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학을 말하다 ③] "하반신 마비 환자가 5분 동안 스스로 걷게 하는 학문"

정채영 입력 2021. 10. 24. 00:17 수정 2021. 10.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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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수많은 천재를 삼킨 학문이다.

삼켜진 천재들이 토해낸 절망과 노력으로 의학은 성장했고, 그렇게 성장한 의학의 가장 중요한 결실 가운데 하나가 재생의학이다.

아직은 길 한 가운데 서 있어 날마다 한계를 극복하며 미완의 영역을 답습하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오고 있는 세월이 재생의학의 편이라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세포들의 성장과 재생을 돕는 재생의학은 우리의 건강수명 향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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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과 구자현 교수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과 구자현 교수 ⓒ데일리안

의학은 수많은 천재를 삼킨 학문이다. 삼켜진 천재들이 토해낸 절망과 노력으로 의학은 성장했고, 그렇게 성장한 의학의 가장 중요한 결실 가운데 하나가 재생의학이다. 그리고 어느덧 재생의학은 우리들의 일상과 생활에 깊숙이 안착돼 가고 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각종 사고로 인한 상처와 질환을 거짓말처럼 회복시키고, 뇌신경과 척수신경의 재생을 도와 치매와 마비에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치유를 실현시켜주고 있다.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과 구자현 교수는 재생의학을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의공학기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 필요성을 건강수명과 직결시켰다. 숨만 쉬고 사는 것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만큼 보다 인간다운 가치와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며 '건강하게 오래사는 삶'을 재생의학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길 한 가운데 서 있어 날마다 한계를 극복하며 미완의 영역을 답습하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오고 있는 세월이 재생의학의 편이라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구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재생의학의 정의부터 내려주신다면.


재생의학이란, 인간의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의공학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장난 세포를 고치고, 죽은 세포를 살림으로써 고장난 심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돕고, 끊어진 신경을 잘 회복시켜 걷지 못하는 분들이 다시 자유롭게 걷도록 도울 수 있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전통적으로 약물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약물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전자 패치, 소형 임플란트 기기들을 활용한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생의학은 왜 필요한 것인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작금의 시대에 단순히 수명이 증가했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병들고 아파서 병원에 누워만 있으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함께 나눠먹고 취미생활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고령화 시대가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을 건강수명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의 세포는 분열을 하고 성장을 한다. 재생은 세포의 이러한 기본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하게 된다. 그런데 세포는 어릴 때는 분열을 잘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분열을 잘 하지 못하게 되고, 뼈가 잘 안 붙는다든지 하며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 노화 속에 세포들이 손상되면 재생이 더디고 심지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세포들의 성장과 재생을 돕는 재생의학은 우리의 건강수명 향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현재 재생의학은 어떤 분야에서 쓰이고 있나?


재생의학은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신경재생 분야인데, 신경은 크게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말초신경 재생분야 이야기부터 해보면 자동차 사고, 산업재해, 전쟁터에서 부상당하는 군인 등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사고로 우리는 손을 다치거나, 다리를 잃거나 수많은 말초신경 부상을 당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10만 명 이상이 말초신경 부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경의 재생이 제대로 되지 못하거나 너무 느리게 되면, 다친 손가락을 100%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거나 움직일 때마다 주변 신경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통증을 느끼는 등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손상된 후 신경의 재생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신경 재생을 돕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등의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


중추신경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렵다. 중추신경은 뇌와 척수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뇌신경의 재생을 돕는다는 말은 치매나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간질 등 뇌신경 손상이나 퇴화와 관련 있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척수신경 재생을 돕는다는 것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환자를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척수 신경을 재건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스위스의 연구진은 척수에 미세 전기자극 치료를 함으로써 하반신 마비 환자를 5분 동안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이런 작은 성과들이 모여 앞으로 더 큰 재생의학의 효과를 세상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생의학 치료제들은 검증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나?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재생의학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연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1~2년 동안 검증해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재생의학은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하고 재생되는 시간이 물론 그 장기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또 5년 후, 10년 후 중장기적으로 후유증은 없는지 신중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어떤 부작용들이 나올 수 있나?


재생 및 재활 의학은 중장기로 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약물의 오남용 및 부작용을 줄이고자 비약물 치료를 개발하고 있다. 도전적인 의과학자들이 2, 30년 이상 전자약에 의한 말초 신경재생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는데, 전자약은 전기 자극을 이용해 신경재생을 유도하는 새로운 의과학 분야이다. 앞으로 이런 비약물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재생의학 하면 줄기세포 치료를 우선 떠올리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부작용도 있다고 들었다.


줄기세포 치료 분야는 아직 임상적용 초기 단계라서 비용이 비싸고, 중장기 검증을 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약물치료도 약물 부작용 및 오남용 문제가 있다. 어느 한 치료법만 사용하면 한계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약물치료와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하면 전체 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재생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전체 치료비용을 낮추는 것은 물론, 재생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헬스케어 기기 등과도 재생의학이 관련이 있나?


비만 환자가 지방 흡입수술을 했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식습관을 교정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비만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재생 치료를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잘 해줘야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치료 후 관리를 하는데 있어 스마트워치 혹은 스마트패치 등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환자가 직접 데이터를 확인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함으로써 재생의학, 재활의학이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재미있고, 내 주변의 작은 습관의 변화로 큰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코로나19에 의해 손상된 우리의 장기조직들을 고치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 폐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기존에 재생이 잘 안된다고 알려진 장기조직들을 고칠 수 있도록 재생의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제 자신이 의과학에 긍정적인 편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척수는 재생이 잘 안된다고 알려져 있고 그래서 하반신 마비가 되면 평생 마비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척수도 재생이 될 수 있다는 연구와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이제 재생이 불가능했던 장기조직들도 재생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 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재생의학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나?


재생의학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 과학은 관심과 투자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아무래도 미국에서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고 현재 정부와 바이오 대기업 등에서 많은 연구비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재생의학 연구사업을 정부 주도로 시작하고 있다. 작년에는 치매치료 등 뇌질환 극복 프로젝트도 가동됐다. 조금 늦었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열심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재생의학은 연구진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공학과 의학을 얼마나 잘 융합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의공학 융합학문들이 발전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교육부에서 작년에 여러 학교들이 모여서 바이오융합 학문을 가르칠 수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이런 융합연구들이 활성화돼 조만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뛰어난 치료법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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