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韓 가입에 '시큰둥'한 日..CPTPP 가입 가능할까
신규 가입 위해선 만장일치 받아야..가입 여부 불투명
정부, 아태 최대 경제공동체서 배제될까 우려..中·대만 '참전'에 가입 서둘러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협정 가입국과의 사전 협의를 타진했지만 정작 의장국인 일본의 지지는 끝내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정에 가입하려면 사전 협의를 통해 회원국의 고른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첫 스텝부터 꼬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공식화할 예정입니다. 일본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협정 참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국과 대만이 잇달아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더 늦추기는 어렵게 된 탓입니다. 자칫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최대 경제 공동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부터 일본과 CPTPP 가입을 위한 사전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사전 협상은 협정 가입을 공식적으로 신청하기에 앞서 협정 가입국과 일대일로 만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절차로 협정 가입의 첫 관문으로 통합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에 CPTPP 가입 의사를 전달하며 지지를 구했으나 명시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협상 과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일본 측이 회담장에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협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한국의 가입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한국의 가입 의사를 드러낸 자리에서 일본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며 “아무래도 악화한 한일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다른 회원국들이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가입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과 대조됩니다.
일본이 한국의 협정 가입에 입장을 유보하는 것은 정무적 판단이 우선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경제적인 득실만 놓고 볼 때 일본이 우리 정부의 협정 신청을 마다할 이유는 많지 않은데요. 일본은 지난 10년간 한국과의 교역에서 매년 200억 달러 안팎의 무역 흑자를 냈는데 상품 시장 개방 수준이 높은 CPTPP에 한국이 합류하면 무역 흑자 규모는 보다 불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완성차 부문에서 한국이 두고 있는 관세(8%) 장벽이 사라지면 자동차 산업의 수혜는 특히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는 신규 회원국을 통해 CPTPP의 수준을 제고하려는 다른 회원국들의 입장과도 배치됩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안정적인 교역 관계를 확대하려는 각국의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CPTPP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회원국 사이에서 평가받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은 두 손 들고 한국을 반기는 상황”이라면서 “좌장 격인 일본이 회원국과 다른 입장을 보이는 데는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봤습니다. 결국 악화한 한일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일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이 실제 CPTPP에 가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됩니다.
일본의 지지를 구하지 못했음에도 정부가 가입부터 서두르는 것은 최근 중국과 대만이 CPTPP 가입을 신청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을 배제한 거대 경제동맹이 구축되면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중국과 대만이 전격적으로 가입 신청서를 낸 것은 우리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중요한 변수”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하는 대만의 가입 신청에 특히 주목합니다. 대만은 그간 중국의 견제로 자유무역협정(FTA) 무대에 좀처럼 등장하지 못했는데, CPTPP를 시작으로 추가 FTA를 체결해 글로벌 영향력을 좀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만이 CPTPP 가입을 통해 일본 등과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일단 가입 신청서를 낸 뒤 회원국 간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만 등이 실제 협정에 참여하게 될지 등을 지켜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중국이 일본 등 회원국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협정에 뛰어든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지지를 받지 못한 양국이 연대해 일본의 반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회원국과 사전 논의를 통해 지지를 우선 구한다”면서 “중국은 회원국과 사전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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