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박혜진, 우리은행 왕조의 마지막 자존심

손동환 2021. 10. 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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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선수가 있다. 그게 에이스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 간의 역량 차이는 크지 않다. 누군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그 미세함의 차이가 한 시즌을 좌우한다.

‘ACE’는 승부의 중심에 선다. 매 경기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평가받고, 영향력 때문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어떤 경기에서는 환호를 받고, 어떤 경기에서는 비판을 견뎌야 한다. 이로 인해, ‘ACE’가 받는 중압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KBL 10개 구단 모두 승부를 결정하는 ‘ACE’를 보유하고 있다. 농구가 5명의 합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목이라고는 하나, ‘ACE’의 역량이 분명 중요하다. 2021~2022 시즌 개막 전 각 구단의 ‘ACE’를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 구단별 ‘ACE’ 선정은 기자의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한다)

[박혜진 2020~2021 시즌 기록]
- 정규리그 : 19경기 평균 32분 11초, 17.4점 4.5리바운드 2.6어시스트 1.1스틸
- 플레이오프 : 3경기 평균 38분 20초, 18.0점 5.0리바운드 3.3어시스트 2.3스틸

아산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 춘천 우리은행 시절부터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2010년대 중후반에는 넘을 수 없는 팀이었다.

이승아(은퇴)와 박혜진(178cm, G), 임영희(현 우리은행 코치)와 양지희(전 부산 BNK 썸 코치) 등이 왕조의 주역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왕조의 주역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 임영희가 2018~2019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왕조 멤버 중 박혜진만이 아직도 뛰고 있다.

박혜진이 우리은행 왕조의 마지막 자존심인 셈이다. 홀로 남았지만, 일당백을 다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컬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우리은행의 컬러를 누구보다 잘 실현하는 이가 됐다. 2019~2020 시즌과 2020~2021 시즌에도 우리은행에 정규리그 1위를 안겼다.

물론, 김정은(180cm, F)과 김소니아(176cm, F), 최이샘(182cm, C)과 박지현(183cm, G) 등 박혜진을 받쳐줄 자원이 많다. 이들 모두 WKBL 내에서는 상위 클래스에 있는 선수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박혜진처럼 꾸준하고 위력적인 선수는 아니다. 박혜진만큼의 임팩트나 우승 경험을 쌓지도 못했다.

박혜진이 부침을 겪은 때도 있었다. 2020~2021 시즌 초반 족저근막염으로 11경기나 이탈했고, 그 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는 김정은의 부상 이탈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박혜진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난 후, 우리은행은 정상 궤도를 유지했다. 다소 침체된 박지현과 김소니아에게 활력을 실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배혜윤(182cm, C)-김한별(178cm, F)이 버틴 용인 삼성생명을 상대로 선전했다. 어린 선수들을 대신해 승부처 경쟁력을 보여줬다. 비록 우리은행이 1승 2패로 삼성생명에 패했지만, 박혜진의 영향력은 여전히 컸다.

박혜진은 이번 비시즌 팀을 자주 비웠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과 2021 FIBA 아시아 컵 출전 때문이다. 2012~2013 시즌 이후 매년 겪어왔던 일이라고는 하나, 팀원들과의 호흡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박혜진의 승부처 경쟁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박혜진이 우리은행의 에이스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 매년 대표팀 차출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음에도, 제 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박혜진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알고 있다. 첫 우승 이후 매년 부담감이라는 단어와 마주했고, 부담감과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2021~2022 시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통합 우승’을 위해, 더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짊어지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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