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러 천안가자"..천안시 자전거 둘레길 100리 조성

이시우 기자 2021. 10. 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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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길 잇고 노면 정비해 인프라 구축..자전거 문화팀까지 신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박상돈 시장.. "고품격 문화도시 밑거름될 것"
천안시는 자전거 둘레길 100리 조성 등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뉴스1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아침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8일 오전 8시, 붉은 색 웃옷에 헬멧, 마스크까지 쓴 자전거 라이더가 천안시 청사로 들어왔다. 거치대 앞에 멈춰 선 라이더는 가볍게 자전거를 들어 거치하고는 인사를 건넸다. 그제서야 라이더가 박상돈 천안시장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얼굴에는 땀이 맺혀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시장 집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자전거 예찬론을 펼쳤다.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천안시장 그는 "자전거 만큼 좋은 운동 기구는 없는 것 같아요. 운동만 되는 게 아니라 편리하고 심리적 안정감도 주죠. 효용성이 굉장히 높은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또 함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고요. 오늘도 다른 라이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왔지요"라며 즐거워했다.

집무실에 도착한 박 시장이 씻고 옷을 갈아 입는 동안 비서 이은호씨는 "많을 때는 일주일에 3~4번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세요. 시청까지 대략 50분 정도 걸리는 데, 수행 비서도 없이 혼자 오세요. 뭐든지 직접 하시는 걸 좋아해서 저희가 자전거 거치라도 도와드리려고 해도 싫어하세요"라고 귀띔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출퇴근 길에 자전거를 애용한다. 지난 18일 자전를 타고 출근한 박 시장이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있다.© 뉴스1

라이더에서 시장으로 바뀌는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전거 복장을 벗고 정장 차림으로 갈아 입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라이더의 그것이었다.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치부는 감추고 싶기 마련인데, 박 시장은 주저없이 천안시 자전거 길의 아쉬운 점을 쏟아냈다.

"노면 관리가 안돼 있어요. 노면만 좋아도 5~10분은 단축될텐데. 또 길을 가다가 뚝뚝 끊겨요. 타다 보면 짜증날 때도 있지요"

그가 거침없이 불만을 쏟아놓을 수 있었던 데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결할 계획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천안에도 자전거 길이 많아요.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죠. 누군가 관심을 갖고 1년 반짝 만들다 가버리고 또 잠깐 만들고를 반복하다 지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예요"

◇자전거 타고 천안 한바퀴 천안시는 지난 2월, 뚝뚝 끊어진 자전거 길을 연결하는 자전거 둘레길 100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성환천 억새길, 입장 포도길, 입장 부소문이길 등 각각 개발된 자전거 길을 이어 자전거를 타고 천안 외곽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안형 자전거 둘레길 100리 노선도© 뉴스1

외곽을 순환하는 길이 완성되면 거미줄처럼 도심으로 이어지는 방사형 자전거 길을 이어나갈 구상도 세워뒀다.

지난 4월에는 이를 관리하고 추진할 자전거 문화팀까지 꾸렸다.

박 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자전거 길 조성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미 자동차 위주의 도로 교통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이 속속 등장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자전거의 효용성이 남아 있을까?

박상돈 시장은 "자전거는 페달을 밟는 만큼 움직여요. 세게 밟으면 운동이 되고, 천천히 밟으면 심리적 안정을 얻으며 기분 전환도 할 수 있죠. 이동 수단이라는 편리함은 기본이고 취미, 오락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해요. 자전거는 여전히 효용성이 높은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자전거 길 조성에만 집중 투자해도 수 년이 걸릴 일이다. 길만 닦는다고 끝날 일도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만한 공간도 필요하다.

"뮌헨을 방문했을 당시의 인상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대학이 도시 중심에 있는데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돼 있었어요. 학생들이 자전거 타고 학교에 오고 잔디에 앉아서 책을 읽는 데 얼마나 멋있던지"

시장실 벽 면에 적힌 시정 목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새희망 미래도시, 고품격 문화도시, 스마트 교통도시’. 자전거 길은 박 시장의 시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밑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길, 살고 싶은 도시 밑거름 아직 갈 길은 멀다. 자전거 길 조성에만 집중 투자해도 수 년이 걸릴 일이다. 길만 닦는다고 끝날 일도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만한 공간도 필요하다.

그는 천안삼거리공원을 꼬집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천안삼거리공원은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는 기점이자 영호남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한 관문이던 천안삼거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공원 곳곳에 능수버들이 늘어지고 연못이 자리잡아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았지만 언제부턴가 외딴 섬처럼 시민의 삶에서 비껴난 장소가 됐다.

박상돈 시장은 자전거 길 조성이 필요한 이유와 계획 등을 막힘없이 설명했다.© 뉴스1

"삼거리공원의 절반은 자동차 주차장이에요. 흥타령춤축제를 대비하기 위해서죠. 구조 자체를 그렇게 만들어 놨어요. 잠깐 사용하려고"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필수 면적을 제외한 공간은 녹지화해 시민들의 쉼터로 돌려줄 생각이다. 삼거리공원 외에도 도심 속 공원을 정비하고, 태학산과 태조산 등 도시 근교의 휴양림 등을 가꿔 시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꾸밀 계획이다.

"생각해보세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능수버들이 늘어지고 잔디 밭에서 쉴 수 있는 공원이 있어요. 자동차를 타고 가고 싶으세요,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으세요?"

삼거리공원의 능수버들 우거진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상상에 빠진 박 시장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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