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건보공단 상담사 소속기관화가 '청년 일자리 빼앗기'?

신다은 2021. 10. 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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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민간위탁 건보공단 고객센터 '소속기관화'
보수 언론에서 불공정·예산 추가 프레임
건보공단, 논란 차단용 선제적 '팩트 체크'
지난 2월8일 서울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건강한노동세상이 조합원 상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지난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소속기관화가 결정된 것과 관련해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직원 직접고용 때처럼 다시 ‘불공정’ 시비가 일 조짐을 보이자, 건보공단이 선제적으로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팩트 체크’에 나섰다.

건보공단은 22일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운영방식 변경에 대한 3대 가짜 뉴스’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고객센터 소속기관화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밝혔다. 전날 보수 언론 및 경제지가 ‘고객센터의 소속기관화는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하고 청년 일자리도 빼앗는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공단 취준생 역차별? “조직도 채용 직군도 달라”

건보공단은 소속기관화로 청년층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단의 정규직 채용 직군은 행정직과 요양직, 전산직 등인데 상담직은 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취업준비생 대부분이 공단의 정규직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담직을 원하는 분은 소속기관인 고객센터의 채용계획에 따라 지원하면 된다”며 “소속기관은 공단과 분리된 별도의 조직이라 공단이 (소속기관 때문에) 정규직을 덜 뽑거나 채용계획을 바꾸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상담사들이 민간위탁 기업에서 소속기관으로 적을 옮기더라도 상담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며, 급여나 승급도 별도 체계를 적용 받는다. 콜센터를 정규직화한 국민연금공단 등 상담사들도 기존에 받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가 책정됐다.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벌여 소속기관화를 이끌어냈다는, 이른바 ‘떼 쓰기’ 프레임도 반박했다. 공단은 “사무논의협의회 결정만 지연됐을 뿐이고, 파업 자체는 협의회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 2월과 6월, 7월 세 차례 파업해 간접고용으로 인한 열악한 처우를 알렸다. 상담사들은 공단이 필요로 하는 대국민 보험 안내 서비스를 도맡으면서도 공단에 소속되지 못한 것과 되레 공단이 책정한 약 215만원 인건비 가운데 180만원의 기본급을 제외한 나머지 수당을 극한 경쟁을 거쳐 나눠야 했던 현실을 밝혔다. 형식적으론 건보공단이 2년마다 계약하는 하청업체의 직원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건보공단이 하달하는 각종 업무지침에 따라 공단 업무를 처리해 왔음을 알린 것이다.

시험 안 거쳐 불공정? “직고용 업무 간접고용이 차별”

한편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직에게 경쟁채용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을 또 한 차례 내비쳤다. 전날 김용익 이사장이 “시험 등 공정채용절차와 제반사항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공단도 “시험 등 공정한 채용절차와 필요한 사항들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노조는 상담직이 청년 선호 일자리라고 보기 어려워 경쟁 채용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양쪽의 입장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 수반되는 ‘공정’ 논란은 지난 2019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당시 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의 거센 반발 이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지금은 ‘시험을 거쳤느냐’는 것만으로 공정성을 문제 삼는데 사실상 직고용됐어야 할 노동자들이 수년 간 간접고용으로 차별을 받아온 것도 공정한 건 아니다”라며 “일자리가 양극화되고 대-중기 격차나 원-하청 격차가 워낙 커지면서 공공부문 정규직 자체가 하나의 신분처럼 여겨져 공정 논란까지 이르게 된 것인데 이런 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추가 소요? “현재 민간위탁 사업비 그대로”

아울러 건보공단은 고객센터의 소속기관화와 관련해 ‘예산이 더 느는 것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반박했다. 공단은 우선 소속기관화로 예산이 추가로 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단은 “소속기관으로 변경해도 현재 민간위탁으로 운영 중인 정원과 예산(도급비)을 그대로 옮겨서 운영하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증액이나 추가 인력증원은 없고, 따라서 보험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이제까지 민간위탁 기업에 지출했던 도급비 626억원을 그대로 사업비로 전환해 사용하기로 했으며, 오히려 민간위탁 기업 몫으로 제했던 도급비 일부를 상담사 처우개선 등에 쓸 계획이다.

실제로 민간위탁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인건비는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증가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콜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을 결정한 용인시의 비용 부담 비교 자료를 보면, 민간위탁 방식은 연간 9억2700만원이 들고 직접고용 방식은 8억99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민간 기업에 배정했던 이윤이 빠진 결과다. 류호정 의원실이 지난 3월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126개 공공부문 ‘심층 논의 필요 사무’의 타당성 검토 자료에서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민간위탁을 유지하겠다는 기관은 4개에 그쳤고 나머지 기관들은 ‘민간의 전문성·효율성’을 이유로 들었다.

복리후생비 증가? “소속기관 처우 개선 제한적”

호봉제나 복리후생 개선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순 있지만, 이 역시 자회사나 소속기관 노동자에겐 제한적이다. 본사 정규직이 되면 사무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처우를 요구할 수 있지만 본사와 분리된 자회사·소속기관 노동자들은 이를 요구하기가 난망해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오래 연구해 온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통상 정규직화를 하면 처우개선에 따른 미래 비용이 든다고 하지만 자회사나 소속기관은 그런 비용이 크게 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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