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유승민, 전두환-김재익 발언 내로남불"..국회 회의록엔 與 송영길·김두관까지?

한기호 2021. 10. 2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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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토론서 劉 "全 발언 진의 왜곡됐다더니, 진심 사과하냐"
尹 "'金에 경제 맡겨 80년대 먹고 살아, 좌우 모두 부인 못한다'더니" 되쳐
국회 기재위 회의록, 부총리 향한 '全 김재익 기용' 예시 잦아..유승민·권성동, 송영길·김두관
10월22일 YTN과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등으로 생중계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본경선 2차 맞수토론에서 유승민(왼쪽) 전 의원과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각각 주어진 시간 20분을 할애해 설전을 벌였다.유튜브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제20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2018년 10월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유승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요구하면서 "전두환 시절의 경제에서는 당신이 대통령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이야기하면서 힘을 실어 주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말한 대목이 실려 있다.국회 회의록 갈무리
제20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2016년 6월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당대표)이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이끌어낼 방안이 남북관계 해결 말고는 이제 없다"며 "부총리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전두환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를 모르니까 서석준, 김재익 같은 제대로 된 경제관료를 세워서 일을 시켰다"고 말한 대목이 실려 있다.국회 회의록 갈무리
제20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2016년 10월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김두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전두환 대통령이 국정을 하실 때 경제 부분은 서석재 경제부총리 그리고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전적으로 맡겨서, 그 당시에 3저 호황이라 굉장히 여건이 좋기도 했지만 전문가들한테 전적으로 위임을 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저는 해봤다"고 전제하며 통계청 내 북한 통계 담당 공무원 증원을 요청하는 질의를 했다.국회 회의록 갈무리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승민 전 의원과의 1대1 토론에서 자신이 홍역을 치른 '전두환 발언' 관련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기간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작고) 발탁에 관해 "그 덕택에 우리가 80년대를 먹고 살았다. 그것은 좌파든 우파든 부인 못 하는 사실"이라고 평가한 바 있으면서 '권한 위임 정치'를 주장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구갑 당원협의회 사무실 방문 당시 "군사 쿠데타(12·12)와 5·18(광주 유혈진압) 잘못한 부분만 빼면 정치는 잘 했다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신다"며 "이분(전 전 대통령)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을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것이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에게"라고 말했다가 논란을 겪고, 이틀 만인 21일 오후 페이스북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른 바 있다. 그러나 이튿날 윤 전 총장의 반려견 '토리'를 내세우고 캠프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사과를 개에게 주는' 모습의 사진을 올린 경위를 놓고 추가로 파장이 일었고, "전두환이 공과(功過)를 따질 인물이냐"는 홍준표·유승민 캠프의 공세도 거세진 터다.

유 전 의원은 22일 오후 YTN이 주관한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후보 제2차 맞수토론에서 윤 전 총장에게 "(전두환 발언에) 사과를 하시고. 불과 한 12시간 지나서, 한 10시간 지나서 인스타에서 한번도 아니고 두번을 캠프 관계자가 국민을 완전히 무슨 개 취급하는 이런 사진을 올렸다"며 "과일인 사과하고 국민들께 사과하는 거하고, 그게 왜 이렇게 같은 날 동시에 일어나느냐"고 따졌다. 윤 전 총장은 "강아지(토리)는 제가 9년 동안 자식처럼 생각하는 우리 가족"이라면서 "(돌잡이 사진부터 시작해) '사과 관련된 스토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도록 한 것도 일단 저"라며 "관련된 모든 불찰과 또 책임은 제가 지는 게 맞다"고 답했다.

뒤이어 화제는 본안 격인 전두환 발언으로 넘어갔다. 유 전 의원은 "당초에 문제가 된 '전 전 대통령이 5·18, 12·12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그 발언에 대해선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를 하는 거냐"며 "처음엔 이게 '발언 취지가, 진의가 왜곡됐다' 자꾸 그러면서 이건 '사람을 잘 쓰자,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쓰자는 이야기다'라고 계속 말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우리 국민들이 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제가 (사과)말씀을 드리기 전에, 먼저 제 뜻(진의)은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본인(유 전 의원)도 '전 전 대통령이 김재익을 써서 경제를 잘 챙기고 우리가 그 덕분에 80년대를 잘 먹고살았고 이건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다 동의하는 일이다'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받아쳤다. "저는 그런 말한 적 없다"며 거리를 두는 유 전 의원에게 윤 전 총장은 "아니다. 언론에 다 나와있다"며 파고 들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또 3년 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같은 말씀을 하셨다"며 "이 얘기(전두환 발언)를 누구한테 비판을 받는 건 다 좋은데. 적어도 유 후보님한테 들을 일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로남불은 그만하시라"고 쏘아붙였다. 유 전 의원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비판한다)"며 "똑바로 속기록 나중에 확인해 보고요"라고 반응했다.

