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 무조건 '엄정하게' 막는 게 능사일까

문경란 2021. 10. 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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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지만 소수자에게 더욱 소중한 인권이다.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어떠했을까?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엄정 대응'과 '엄정한 사법조치'로 일관해왔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안전한 간격을 유지한다면 집회를 원천봉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통제와 금지 위주의 집회 대응 방침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의 견지에서 세세히 살피고, 방역과 집회의 자유를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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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대해 경찰은 '엄정 대응'과 '엄정한 사법조치'로 일관해왔다. 불확실한 위험성을 근거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기를 구실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다름없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는 집회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 놓여 있는 집회금지 안내문.​​​​​​​ⓒ연합뉴스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지만 소수자에게 더욱 소중한 인권이다. 다양한 자원과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언론이나 정책, 법제화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관철할 수 있다. 반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를 찾지 못한 이들은 거리나 광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가 “집회는 소수집단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일 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통제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집회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으로 일관해왔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수도권의 경우 1인 시위 외에 모든 집회는 금지된 상태다. 전국의 지자체는 고시를 통해 집회를 금지할 장소를 지정하거나, 집회 인원을 제한해왔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호전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한번 결정된 집회 금지 기조는 변함없이 계속되었다.

특정 집회 금지를 앞두고서는 유독 집회 금지 적용 기준에만 방역단계를 격상시키기도 했다. 지난 7월5일 강원도 원주의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촉구 집회를 앞두고 원주시는 집회 하루 전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단계 높이면서 집회 기준에는 또다시 한 단계를 더 높여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게다가 몇몇 지자체의 고시는 평소 집회가 자주 열리는 특정 장소에 모든 형태의 집회를 금지하기도 했다.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어떠했을까?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엄정 대응’과 ‘엄정한 사법조치’로 일관해왔다. 경찰 차벽과 펜스로 틀어막고, 불심검문과 차량 검문을 통해 집회 참가자가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했다. 엄정 사법조치에 따라 야간에 차량 시위를 주도한 전국 자영업자 비대위 공동대표는 검찰에 송치됐고, 도심 집회를 주도한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속됐다.

일부 집회·시위자들의 일탈행동이 자초한 바도 크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 때 일부 종교인들과 보수 단체의 집회에서는 신고 규모의 50배가 넘는 인원이 쏟아져 나왔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바닥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등 위험한 행동도 불사했다. 확진자가 수백 명 발생하면서 이후 법원의 집회 허가 결정이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이 같은 경우 엄정 대응과 엄정 처벌은 마땅하다.

모든 집회가 위협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자. 모든 집회가 코로나19를 전파시키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을까.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안전한 간격을 유지한다면 집회를 원천봉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게다가 집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실외 공간에서 행해진다. 최근 선거 경선에서 지지자들 수백 명이 밀집했지만 거리두기 체계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불확실한 위험성을 근거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적한 것처럼 위기를 구실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다름없다. 설사 자유를 제한할 경우라도 적법성을 따지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유엔은 ‘공중위생 위기 상황에서의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근거가 모호한 집회 금지 기준을 재검토하고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통제와 금지 위주의 집회 대응 방침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의 견지에서 세세히 살피고, 방역과 집회의 자유를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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