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바꾼다?..도대체 왜..
[홍키자의 빅테크-39] 전 세계 28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최대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이 사명을 바꾼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바꾸는 것은 2004년 창업 이후 17년 만의 일입니다. 갑자기 왜일까요? 우리 머릿속의 페이스북은 영원한 페이스북 아닌가요?
페이스북이 바꾸는 사명은 페이스북의 신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새로운 이름의 모회사를 만들고 그 산하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이 들어가게 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이 사명까지 바꾸면서 올인하려는 신사업은 대체 무엇일까요? 오늘은 페이스북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알 거예요. 부서 이름을 바꾼다는 것만도 회사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인데, 회사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로 상징적인 의미죠. 기아자동차가 올해 초에 사명과 로고를 바꾸고 새 출발을 알렸잖아요. 사명은 31년 만에 바꾼 것이고, 로고도 27년 만에 바꿨죠. 사명은 '자동차'를 떼고 '기아'로 변경했는데요. 단순히 자동차를 만들고 파는 회사가 아닌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메타버스 회사로 진정 거듭나겠다는 의미고요. 아직 시장의 강자가 없는 차세대 플랫폼 전쟁에서 깃발을 먼저 꽂겠다는 다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회사가 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소셜미디어 회사를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할 것이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회사로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했죠.
최근 유럽에서 1만명에 이르는 추가 고용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1만명이나 더 뽑는다는 게 어마어마한 계획인데,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죠. 메타버스 관련 외부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2년 동안 5000만달러(약 59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죠. 메타버스 산업을 차기 컴퓨팅 플랫폼으로 판단하고, '확장현실 프로그램과 연구 펀드(XR Programs and Research Fund)' 기금도 조성했습니다. 펀드 초기 파트너로 미국 하워드대학이 선정됐고요. 한국의 서울대학교, 홍콩대학교, 미주국가기구 등과도 제휴해 메타버스 연구개발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계획은 추상적인 계획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로블록스나 네이버 제페토를 바라보는 아바타로 활동하는 정도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정도의 의지가 이닙니다. 저커버그는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가상공간으로 메타버스를 바라봤다.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는 게임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메타버스가 단지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적당히 가상공간을 경험하고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가상세계에서 내가 존재하고 머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실제감을 느껴야 한다는 얘기죠.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려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죠. 주인공인 네오가 활동하는 가상세계는 실제적인 경험을 하는 공간이잖아요.
페이스북은 2014년 VR 디바이스 회사 오큘러스를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용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를 탑재해 외부 PC나 콘솔과 같은 도구가 없어도 VR 콘텐츠를 독립적으로 실행하고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VR기기 회사 인수에서 멈추지 않고,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도 만들었는데요. 호라이즌 워크룸은 오큘러스 VR 헤드셋을 끼고 참여하는데, 사용자의 노트북이나 태블릿과 연동이 됩니다. 타이핑을 치면 워크룸에서 똑같이 구현되고, 동료를 향해 팔을 흔들면 가상 회의장 속 아바타도 나와 똑같이 행동합니다.
저커버그는 "코딩을 시작했던 중학교 때부터 아이디어를 생각해왔다. 그때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환경에 있으면서 다른 장소로 순간 이동해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 바 있어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이 갑작스러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라기보다는 오랜 꿈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특히 플랫폼별로 개별로 존재하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온라인 공간과 같은 모두가 하나의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메타버스는 공공장소 같은 온라인 공간이 돼야 한다. 사람들이 공동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이 메타버스여야 한다. 회사마다의 자체 메타버스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저커버그는 애플과 구글 때문에 스마트폰 시대에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증강현실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페이스북은 스마트폰과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죠. 페이스북이라는 SNS 회사가 어쩔 수 없이 콘텐츠 기업이라는 얘기예요. 플랫폼으로서 시대를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죠.
페이스북과 애플의 충돌이 대표적입니다. 올해도 개인정보 문제로 시끌시끌했죠. 애플이 지난 4월부터 아이폰 사용자들이 자신의 사용 기록을 페이스북 등 스마트폰 앱이 수집하지 못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면서 당장 페이스북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페이스북 광고주들이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면서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지자 페이스북에 광고하는 것을 주저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광고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애플에 대해 불만이 크겠죠. 더구나 애플이나 구글이 자사 플랫폼에서 결제하도록 하는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을 바꿨을 때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요. 30억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용하는 나름 플랫폼으로 자부하는 페이스북은 어젠다를 장악하지 못하고 끌려간다는 느낌이 컸을 겁니다.
이번에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게 된 앤드루 보즈워스는 "페이스북이 개발한 포털과 오큘러스가 메타버스를 위한 노력의 첫걸음이었다면 이제는 가상공간들 사이 연결 조직을 구축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만들어나갈 메타버스의 미래,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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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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