"언론에 다 나와 있는 얘기"라는 윤 전 총장의 주장은 사실로 파악된다. 한 월간지는 22일자 인터넷 기사에서 지난 2004년 10월 7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2018년 10월18일 기재부 국감에서 유승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요구하면서 전두환-김재익 사례를 든 정황을 소개했다. 우선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2004년 당시 '여야 4 정당의 경제브레인들과 연쇄 인터뷰'에 응한 가운데 "전두환-김재익과 노무현-이헌재(당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관계가 비교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은 자기가 경제 모르고 무식하니까 경제는 김재익한테 맡겨서 80년대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덕택에 우리가 80년대를 먹고 살았다. 그것은 좌파든 우파든 부인 못하는 사실"이라며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에 무식하다는 것,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이헌재에게 맡겨진 소명은 '경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경제는 내가 대통령이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었다.

또 2018년 10월18일 국회 기획재정위 기재부 국감 속기록을 보면 유 전 의원은 김 전 부총리에게 "소득주도성장을 방금 말씀하신 것 보니까 전혀 폐기할 생각이 없다"고 포문을 연 뒤 "박정희 시절의, 전두환 시절의 '경제에선 당신이 대통령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이야기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김대중 정부 때도 마찬가지"라며 "부총리께선 사퇴를 하시든 소신을 지키시든 지금 선택지에 계신다"고 발언했다.

한편 '전두환-김재익' 일화를 모범사례로 언급한 인사들은 국회 속기록을 미뤄 유 전 의원으로 그치지 않는다. 특히 현 여권 유력인사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20대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이 경제를 모른다"고 공격하면서 전두환-김재익 사례를 거론한 경우가 눈에 띈다.

2016년 6월29일 기재위의 기재부 업무보고 속기록을 보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당대표)이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이끌어낼 방안이 남북관계 해결 말곤 이제 없다. 전혀 그러한 방안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시급성이 보이지가 않는다"며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르시지 않냐. 최경환 부총리 때도 '박근혜노믹스'란 말이 나오지 않고 '초이(Choi)노믹스'라는 표현이 됐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은 'MB노믹스'라는 말을 썼는데, 그것은 그만큼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른다는 것의 반영"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뒤이어 송 대표는 "그러면 부총리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전두환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를 모르니까 서석준(경제부총리), 김재익(경제수석) 같은 제대로 된 경제관료를 세워서 일을 시켰다. 그런데 일을 하는 것 보면 이번 추경(추가경정예산)도 마찬가지로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끌려다니는 경제부처가 돼선 대한민국 경제회복의 기미를 찾기 어렵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유 전 부총리가 "대통령이 경제를 모른다고 하신 데 대해선 저는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송 대표는 "그건 본인 판단이고 언론이 그렇게 보고 국민이 그렇게 본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섰던 김두관 의원도 2016년 10월14일 기재위의 기재부 국감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국정을 하실 때 경제 부분은 서석재 경제부총리 그리고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전적으로 맡겨서, 그 당시에 3저 호황이라 굉장히 여건이 좋기도 했지만 전문가들한테 전적으로 위임을 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저는 해봤다"고 전제하며 질의했다.

질의의 요지는 "북한 통계를 담당하는 (통계청) 공무원이 2명도 아니고 1.7명"이라며 "독일이 통일 이후 동독 통계가 정확도가 떨어져 갖고 한 5년 정도 굉장히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하더라"라며 "경제부총리께서 적극적으로 예산도 확보해 주고 인력 충원과 관련해 행자부 장관께 요청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2018년 7월27일 기재위 경제현안보고에서 권성동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이제 부총리께서 정부 내에서 정말 잘못된 건 목소리를 높여야 된다"며 소주성 철회를 요구한 가운데 "사람들은 전두환 때 경제가 제일 좋았다고 그런다. 왜? 대통령이 경제 문제 관여 안 하고 김재익 수석한테 맡겨 놓고 전문가 보고 '네가 다 알아서 해라', 그때가 제일 좋았다고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경제정책 문제는 경제 전문가한테 맡겨야 된다. 비주류 경제학자들에게 둘러싸여서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앞으로 이런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지 복안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질의한 내용이 있다. 이 때 김 전 부총리는 "여러 가지 얘기를 너무나 복합적으로 해주셨다"고 반응했고, 발언시간 초과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이자 현재 대선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 이튿날(20일), 송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완용이 나라 팔아 먹은 것을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것과 진배없다"며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온갖 부정·비리를 저지른 전두환 식 5공 정치가 시스템 정치라면 히틀러·스탈린 정치도 시스템 정치라고 부르냐"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로 "전두환 미화발언을 거침없이 하고도 사과조차 하지 하는 윤 후보 역시 공작정치 전문가 전두환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대사)와 소주성 추진을 둘러싼 갈등 후 퇴임, 최근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부총리는 22일자 캠프 논평에서 "'1일 1망언 제조기'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윤 후보가 하다하다 결국 전두환 미화발언으로 망언의 정점을 찍고 있다"며 "평생을 정치검사로 떵떵거리며 살아 온 사람이라 국민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말인가"라고 공격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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