차원의 세금 감면은 주의해야 한다. 정책 효과가 없는 경우 특별히 더 비판 받을 수 있다”며 “개소세 인하로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만들어내는 경기 진작 효과는 2년이 다 되어가면서 효력이 거의 사라졌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2015년 이후 개소세를 인하한 기간 월평균 승용차 판매량(14만 대)은 그렇지 않은 때(12만9000대)와 비교해 8.5% 가량 많았다며 정책 효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기간별로 놓고 따져보면, 개소세 경감에 따른 자동차 판매량 증가 정도는 최근으로 올수록 적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19년 9월 발간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정책동향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최근의 개소세 인하로 인한 국산차 판매 촉진 효과는 과거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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