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탐사대' 16세 선수 성폭행 국가대표 코치 "우린 연인사이" 황당 주장
[뉴스엔 이민지 기자]
16세 국가대표가 성폭행으로 꿈을 잃었다.
10월 23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꿈을 이룬 순간 절망에 빠진 16세 소녀 이야기가 공개됐다.
7살 때부터 줄넘기 유망주로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항상 부모의 자랑이자 기쁨이 되어줬던 딸 윤지수(가명)는 대한민국 줄넘기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모든게 달라졌다.
한 줄넘기 국가대표 감독과의 만남이 그 문제의 시작이었다. 지수 어머니는 "감독이 다음주부터 K대 나오라고 했다. 고마워서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지수는 12살 때부터 K대학교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또래랑 놀고 싶어도 꾹꾹 참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걸 봤을 때 대견했다"고 말했다. 왕복 5시간의 먼 거리도 지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화려한 경력의 줄넘기 국가대표 코치 겸 선수다. A코치는 지수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고 부모님에게도 지수를 키워보겠다고 말했다고. 마치 과외 선생님처럼 유독 지수에게 집중했다는 A코치. 동료 선수들은 "운동 시간에 다른 사람보다 유독 챙겨주는게 있었다", "과하게 챙겼다"고 말했다. 코치와의 집중훈련 덕분인지 지수의 실력도 일취월장이었다. 당시 A코치와 지수는 10살 차이에도 반말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지수 어머니는 "10살이나 차이나는데 반말하냐고 했는데 '너랑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더라"고 말했다.
지수는 마침 올해 4월, 16세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그런데 국가대표가 된지 4개월만에 지수가 어머니에게 "줄넘기를 그만둬야 할 거 같다"며 울며 이야기 했다.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뤘는데 줄넘기를 그만두겠다는 지수. 지수는 갑자기 휴대폰 포렌식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지수는 엄마에게 "죄송한데 지난해 3,4월부터 코치한테 성폭행 당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완벽한 코치와 선수의 모습을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렵게 카메라 앞에 선 지수는 "나를 맡아서 계속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가 나만 봐주고 나만 알려주고 매일 그렇다 보니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악몽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지수는 배차 시간이 긴 버스를 기다리다 코치의 집에 가게 됐다. 지수는 "제 OO에다가 자기 OO를 집어넣어서 되면 자기가 편의점 가서 피임기구를 사오겠다고 했다. 너무 싫었다. 그 상황이 무서웠고 그 사람도 무서웠다. 너무 아픈게 제일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후에 계속 하자. 오늘 하고 싶다 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계속 했다. 아마 A코치 눈치 안 보는 사람은 없었을거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무한 신임을 얻고 있었다는 A코치의 권한도 엄청났다. 지수는 "이 사람이 나를 봐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내 덕분에 너 이번 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하니까"라고 털어놨다. 지수는 "운동을 계속 하니까 요구하는 걸 다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간혹 코치의 뜻을 거스르면 심한 욕도 들었다. 지수는 "미친 X야. XX 같은 X라면서 듣기 힘든 말이나 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결혼하면 네 남편한테 가서 네 아내 너랑 하기 전에 나랑 먼저 했다고 찾아가서 말할거라 했다.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거나 내가 여자친구가 생겨도 너는 나랑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불안하고 그때 그 감정이 다시 생기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코치와 함께 한 1년 6개월. 지수에게는 몸도 마음도 상처 뿐이다. 지수는 "일주일에 2,3번 하다가 그만 둘 때는 맨날 했다. 이렇게 해야 운동할 수 있는건가. 못 버티겠어서 엄마한테 그만두겠다고 말한거다"고 말했다.
A코치는 자신을 찾아온 가족들에게 성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처음에는 나도 동생 같은 마음으로 챙겨줬다. 더 그랬으면 안되는데 사소한 스킨십 하나하나가 거기까지 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는 사귀자고 안했는데 둘이 사귀는거나 다름 없었다. 말로만 안 사귀는거지 서로 그렇게 계속 해왔다"고 중학생 지수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할 경우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이 된다. 최소 징역 3년에 처해진다고. 박지훈 변호사는 "아마 재판하는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려고 연인 관계를 주장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A코치는 함께 훈련한 선수들에게 탄원서를 받고 있다고. 답답한 상황에 "아는 사실만 말해달라"며 지수 부모님이 나섰지만 몇년간 딸과 함께 훈련해온 대학생 선수들은 지수 부모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나타난 줄넘기 국가대표 감독은 "A코치 하나 때문에 줄넘기 좋았던 이미지가 다 무너졌다. 나도 마찬가지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동료선수들은 "줄넘기 계에 남아있는 사람들이고 코치로 있는 동안 쌓아놓은 권력이 많아서 그 편을 아직도 드는 것 같다", "나도 지수 돕고 싶지만 코치와도 가까운 위치에 있으니까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A코치에게 탄원서를 요구 받았다는 선수는 "둘의 사이가 네가 느끼기에 어땠냐 써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밝혔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탄원서를 썼다고. 한 선수는 "둘의 사이가 쌍방이었다. 연인 관계였다는 탄원서를 써줬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 동료선수는 "연인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지수가) 친해지고 싶지 않다. 근데 연락을 끊으려고 하면 강압적으로 나온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수와 A코치의 메신저 대화를 분석한 전문가는 "주종관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A코치는 제작진의 연락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K대학교 측은 "우리 학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관련된 분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고 국가대표 감독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난 사실 여기서 책임자가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줄넘기 협회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입장을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한편 체육계 미투 1호 테니스 코치 김은희가 지수와 만났다. 김은희 코치는 지수에게 "다른 사람 말 신경 쓸 필요 없다. 내가 싫었고 나는 거부했고 강압에 의한거고 강제적인거고 협박에 의한거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 용기를 낸 것만으로도 사회에 엄청 큰 영향력을 행사한거다. 흔들리지 말고 강하게 서 있어야 한다"라며 응원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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