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대장동 특혜'..유동규, 남욱에 "성남공사 설립 도와주면 사업권"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2021. 10. 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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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유동규 공소장에 담긴 '대장동 검은 고리'
사업 3년전부터 유착 관계 형성
"공사 설립 도와달라며 남욱에 특혜 제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이한형 기자
대장동 민관(民官)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 사업자 간 특혜의 '검은 고리'가 사업이 본격화 되기 3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012년부터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역 민영 개발을 추진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도공) 설립을 도와주면 사업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고, 그 특혜의 대가로 수억 원의 뇌물도 미리 받았다는 것이다.

23일 A4용지 8장 분량의 유 전 본부장 공소장 가운데 일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2년 남 변호사에게 "도공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해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 합동 방식으로 원활하게 해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도공 설립은 민관 합동 개발을 위한 일종의 전제 조건으로서, 성남시의 숙원과제와도 같았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도공 전신) 기획본부장이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역 핵심 민영개발 추진업자였던 남 변호사를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게서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 이후 2013년 2월 최 의장 체제의 성남시의회에서 도공 설립 운영 조례안이 새누리당의 반발 속에 처리됐다. 유 전 본부장은 같은해 3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을 마음대로 하라'라는 취지로 말하며 "2주 안에 3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미국에 체류 중이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에 남 변호사는 동업관계였던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씨와 돈을 마련한 뒤 4월부터 서울 강남 룸살롱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3억 52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을 준 세 사람은 2009년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민간 개발을 추진하며 시행사 자문단으로 활동한 일명 '대장동 원년멤버'다.

검찰은 뇌물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이 2014~2015년 도공 기획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존에 약속된 사업 특혜를 제공했고, 그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최근 1년 사이 약정했다고 판단해 그 구체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11월 기획본부 밑에 전략사업팀을 만든 뒤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했는데 이들은 각각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인사들이었다. 검찰은 이 시기를 즈음해 남 변호사는 물론, 그와 동업관계인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자 선정과정의 편의제공을 당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도공으로 사실상 파견한 정민용 변호사 등은 유 전 본부장의 지휘 아래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심사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주주 협약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고리로 엮인 민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특혜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 사업 결과 민간업자들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고,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해 김만배씨로부터 700억 원 지급 약속을 받았다는 게 공소 내용의 골자다. 당시 김씨는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인) 유원홀딩스 주식 고가 매수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직접 지급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증여 등 다양한 지급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확정됐는진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 전 본부장의 '도공 설립 도움 제안'부터 설립 현실화 시기인 2012~2013년 시 의회 쪽에 로비가 이뤄졌는지 여부에도 수사력이 모아질 전망이다.

한편 유 전 본부장 측은 지난 21일 기소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유 전 본부장이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 채용 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라 위례 사업이나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유 본부장 측은 "대장동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김만배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만배씨 동업자들 사이에 낀 것"이라며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 혹은 키맨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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