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01 / "타협 없는 벽돌쌓기"

매거진 2021. 10.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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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 왜, 다시 벽돌인가?_ 3편


조적STS
신태식 대표

같은 벽돌로 쌓았다는데, 두 건물의 느낌은 너무 달랐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같은 벽돌이라는 걸 믿지 못했다.
신태식 대표가 보여준 조적 기술의 레벨 차는 너무도 극명했다.



나란히 서 있는 이 두 집이 진짜 같은 벽돌로 시공되었나 

그렇다. 왼쪽 집은 내가 시공한 것이고, 오른쪽은 다른 작업자가 한 것이다. 같은 벽돌이라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완성된 건물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미세한 오차라도 무시하고 작업했다가는 결국 오차들이 쌓여 울퉁불퉁한 벽면이 만들어진다. 한정된 시간 내에 쌓는 양에만 치중하는 관행이 문제다. 또한, 벽돌 한 팰릿에서 모든 벽돌을 다 쓸 순 없다. 기준에 안 맞는 벽돌은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특히 고벽돌은 그런 로스율이 높다.

고벽돌 작업을 특히 많이 해왔는데

지금은 고벽돌이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전에는 주로 회장님댁이라 불리는 고급 주택에 적용되었다. 젊은 시절 직장 상사의 제안으로 조적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 일을 배운 현장부터 그런 고급 현장이었다. 덕분에 남들 잘 안 쓰는 고벽돌로, 제대로 쌓는 노하우를 익혀 왔다. 지금은 개인주택 외에도 상가나 고층 건물에도 벽돌을 많이 쓰는 추세라 다양한 현장을 누비고 있다.


별내 포스힐더테라스. 건물 한 채에 매스별로 홍고벽돌, 백고벽돌, 청고벽돌을 분리해 시공했다.


별내 식송마을에만 30채 넘는 고벽돌 작업을 했다고

여기 한 건설사가 다가구나 다세대, 근린상가를 하나의 시리즈로 30채 넘게 시공하고 있다. 내가 고벽돌을 쌓은 첫 집 이후로 입소문을 타고 비슷하게 지어달라고 하니, 그런 모양새가 되었다. 새로 조성되는 마을이라, 요즘 유행하는 벽돌 조적이 천지인데 내가 쌓은 집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벽돌 쌓는 특별한 노하우는 무엇인가

일단 벽돌 자체의 품질도 좋아야 한다. 고벽돌은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진짜 좋은 벽돌과 아닌 벽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오래 쌓다 보니 좋은 흙으로 단단히 빚은 고벽돌을 선별하는 눈이 생겼다. 기준에 미달되는 벽돌은 다 제외하고 좋은 모양의 벽돌만 골라 쓰고, 쌓고 나서 고압 세척을 통해 묵은 때를 벗긴다. 줄눈은 무조건 10㎜ 이내 두께로 넣어야 벽돌이 도드라지며 제멋을 낼 수 있다. 쌓을 때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팀은 20년, 30년 같이 일한 사람들이라 분업과 조화가 명확하다. 

요즘 벽돌의 인기를 실감하나

고벽돌의 대중화뿐 아니라, 철물이나 앵커 등이 많이 생기면서 벽돌 쌓는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건축가가 설계안을 갖고 나를 찾아와 벽돌쌓기 부분에 대해 같이 협의하고 고민하는 현장도 있다. 예전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일이 많다고 다 할 수는 없다. 우리 팀과 맞는 현장, 예를 들어 첫마디에 ‘장당 얼마요?’하고 물으면 난 그 현장은 안 한다. 가용금액이 많지 않더라도 벽돌쌓기의 진가를 알아주는 건축주, 또는 특별한 디자인의 벽돌쌓기 현장이 있으면 관심이 간다.


별내의 한 필로티 주자창 조적공사 모습. 모두 20년 넘게 함께해 온 팀원들이다.


직접 치수를 재어 주문제작한 벽돌을 시공하는 모습.


건축주가 직접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나

내가 쌓은 현장을 보고 수소문해 찾아오는 건축주들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건설회사 대표들이 많다(하하). 이후 자신의 회사에서 짓는 현장에 우리 팀을 또 투입하며 일이 계속 이어져 간다. 내가 다른 현장 일로 시간을 못 맞출 때는 기다려주시기도 한다. 청와대 안에도 내가 쌓은 벽돌이 있다. 그것도 세 분의 대통령 임기 기간 각각 일을 맡아 들어갔다. 이름만 대면 아는 기업 총수들 집도 많이도 거쳐 왔다.

