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상무의 1부 승격을 막아서는 안된다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1. 10. 2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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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김천 상무 김태완 감독이 지난 17일 하나원큐 K리그2 원정 경기에서 부천FC를 1-0으로 제압하고 2부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천 상무가 2021시즌 K리그2에서 우승해 내년 시즌에는 1부에서 뛴다. 상무는 국군체육부대가 운영하는 팀이다. 상무는 국내 축구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팀이지만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건 무척 까다롭다.

상무가 내년도 1부로 승격하면서 이런저런 논의가 많다. 내년 승격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뒤집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상무를 프로에 두는 게 맞는지, 1부리그 승격권을 부여하는 게 맞는지, 연고지 문제를 어디로 처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논란만 이어지고 있다. 연맹은 상무 1부 승격을 막겠다는 게 장기적으로 기본 입장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이다.

상무의 바람직한 포지셔닝을 논하기 전에 아래 철칙을 기억해야 한다.

■상무는 (거의) 모두 프로 선수들로 이뤄진다.

■직업 선수는 기량 향상, 성과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상무가 없어진다면 축구 선수들이 군대 문제에 대해 큰 난관을 겪는다.

위 내용은, 물론 약간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부인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이제 상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간략하게 논의해보겠다.

상무가 진정한 프로팀이 아니기 때문에 1부로 승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상무는 3부로 가는 게 맞다. 2부도 프로기 때문이다. 상무를 2부에 놓은 것은 프로와 아마 사이 합의점을 찾는 결과다. 상무가 3부에서 뛴다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낼 게 분명하다. 약한 상대와 싸우면 기량은 늘기는커녕 퇴보한다. 기량을 유지 또는 발전하려면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2부에 있는 상무가 1부로 승격하는 걸 막는 건 바람직할까. 아니다. 상무가 열심히 뛰어서 2부에서 우승했고 대가로 승격이 주어졌다. 모든 팀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은 상무에게도 예외이어서는 안 된다. 1부 승격은 2부 모든 팀, 2부 모든 선수의 희망이다. 그걸 위해 지자체, 후원사가 돈을 쓰고 선수도 노력한다. 만일 2부 어떤 팀에게 “너희는 우승해도 1부로 올라갈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팀이 이기기 위해 노력할까. 선수들도 투혼을 쏟을까. 후원사와 연고지가 투자는 할까. 상무가 한국 특수성 때문에 다소 기형적으로 구성된 팀이라고 해도 한국축구를 위해 필요한 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상무 선수들은 프로 선수 중에도 정상급, 국가대표감임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팀, 이런 선수에게 우승해도 1부로 승격하지 못하게 한다면 과연 무슨 득이 있을까. 1부로 승격하지 못한 채 2부에서 전전긍긍하는 대도시팀, 기업구단을 위한 어처구니없는 배려란 말인가.

상무가 1부로 승격할 수 없게 규정된다면, 연고지를 원하는 지자체를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지금 상무는 대한축구협회가 일부 코치연봉을 지원하고 있다. 홈경기 운영비 등은 연고지 지자체가 내놓는다. 금액은 연간 5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상무 연고지인 상주, 지금 연고지인 김천은 축구를 좋아하는 지자체다. 이들은 상무를 연고팀으로 운영하면서 축구단 창단 가능성을 가늠하고 창단했을 때 구단 운영 노하우도 배우고 있다. 상무가 1부에서 활약할 경우, 연고지는 더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게 근본적으로 없어진다면, 향후 상무 연고지를 찾는 일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연맹이 상무를 운영한다는 발상은 상당히 위험하다. 상무가 미묘한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등으로 구설에 오른다면 어떤 의혹이 제기될까. 연맹이 운영해 판정 혜택을 입었다, 특정팀 우승을 위해 고의로 져줬다는 등 수많은 의혹이 나올 게 뻔하다.

상무의 올바른 포지셔닝은 승격 제한이 아니라 상무 자체 체질 변화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상무는 프로 베테랑이 군대 문제를 더이상 ‘순조롭게’ 해결할 수 없는 벼랑 끝에서 가는 곳이 돼 버렸다. 이걸 해결하려면 상무 입단 인원수를 연령대로 세분화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베테랑 쏠림 현상은 완화할 수 있다. 또 어린 유망주가 상무에 입대해 군대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하게 하는 게 상무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이유에도 부합한다. 1부 승격 제한이 아니라 상무 체질 개선을 위해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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