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평범하지 않았던 어느 레이커스의 홈경기

로스엔젤레스(미국)/손대범 2021. 10. 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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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질 수 있지만,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화제가 됐던 경기였다. 23일(한국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21-2022시즌 NBA LA 레이커스-피닉스 선즈간의 경기 이야기다. 피닉스는 이 경기를 115-105로 이겼고, 크리스 폴은 역사상 최초로 2만 득점-1만 어시스트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대기록 달성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되었을 경기였지만, 이 경기는 할 이야기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전반전 이야기부터 해보자. 1쿼터를 조마조마하게 앞서던 레이커스는 2쿼터에 완전히 흐름을 내주었다. 

 

경기에 앞서 레이커스 일원들은 러셀 웨스트브룩 기 살려주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프랭크 보겔 감독은 "웨스트브룩에게 자신감을 계속 실어줄 것이다. 비디오를 보니 공격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고, 우리는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 말했고, 앤써니 데이비스도 "한 사람이자, 친구이자, 형제로서 그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올스타전과 올림픽도 함께 했다. 하지만 시즌은 다른 이야기다.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건 계속 케미스트리를 맞춰가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르브론 제임스도 의도적으로 공 소유를 웨스트브룩과 양분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누가 공격을 하든 몇 명은 서있을 수밖에 없는 뻑뻑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마조마한 리드가 계속됐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와 리바운드도 문제였다. 

 

크리스 폴에서 파생되는 공격뿐 아니라 제이 크라우더의 외곽 역시 막지 못하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이 때부터 수비가 많이 무너졌다.

 

급기야 타임아웃이 요청되었을 때 벤치로 들어가던 하워드와 데이비스가 말다툼을 벌였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진행됐다. 라존 론도를 비롯한 동료들이 말린 덕분에 더 심각해지지 않았지만, 미디어에게는 좋은 먹잇감을 준 셈이었다. 

 

매직 존슨도 이 광경을 본 뒤 트윗에 "NBA 바닥에서 42년을 있었는데 이런 건 처음"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그러나 보겔 감독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고, 내부적으로 잘 해결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과열될 때도 있다"라며 이슈화될 정도의 일은 아니라 강조했다. 

 

하워드는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에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보겔 감독은 "어떤 플레이였나"라는 질문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워낙 대단한 선수들이 많기에 그만큼 (잘 안 되는 것에 대해) 실망감도 클 것"이라고도 말했다.

 

후반에는 팬이 퇴장당하는 일도 있었다.  사이드라인에 있던 론도가 왼팔을 들고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한 관중이 신경질적으로 론도의 그 팔을 쳐버린 것이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보안요원은 청원경찰을 불러 나가줄 것을 요구했고, 그 관중 역시 쿨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려 1,000달러가 넘는 좌석이었다. 이를 두고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는 팬들과도 손발이 안 맞는거냐"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보겔 감독을 비롯해 양 팀에는 5개의 테크니컬 파울이 쏟아졌다. 데이비스는 디안드레 에이튼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보겔 감독은 "내가 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는지 이유는 다 아실테니 더 말하지 말고 넘깁시다"라고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레이커스 선수들은 어느 순간부터 심판과 싸우고,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보겔 감독은 2쿼터 후반, 웨스트브룩의 공격자 파울 이후 분위기가 더 어수선해지자 론도를 긴급투입해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은 채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물론 몇 차례 피닉스 상황과는 형평에 어긋난 상황도 있었지만, 다같이 흥분하면서 기회를 놓친 점은 아쉬웠다. 후반에는 팬들도 함께 심판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의 플레이에 대해 몬티 윌리엄스 감독은 "우리가 원했던 페이스대로 경기를 잘 했고, 실책(12개)도 개막전(18개)보다 적어서 좋았다. 캠 존슨이 큰 힘이 됐다"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냥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레이커스는 4쿼터에 데이비스, 르브론, 카멜로 앤써니 등의 활약으로 38-21로 피닉스보다 더 많은 점수를 올렸다. 덕분에 경기 점수차는 잠시나마 한 자리수로 좁혀지기도 했다.

 

신인 오스틴 리브스의 활약이 컸다. 12분간 8득점(3점슛 2개)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띄워줬다. 팬들은 그를 '힐빌리(Hillbilly) 코비'라고 부른다. 과장하면 '시골뜨기 코비', '산사나이 코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볼드 맘바(Bald Mamba)'라 불리며 팬들 사랑을 받았던 알렉스 카루소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 

 

196cm의 오스틴 리브스는 애초 드래프트 된 선수가 아니었으나 프리시즌을 거치며 레이커스로부터 발탁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보겔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보겔 감독은 "내 눈에 확실히 띄었다"라며 그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투입된 뒤 3점슛을 꽂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선배들을 도왔다. 다만, 첫 경기다보니 우왕좌왕한 면도 있었는데 트랜지션 수비에서 자리를 잘못 찾아가 상대에게 오픈을 내주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러나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가 기대되는 활약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보겔 감독은 리브스에 대해 특별한 멘트를 남기진 않았다.

 

리브스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자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르브론 제임스가 뒤에서 계속 방향이나 위치를 이야기해주었다"라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새 시즌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누고 있다. 시간은 좀 걸릴 지 모르겠지만,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지나가면 좋은 농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처음 뭉친 날부터 지금까지, 레이커스 선수들은 계속해서 "알아가야 한다"는 말을 반복 중이다. 3~4명을 제외하면 전원이 새로 손발을 맞추는 팀이니 이상하지 않은 말이다.

 

다만 기대치가 컸던 만큼 초반 주춤한 면에 대해서는 실망도 커지고 있다. 레이커스는 오는 25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시즌 3번째 홈 경기를 갖는다. 과연 이날은 '이상한 일' 없이 계획했던 궤도를 달릴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글, 사진=손대범 KBS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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