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정재 "'오징어게임' 성공 예감? 작품에 대한 확신 있었죠"

박세연 2021. 10. 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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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이정재가 글로벌 화제작이 된 작품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제공|넷플릭스
배우 이정재(49)가 데뷔 28년 만에 글로벌 톱 스타로 점프했다. 전 세계를 달군 글로벌 화제작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다.

'오징어 게임'(연출 황동혁)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9월 17일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 이 드라마는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TV 프로그램' 1위에 등극하더니 끝내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전 세계 83개국 'TV 쇼 부문' 1위 고지를 밟고야 말았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공개 26일 만에 전 세계 1억 1100만 구독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 중 가장 많은 구독 가구가 시청한 시리즈 기록이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 테드 서랜도스는 '코드 컴퍼런스 2021'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해 역대 비 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그야말로 '역대급'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을 통해 이정재를 비롯해 박해수, 정호연 등 주연 배우들이 세계 미디어 시장에 얼굴을 알렸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키트’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팬들의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형 데스 게임 장르의 새 지평을 열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풍자 및 함축적으로 그려내며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오징어 게임'. 게임 참가자만 456명인 만큼 작품 속에선 다양한 인간군상이 저마다의 절박함으로 목숨을 건 서바이벌에 나선다. 이정재가 맡은 성기훈 역시 이 살벌한 게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극중 기훈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 한심하게 사는 40대 (무늬만) 가장이다. 그는 재혼한 전 부인과 함께 미국행이 결정된 딸과, 당뇨로 입원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큰 돈을 구하던 중 의문의 남자의 제안을 받고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여한다.

경마장을 전전하며 인생역전, 일확천금을 노리는 기훈을 연기하기 위해, 이정재는 최근 몇 년새 큰 사랑을 받은 영화 '신세계', '관상', '암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악의 기운을 쫙 빼고 꾀죄죄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고개숙인 남자'로 변신했다. 데뷔 후 근 30년 동안 보여준 다채로운 캐릭터 향연 속에서도 주로 선 굵은 인물을 연기하며 사랑받아온 이정재에게, '오징어 게임'은 그 도전 자체가 흥미로운 게임과도 같았고 여지없이 승자가 됐다.

'오징어 게임' 이정재는 작품을 통해 도전과 변신을 하게 된 즐거움을 전했다. 제공|넷플릭스
"SNS를 하지는 않지만 눈팅이라 해야 할까. 실감은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사진 올려주셔서 보고, 실제 출연했던 배우들이 예전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 올리기도 하더라고요. 오늘도 한 후배가 '선배님, 선배님이랑 찍은 사진 인스타에 올려도 되나요?' 묻더군요(웃음)."(이후 이정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고, 그의 인스타 팔로워는 불과 며칠 만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믿어지지 않을 수준이지만, 그 누구라도 실감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이 정도로 흥행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겠으나 이정재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콘셉트가 좋다 생각했어요. 어른들의 서바이벌 게임인데, 어려서 했던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꽤 그로테스크 하다 해야할까요. 독보적으로 느껴졌죠. 그리고 장르는 서바이벌 게임 장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게임 안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들이, 왜 거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꼼꼼하게 시나리오에 해놓았고, 그런 부분들이 과장되지 않게, 기훈을 비롯한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아놓은 것들이 그 캐릭터의 엔딩이 됐을 때는 효과적으로 감정적으로 폭발되는 지점이 다른 서바이벌 게임이나 영화와는 차별성을 느꼈어요."

456명이 참가한 '오징어 게임'은 게임 스케일 자체가 남달랐다. 특히 극 초반을 장식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보여준 스케일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이정재는 "그 정도 스케일일 줄은 사실 가늠하지 못했다"며 "촬영장 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세트장이 어떻게 구현돼 있을가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 실제 촬영장에선 사진 찍기 바빴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징검다리 유리 건너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1.5~2m 정도 되는 공간에 띄워놓고 강화유리랑 유리를 깔아놨는데, 안전하니까 뛰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다들 잘 뛰길래 나도 따라 뛰었는데 자꾸 발에 땀이 나서. 징검다리다 보니 간격을 넒게 떨어뜨려놔야 하니까 배열 간격을 여러 번 다시 하면서 촬영했는데, 그 게임이 나에겐 가장 어려웠어요."

