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대카드는 PLCC에 코드명을 붙일까?

재즈, 돌핀, 루비, 로즈 등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유타는 8월 말 예정대로 공개되나요?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는 유타의 대표 컬러와 IT 기업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현대카드다운 해석이 담겨야 합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 부회장이 말한 유타는 미국의 주(州)를 가리키는게 아니라 현대카드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PLCC(사업자 전용 신용카드) ‘네이버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부르는 암호명이다. 지난 8월 네이버 현대카드가 공개되기 전까지 현대카드 내에서도 유타가 뭘 가리키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국내 신용카드 업계 최초로 PLCC 비즈니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열네개 브랜드의 PLCC를 탄생시켰다. 이중 7개의 PLCC 프로젝트에 암호명을 붙였다. 해양 생물, 국가의 수도, 광물, 음악의 장르, 꽃의 이름 등 다양한 종류의 단어들이 암호명으로 사용됐다.

사실 현대카드가 PLCC 프로젝트에 암호명을 붙이기 시작한 건 코스트코와의 제휴사업자 프로젝트 때부터였다. 독점 제휴사업자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코스트코의 차기 비즈니스 파트너 선정은 카드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기에 현대카드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외부의 견제나 방해를 받을 수 있었다. 현대카드는 이 프로젝트에 ‘찰리’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현대카드가 진행하는 모든 PLCC 프로젝트들은 암호명으로 불렸다. 대한항공 현대카드 프로젝트는 돌고래를 뜻하는 ‘돌핀’으로 지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향후 다른 카드사와 추가로 신규 마일리지 카드를 만드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대한항공과 협의했기에 타 카드사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며 “때문에 날쌔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영민한 돌핀처럼 속도감 있게 프로젝트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코드명 후보 리스트를 마련해 놓고 이 가운데 해당 프로젝트에 적절한 단어를 암호명으로 선택한다. 코드명 후보 리스트에는 도시나 보석, 동물, 식물 등 다양한 분야의 단어들이 들어 있다. 배달의 민족의 ‘루비’, 쏘카의 ‘재즈’, 무신사의 ‘로즈’ 등 현재까지 붙여진 암호명들을 보면 특별한 의미 부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글자이면서 발음하기 쉽고 해당 기업과 특별한 연관성 찾기가 어렵게 해야 한단 원칙은 있었다. 스타벅스의 코드명 ‘리마(LIMA)’는 쉽게 가보기 힘든 지명을 찾다 떠오른 이름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전무후무한 PLCC를 기획한다는 뜻에서 미답(未踏)의 지역명을 암호명으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태양계의 어떤 행성으로 정하려 했었다”며 “하지만 그보단 많은 이들이 가보지 못했지만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를 고르기로 해 페루의 리마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리마에서 매해 세계적인 커피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각각의 암호명이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암호명에는 각 프로젝트의 성격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더 나은 상품으로 발전시킬 지에 대한 현대카드의 고민이 담겨있다”며 “최고의 기업들과 은밀하면서도 공격적으로 전례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 온 현대카드의 노력이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현대카드 고유의 PLCC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