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살 아기와 애완견도..' 美 한인 여성 일가족 사망 미스터리가 풀렸다

이영현 2021. 10. 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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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풀린 한인 여성 일가족 ‘의문의 사망’ (사진:CNN 캡처)


■ 미궁에 빠진 사망 사건...외상도 없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단서도 이유도 없다.
8월 말 31살의 한인 여성 앨런 정 씨와 45살 남편 존 게리쉬, 이들의 한 살배기 딸 미주양 등 일가족이 캘리포니아 마리포사 카운티의 시에라 국유림 등산로에서 숨진 사건에 미국 언론은 주목했습니다. 가족은 물론 등산을 나섰던 반려견 ‘오스키’ 까지 모두 숨진채로 발견됐지만 사망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파원 리포트] 미궁에 빠진 한국계 美 여성 일가족 사망 사건

‘의문의 사망’ 원인은 고체온증(hyperthermia)과 탈수증(dehydration)
이 의문의 사망 사건 원인이 사건 두 달 여 만에 밝혀졌습니다. 사건을 수사해온 마리포사 카운티 보안관실은 현지 시각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가족이 ’고체온증(hyperthermia)과 탈수증(dehydration)으로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 가족이 사고를 당한 현장은 시에라 국유림 ‘악마의 협곡 ’(Devil‘s Gulch Valley) 등산로라며 이곳은 매우 가파르고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서 지역에 익숙한 사람이거나 전문가가 아니면 위험한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가족이 사고를 당한 악마의 협곡 하이트 코브 등산로 항공 촬영 사진 (사진:CNN 캡처)


보안관실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8월15일 오전 8시쯤 차를 타고 해발 3,800피트 약 1,158m 높이의 ’하이트 코브‘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한 뒤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 곳의 기온은 화씨 75도, 섭씨 23.8도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가족은 2.2마일,약 3.5km 가량 이동하면서 고도는 1,900피트, 579m로 내려갔고 온도는 92~99도, 섭씨 33도에서 37도로 올라갔습니다. 가족들이 강을 따라 이동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위기는 ’새비지 런디‘ 등산로에 접어들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아래 지도 사진 참조) 보안관실은 이 ’새비지 런디‘ 등산로가 사실상 이들의 생사를 갈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등산로는 짧지만 아주 가파른데다 가족들이 등산로에 접어들었을 당시 기온은 화씨 109도 섭씨 43도에 육박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등산로는 2018년 ’퍼거슨 화재‘로 인해 나무가 모두 불타 그늘이 하나도 없었던 것도 이들에게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트 코브 등산로 지도 (출처:마리포사 카운티 보안관실)


가파른 오르막과 극도의 더위 그리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쉴 곳이 없는 환경과 물이 부족한 상황이 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보안관실은 이들 가족이 총 12.9km의 등산로를 이동했으며 발견 당시 2.5 리터 크기의 물통 하나만 가지고 있었던 데다 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반려견 ’오스키‘의 사망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역시 고체온증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안관실은 가장 더울 때 이 등산로를 찾는 사람들은 없다며 가족들이 해당 지역에 이사온지 얼마 안돼 지역 특성과 환경을 잘 몰랐던 것이 비극을 불러일으켰다며 브리핑을 끝냈습니다.

하이트 코브 등산로 주변 강에서 확인된 녹조류 (사진:CNN 캡처)


■ 2개월간의 사건 수사.... 초점은 “녹조류와 유해가스?”
그동안 미 언론은 이들의 죽음을 ’미스터리‘라고 보도해왔습니다. 총상이나 둔기에 의한 상처나 동물이나 독충에 물린 흔적도 없었고 자살로 추정할 만한 이유나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애완견까지 그 자리에서 숨졌기 때문입니다. 실종 후 이들 만에 일가족을 발견한 마리포사 카운티 보안관실은 사고 현장과 등산로를 폐쇄하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보안관실은 자살이나 타살 흔적이 전혀 없어 강에서 나온 독성 녹조류나 등산로 부근 폐광에서 유해 가스에 의한 사고 등 몇 가지 가능성을 놓고 사망 원인을 조사해 왔습니다. 방호복을 입은 조사팀이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연방정부와 주 정부 그리고 과학자들까지 동원해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써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족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들이 왜 사망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사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보안관실 브리핑 이후 언론들은 고체온증 (hyperthermia)에 대해 자세히 보도 (사진:NBC 보도화면 캡처)


■ 고체온증(hyperthermia)이란? 일사병과 열사병과의 차이는?
사망 원인 발표가 지연되자 일부 언론은 번개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언론은 보안관실의 브리핑을 전하면서 추가 의혹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온열 질환 가능성이 언급되지 않았던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온열 질환에 의한 사망사례가 없었던 데다 물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 언론은 고체온증 (hyperthermia)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보도를 전했습니다. 고체온증은 대표적인 온열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사병 또는 열사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사병은 더위로 인한 ’열 탈진‘입니다. 고온으로 몸 온도가 37도에서 40도 사이로 상승한 경우 나타나는데 열로 인해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 나타납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두통이나 어지럼증 피로감 무력감 등을 동반합니다. 대부분 어지럼증의 경우 그늘에서 조금 쉬면 금방 회복됩니다. 그런데 이 상태가 악화 되면 발생하는 게 열사병입니다. 쉽게말해 일사병 상태가 지속 돼 신체가 체온 조절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고 두통과 어지럼증은 동반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망하게 됩니다. 고온의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 발생합니다. 때문에 이 일가족의 사망 원인은 ’열사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가족의 명복을 빕니다.

이영현 기자 (lee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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