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거래시 1400만원은 받아야" vs "반값 복비 아직도 비싸"

안혜원/이송렬 입력 2021. 10. 23. 07:01 수정 2021. 10. 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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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현장에선
중개사 "거래도 줄어 힘든데"
소비자는 "그래도 비싸" 불만
"기존계약도 반값 적용해달라"
중개업소-소비자 갈등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반값 수수료가 시행된 이후 진행된 계약이 한 건도 없어요. 크게 피부에 와닿진 않네요.“ (서울 노원구 C중개업소 관계자)

이른바 ‘반값 복비’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이 시행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중개 수수료 인하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매매와 임대차 시장 모두 거래절벽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을 낮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라 매매계약의 경우 6억∼9억원 구간의 최고요율은 0.5%에서 0.4%로 낮아졌다. 9억원 이상 0.9%였던 최고요율도 구간이 세분화되면서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 구간은 0.6%, 15억원 이상은 0.7% 이내에서 협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0억원의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중개수수료 상한선이 기존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져 ‘반값 복비’ 수준이 됐다.

또한 임대차 거래도 3억~6억원은 0.4%에서 0.3%로 낮췄고, 기존 0.8%였던 6억~12억원, 12억~15억원, 15억원 구간도 각각 0.4%, 0.5%, 0.6%의 최고요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보증금 10억원의 전세 거래수수료 상한선은 800만원에서 절반인 400만원으로 내려갔다.

현장에서 중개업소들은 거래가 크게 줄었는데 수수료까지 낮아져 어려움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서초구 Y공인 대표는 ”최근 매매거래가 뚝 끊기고 전세도 매물이 없어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거래가 없는데 중개 수수료까지 인하하라는 요구가 많으니 계약을 올리지 않은 달엔 월세를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J중개업소 관계자도 ”원래 이 지역에선 수수료를 기존 최고요율(0.9%)까지 다 받지 않고 0.5% 선에서 합의해 수수료를 받았는데 개정안이 나온 후 더 깎으려는 매수인들이 있을 듯해 고민이 크다“며 ”매물을 하나를 거래하려면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20여명의 매수인들에게 물건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을 왜 감안해주지 않는 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를 중심으로 국회의사당,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달 중 법원에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모습. 사진=뉴스1


중개보수 상한요율 인하가 일단락됐으나 “그래도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중개보수 인하안 시행을 두고 ‘20억원 짜리 매물을 거래하면 여전히 1400만원 정도 중개보수를 줘야하지 않나’, ‘중개사들이 하는 일에 비해 수수료가 많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서울 대치동에서 반전세 계약을 진행한 김모 씨(39)는 "온라인 플랫폼에 뜬 매물을 보고 전화해서 문의를 했고 전 세입자가 집을 안보여줘 매물을 보지도 못하고 거래를 했다"며 "서비스에 대해서도 크게 만족을 못했는데 그래도 수수료는 수백만원이다. 개정된 수수료율도 과도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시행일을 두고 기존 최고요율을 주장하는 중개사와 개정에 따른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소비자 간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개정 요율이 적용되는 계약일 시점은 19일이다. 잔금이 남았더라도 이날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적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인하 전에 계약서를 쓴 일부 소비자들이 수수료율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서구 화곡동 A공인 관계자는 "시행일 이전에 계약을 하신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수수료를 깎아줄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원칙상 19일 이후 계약부터 반값 수수료가 적용돼 거절했다"고 했다. 신월동 B중개업소 관계자도 "모든 구간에서 수수료가 반값이 되는 것이 아닌데 무조건 반값으로 내린 줄 알고 전화해 물어보기도 했다"며 "어떤 실수요자들은 이미 계약을 했는데 계약일을 다시 미룰 수 있냐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개수수료 인하를 두고 중개업계와 소비자들의 견해차가 여전해 인하 효과가 예상을 밑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 체계에서도 고가 주택일수록 최고 요율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개사가 개정된 요율을 상한으로 적용한다면 실질적인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론적으로는 (개정을)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진행했으면 좋았겠지만 이해관계자들간의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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