넷플릭스 작업은 기존 작업과 어떤 게 달랐을까. 이정재는 "거의 영화 찍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존 촬영과 다를 바는 없었다"면서도 "공개되면서부터는 '아 넷플릭스 OTT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로만 접했지만 넷플릭스가 안 들어가있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국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하고 있다는 데서 놀랐고, 시시각각 올라오는 반응을 잘 조합해서 홍보도 함께 잘 해나가는 것을 보고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의 최후의 승자 성기훈을 열연한 이정재에 대해 해외 시청자들은 '연기파 배우'라는 반응을 주로 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경력이 있음에도 국내에선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꽃미남' 이미지가 워낙 강한 탓에 일각에선 생경한 반응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해외 분들은 저를 잘 모르실테니까, 캐릭터가 그분들 보시기에 저 기훈 역할 만큼은 잘 했다. 그 정도만 생각해주시면 그 이상은 더 바랄 바가 없다"고 겸손해했다.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소시민 중년 남성의 고민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제공|넷플릭스
이정재가 생각하는, '오징어 게임'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특한 부분들이 많이 있죠. 한국 콘텐츠를 떠나서도, 굉장히 독특한 콘셉트이면서 여러가지 측면들이 복합적으로 많이 어우러져 있는 시나리오면서 촬영이면서 캐릭터인 점들이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조합이 잘 맞아서 이러한 내용이 굉장히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이 작품을 거의 10년 가까이 준비하셨다고 했는데, 그 때보다는 지금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요. 그렇다 보니 작품을 만드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이걸 봐주시는 분들의 시기도 잘 맞은 것 같아요."

극중 이정재의 마지막 모습은 빨간머리라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오징어 게임'에 최초 참여할 당시의 '루저' 성기훈의 모습은 온데간데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대본에 있던 설정"이었다며 빨간머리 설정에 대한 견해를 들려줬다.

"왜 빨간머리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나눈 기억이 있는데, 빨간머리는 기훈 나이의 일반 남성이 절대 하지 않는 컬러 잖아요. 절대 하지 않는 어떤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였던 것 같아요. 다만 또 다른 작업도 있어서 (실제로) 빨간머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잘 맞는 가발로 했어요."

황동혁 감독은 이정재에게서 반전 매력을 끌어내고자 했고, 이같은 시도에 이정재는 더할 수 없이 망가진(?) 매력으로 화답했다.

"황감독님이 생각하셨던 것과 내가 차기작에 대해 고민했던 것 중 비슷한 지점이 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다보니 악역과 센 역할밖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근래 했던 작품들이 극중 긴장감을 크게 불러일으켜야만 하는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죠. 그럴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나,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려 노력했는데 계속 그런 캐릭터들이 들어오다 보니 더 뭔가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던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기훈 캐릭터를 제안해주셨어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한 번 오랜만에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님 제안도 반가웠지만 그 캐릭터를 보고 더 반가웠어요."

단 한 번의 순간 생(生)과 사(死)가 결정되는 처절한 생존게임에서도 돋보였던 건 기훈의 인간적인 면모다.

"아마 외국 분들이 보셨을 때는 성기훈이 저런 극한 상황에서도 남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데 그런 생각이나 행동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그런 정서가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렇게 이상해보이지 않았고 마음이 따뜻한 친구로 읽혀졌거든요. 이해 안 되어 연기 못 하겠다는 건 전혀 없었고, 성기훈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잃지 말아야 할 때 잃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용감한 것들이 어느 정도 메시지로도 발현된 게 아닌가 싶어요."

기훈은 대한민국에서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중년 남성의 고민과 삶에 대한 막막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도 뭇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중년 남성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온 건 아니지만, 초반에 딸을 만났을 때, 아빠로서 충분히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무겁고 딸에게 면목 없어하는 장면에서 중년 남성의 힘듦이 느껴졌어요. 딸의 생일에 떡복이를 먹는다거나, 더 많이 해주지 못하고 비 맞고 돌아오는 장면 등에서 '성공하지 못한' 중년남자의 무거운 마음이 연기하면서 느껴졌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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