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증상 완화 넘어 근원 치료 실마리 찾아

이승구 2021. 10. 23. 13: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연구소 "장의 '신경교세포', 염증성 장 질환과 연관성 커"
"장 '신경교세포', 더 근원적 면역기능에 관여하는 사실 발견"
"병원체 침입․조직손상 시 다른 면역세포에 '비상 신호' 발신"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 치료법 개발에 새 표적으로 급부상"
염증성 장 질환. 게티이미지뱅크
 
만성적으로 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 이 질환은 유전, 환경, 면역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복통과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대표 증상이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장염이나 과민대장증후군 등과 달리 염증성 장 질환은 수개월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이 질환에 대한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 실마리를 찾아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과학자들은 20일(현지 시각) 장(腸)의 신경계에서는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교세포가 더 근원적인 면역 기능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 신경계의 교세포는 병원체가 침입하거나 조직 손상이 생겼을 때 면역 반응을 조율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장의 신경교세포가 핵심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며,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발생한다.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에서 유래한 성상교세포. 뉴욕 줄기세포 재단 연구소 제공
 
연구의 초점은 조직 손상에 대한 면역 반응에서 장의 ‘신경교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맞춰졌다. 장의 신경계는 장 근육 수축 등 소화 기능의 여러 측면을 제어하는데, 장 내벽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는 신경계의 한 축이다.

‘신경교세포’(Neuroglia Cell)는 뇌와 척수 내부에서 ‘신경세포’(neuron)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화학적 환경을 조성한다.

신경세포가 신경 조직의 본질적 기능을 맡는다면,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교세포는 혈관과 신경세포 사이에서 영양 공급·노폐물 제거·노화 세포 포식 등의 작용을 한다. 여기에는 성상교세포, 희돌기교세포, 소교세포, 슈반세포 등이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

과학자들은 생쥐 모델 실험에서 회충이 장 내벽에 침입하자 곧바로 면역세포에서 ‘인터페론 감마’가 분비된다는 걸 발견했다.

인터페론 감마는 보통 면역계 세포에 작용하지만, 인터페론 감마의 1차 표적에 장의 신경교세포가 포함돼 있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인터페론 감마에 의해 활성화된 신경교세포는 즉각 다른 면역세포에 비상 신호를 보냈다. 장 조직의 손상 부위로 집합해 감염에 맞서 싸우라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 수집된 궤양성 장염 환자의 조직 샘플 데이터를 분석했다.

궤양성 장염은 결장과 직장의 염증이 오래돼 심한 설사와 위경련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신경세포 이미지. 연합뉴스
 
여기에서 생쥐 실험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장 신경교세포도 인터페론 감마와 연관된 유전자들이 활성화돼 있었다.

이는 장의 신경교세포가 장의 염증성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걸 시사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신경계 발달 항상성 랩(lab)’의 프렌체 프로가츠키 박사후연구원은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해선 현재, 원인 부분은 손 쓰지 못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게 고작”이라면서 “이번 연구의 통찰이 장 신경교세포와 면역계의 상호작용 연구를 심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감염이 없을 때 장의 신경교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페론 감마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경교세포의 작용 능력을 차단해 봤는데, 그랬더니 정상적인 생쥐도 장 조직에 염증이 생겼다.

이는 다른 질병이나 조직 손상이 없을 때도 신경교세포가 장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바실리스 파크니스 박사는 “신경교세포는 다른 여러 신체 기관에도 존재한다”라면서 “다른 데에서도 조직의 건강 유지, 병원체나 독소에 대한 적절한 면역 반응 조율 등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