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독자 만들기 가지각색 공략법, 성공하려면

김예리 금준경 박서연 기자 입력 2021. 10. 23. 10:48 수정 2021. 10. 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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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바이브' '민지리뷰' '23CM' '스물스물' 등 MZ겨냥 매체
'외주화' '연성화' 경계와 '조직 체질개선'이 지속가능성 관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금준경 박서연 기자]

젊은 세대는 신문에 무관심하다. 2017년 미디어오늘이 대학생활앱 에브리타임과 함께 대학생 1017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행태를 조사하며 종합일간지 10곳과 2대 경제일간지에 대해 '신뢰도'와 '매체의 유익성'을 물었는데 12곳 모두 '모른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최근 신문사들이 이른바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매체를 창간하거나 코너를 만들고, 기획 사업도 벌이고 있다. 독자층을 넓히려는 시도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간지들 'MZ겨냥' 매체·코너 마련

한국일보는 지난 12일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매거진 '유어바이브'를 창간했다. 유어바이브는 한국일보의 미스코리아·패션·뷰티 사업 자회사인 글로벌E&B 소속 온라인 매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재테크와 패션·뷰티, 라이프, 스타트업, 인물 등 주제를 다룬다. 한국일보에서 파견한 PD와 팀장(기자), 글로벌E&B 소속 기자 10여명, 외부 기고가 7~8명을 포함해 20여명이 만들고 있다.

▲ 한국일보 글로벌E&B가 청년을 목표층으로 창간한 온라인 매거진 유어바이브

고재학 한국일보 경영전략본부장은 “기존 언론이 다루는 정치사회 이슈를 제외하고, 미래가 불안한 MZ세대의 관심 영역인 주식이나 가상화폐, 라이프스타일과 패션·뷰티 등 영역을 모두 커버하려 한다”며 “콘텐츠 생산에서 철저히 기자들 의견을 존중하고 자율적으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고재학 본부장은 “올드미디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 미래 독자 기반이 될 수 있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기획”이라며 “당장 돈을 벌겠다기보단 꾸준히 선호 콘텐츠를 만들어 2~3년 안에 시장에 존재감을 심겠다는 계획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가치소비와 관련한 구매력을 갖춘 MZ세대 매체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듣똑라' '밀실'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시도를 해온 중앙일보는 지난 5월 자사 웹사이트에 별도 페이지 '민지리뷰'를 개설했다. 민지리뷰는 MZ세대 필진 20여명이 '민지크루'를 구성해 젊은 세대가 관심 가질 만한 제품 후기나 비교 체험기, 브랜드 소개 기사를 쓴다. 이들은 스스로 기획회의를 하고 논의를 거쳐 아이템을 선정한다. 오는 11월부터 2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데, 2기는 1기와 달리 기자들도 합류해 기사를 쓴다.

'민지리뷰'를 담당하는 윤경희 중앙일보 솔루션개발팀 기자는 “이 세대가 잘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잘 사는 법은 소비생활과 연결돼 있고 가치 소비와 일맥상통한다”며 “본인들이 볼 때 가장 힙하고 소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을 선정하고 서비스, 제품, 장소 등 리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가 웹사이트에 개설한 '민지리뷰'페이지

윤경희 기자는 “리뷰가 홍보성 콘텐츠로 보일 수 있어 일간지에서는 발전되지 않았지만 MZ세대는 후기를 많이 본다”며 “브랜드가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실사용자가 제공하는 리뷰를 보고 상품을 선택한다. 힙한 아이템 중심으로 쓰다 보니 긍정적인 내용이 많은데 광고 콘텐츠는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이들 기사는 50대 이상이 주로 반응하는 기존 기사와 달리 20~30대와 40대의 관심도가 높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부터 '2030 조선 밀레니얼 라이브'를 표방한 팟캐스트 '23CM'를 런칭했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 기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젊은 시각'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학폭 미투' '2030은 왜 LH에 분노하나' 등 시사 현안 가운데 MZ세대의 관심이 높은 사안을 선별해 제공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취자의 50~60%가 30대로 2030 청취자 비중이 높다.

▲ 조선일보 23CM

매일경제는 20대 독자를 위한 '스물스물' 코너를 선보였고 사업으로 확장했다. '스물스물'은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를 대상으로 취업 관련 콘텐츠와 “코로나 방역 위해 포기한 대학생 '심리 방역'” 등 대학생 시선의 뉴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부동산 재테크, 취업준비·진로상담 등 20대가 관심을 갖는 이슈에 대해 전문가 중심의 양방향 소통 세미나 등을 여는 '스물스물 캠퍼스'와 멤버십인 '스물스물 멤버십'을 출시했다.

의미 있지만... '연성화' '외주화' 경계하고 '체질 변화' 관건

신문사들의 청년 독자 확보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신문들은 주요 매체의 이 같은 시도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한 신문사 기자는 “주 독자층을 파악하고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큐레이팅하고,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등 다른 매체의 사례를 보면 우리 매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지속가능성 면에서 과제도 있다. 이승한 TV 칼럼니스트는 기성 매체가 청년 독자와 소통을 시도할 때 단순 뉴스 소비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실제 젊은 세대에 주도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청년이 참여하는 기획들이 성공하려면 'Z세대의 기호를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이 뉴스룸을 꾸리고 주도할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기획에서 나타나는 뉴스의 연성화가 과연 Z세대 에디터들의 결정인지 아니면 매체 창간을 기획한 시니어들이 정해 놓은 방향인지 조금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청년을 직접 타깃으로 한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 경향신문이 1995년 당시 X세대로 불린 신세대 청년층을 겨냥한 '매거진X' 창간이 대표적이다. 방송사의 경우, 2010년대 이후로 각사가 꾸린 영상매체·뉴미디어팀이 20~30대 청년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돼 청년층의 이목을 이끄는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언론사들의 카드뉴스 기획도 기존 뉴스와 멀어지는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 디자인= 권범철 만평작가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기존 뉴스룸 내 화학적 결합”이 없다면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모두 그랬던 건 아니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인턴, 에디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냥 젊은 독자를 잡을 콘텐츠가 필요하니 젊음을 싸게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대응하다보니 매체의 특성이 사는 콘텐츠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며 “정말로 MZ세대들과 소통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닷페이스'나 '디에디트', '뉴닉'처럼 실제 청년 세대가 만들고 운영하는 매체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자생하는 매체에도 힘을 실어 뉴스 생태계를 두텁게 하는 방향도 고려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레거시미디어에서 비어 있던, 기성매체가 도달하지 못하는 MZ세대 독자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이들 세대가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재방문시켜, 충성독자로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들 세대를 정확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코어층'을 잡을 수 없고,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멈춰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성규 대표는 “피드백을 내부에서 계속 받아주는 구조가 필요하고, 그 세대 독자에게 수용성 높은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세대의 동조성이 중요하다”며 “생산자를 그 세대로 구성하고 기성 세대가 데스킹 역할을 하기보다는 보조적으로 관여하는 등 조직 문화 자체의 유연성이 보태지지 않으면 지속하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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