정식으로 회사까지 운영하는데, 아직도 직접 일을 하나

그렇다. 나 같은 경우는 10%도 안 될 것 같다. 일을 따면 중개료처럼 일정 금액을 떼고 하청을 주는 게 만연해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는 더 적은 금액으로 조적을 완료해야 한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나는 아직도 현장에서 팀원들과 어울려 직접 벽돌을 쌓는다. 대표가 현장을 함께 하냐 안 하냐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또한 철물 디테일들도 많아져 현장에서 계속 연구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로 어떤 고민들이 이어지나

난 현장에 따라 보강용 철물을 따로 주문한다. 모든 현장이 동일한 규격의 철물을 쓸 수 없다. 단열재 두께나 부착 형태, 벽돌의 두께나 강도 등 모든 조건이 다르다. 그래서 현장에 방문해 제반 사항들을 확인하고 설계자나 현장소장과 협의해 철물회사에 별도로 주문을 넣는다. 내가 직접 치수를 그려 넣은 그림을 그리곤 한다. 벽돌 역시 필요한 규격이 있으면 직접 도면을 그려 벽돌회사에 주문한다. 조적은 이처럼 사소한 디테일이 중요하다.

선호하는 벽돌이 있나

고벽돌, 수입벽돌, 국내 점토벽돌 등 여러 제품을 다루는데, 강도가 가장 문제다. 벽돌을 쌓다 보면 절단 가공이 필요한 데, 요즘 어떤 벽돌은 연탄재를 많이 넣어서 자르다가 부서지는 일이 다반사다. 좋은 흙으로 제대로 된 압축 강도를 유지한 제품, 치수 차이가 나지 않는 제품을 써야 시공도 편하고 하자도 없다.



(위, 아래) 신태식 대표가 조적을 맡았던 건축 현장들. 다양한 디자인, 높아진 층고로 인해 철물과 시공 디테일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조적 기술에서는 무엇을 중요시하나

지나는 길에 벽돌집들을 보면 수많은 하자를 발견한다. 일단 조적선이 일정하지 않아 보는 이의 마음에 불편을 주는 집이 많다. 잘 쌓은 벽돌은 그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 또한 잘못 쌓은 벽돌을 숨기려고 줄눈을 더 내밀거나 두껍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예쁘지 않다. 줄눈을 3㎜ 정도 들여서 시공하면 벽돌을 더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빛에 따라 음영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벽돌 자체를 울퉁불퉁하게 쌓으면 절대 병행할 수 없는 공법이다.

잘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쌓기 전 준비가 절반을 좌우한다. 제대로 된 바탕, 하중 분산과 방수를 위한 작업, 적합한 철물, 좋은 품질의 벽돌. 이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라야 조적공이 그 기술력을 맘껏 뽐낼 수 있다. 물론 그 준비사항들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도 조적공의 몫이라고 본다. 또, 골조벽과 조적벽 사이에 습기를 제어하고자 일정 간격을 띄워 시공하는데, 습관처럼 남은 모르타르를 그 틈 사이로 채우는 현장이 정말 많다. 습관처럼 해 오는 일이지만,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벽돌로는 하기 어렵다고 남들이 손사래 치는 현장에 신 대표는 늘 해결책을 제시해낸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 덕에 많은 이들이 그의 팀을 찾고 있다.


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언젠가 벽에 차가 충돌해 벽돌이 파손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려 10년 전 시공한 현장이었다. 그래도 당장 달려가 수리해줬다. 내가 안 되면 팀원이라도 보내서 바로 처리시킨다. 내가 쌓은 현장에 크랙 같은 하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람을 느낄 때는

옥상의 보, 창호 주변 등 까다로운 부위에 벽돌 디테일을 멋지게 풀어냈을 때, 기분이 좋다. 또, 건축사들이 내가 작업한 건축물이 무슨 상을 받았다고 사진을 보내줄 때도 고맙다. 그래도 가장 보람될 때는 내가 쌓아 올린 벽돌을 볼 때다. 잘 조적된 벽돌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그 이치는 벽돌의 역사만큼 우리에게 스며들었을 것이다. 잘 쌓은 벽돌이 주는 좋은 영향. 그것 때문에 내가 이 일에 사명감을 갖고 아직도 현장에 있는 것 아닐까.


취재협조_ 조적STS https://blog.naver.com/sts8448

취재_ 편집부  |  사진_ 변종석, 신태식 제공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10월호 / Vol.27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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