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왕조 워리어스, 부활의 시작?

김종수 객원 2021. 10.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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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본격적으로 NBA(미국프로농구) 붐이 일기 시작할 무렵 가장 인기가 높았던 선수는 단연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전 세계 농구 인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이니만큼 농구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도 조던이라는 이름은 알았다. 더불어 조던의 라이벌로 꼽혔던 ‘날으는 냉장고’ 찰스 바클리, 제2의 조던으로 관심을 모은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 존재 자체가 특별했던 ‘공룡센터’ 샤킬 오닐 등이 인기를 모았다.

 

조던, 오닐의 은퇴 이후 주춤하던 국내에서의 인기는 새로운 스타의 등장에 의해 본격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한다. 팬들 사이에서 ‘매운맛 커리’, ‘농구보이 신리’ 등으로 불리는 스테판 커리(33·190.5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3점슛이라는 무기를 주옵션으로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물론 리그 트랜드마저 바꿔버린 커리의 존재는 특별함 그 자체였다.

 

국내에서의 엄청난 커리의 인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예능에 나온 덕이 크다’고 말한다. 인기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예능 출연 이후 인지도가 폭발했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해외 스포츠 스타가 국내 인기 예능에 출연하는 케이스는 상당히 드물고 그로 인한 반사효과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인기가 있었기에 국내 예능에까지 나올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커리는 친근한 판타지 스타로 불린다. 르브론 제임스(37·203cm), 케빈 듀란트(33·206cm), 야니스 아데토쿤보(26‧211cm) 등 리그를 호령하는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사이즈와 운동능력 등에서 괴물같은 포스를 자랑한다. 괴물들이 즐비한 NBA에서도 ‘괴물 위의 괴물’로 불린다.

 

반면 커리는 다르다. 귀엽고 편한 외모에 3점슛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자신보다 크고 신체능력좋은 선수들을 줄줄이 패퇴시켰다. 르브론, 듀란트, 아데토쿤보 등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다른 차원의 존재같다면 커리는 농구를 아주 잘하는 이웃집 친구같은 친근한 매력을 풍긴다.

 

우승을 만들어갔던 과정 역시 딱 국내 팬들이 좋아할만한 스토리다. 이른바 우승을 위해 뭉치는 슈퍼팀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커리는 클레이 탐슨(31·201cm), 드레이먼드 그린(31·201cm)등 드래프트로 팀에 들어온 팀 동료들과 함께 워리어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조던이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를 데리고 왕조의 시작을 이끌었던 장면을 떠올리게한다.

 

새로운 전력, 복귀군과 함께 왕조 재건설 노린다

아쉽게도 2014-15시즌을 시작으로 2018-19시즌까지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그중 3번을 우승했던 워리어스 왕조는 현재는 정상에서 한참 내려와 있는 상태다. 얇아진 벤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리와 함께 리그 최고의 쌍포로 군림하던 '스플래쉬 브라더스‘의 한축 탐슨이 부상으로 빠져 있던 이유가 크다.

 

전성기 시절 워리어스 프랜차이즈 3총사 커리, 탐슨, 그린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단체 스포츠 농구는 개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서로간 조합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각 선수의 능력은 좋지만 조화가 되지 않아 고전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워리어스 3총사는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끌어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간판스타 커리는 볼 핸들러이면서 ‘오프 더 볼 무브’에도 능해 전문 슈터의 움직임이 가능하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상황에 따라 포인트 포워드 그린과 리딩 역할을 분담하기도 한다. 커리 본인의 다재다능함을 뽐냄과 동시에 수비와 리딩에 강점이 있는 그린의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했다.

 

거기에 탐슨은 리그 최고의 ‘스팟업 슈터’중 한명이었다. 커리의 수비가 공격에 비해 약하다는 혹평도 있었으나 포지션 대비 최고 수비수인 탐슨, 그린이 있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셋 모두 BQ가 좋아 스티브 커 감독의 모션 오펜스와 스페이싱 농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했다. 때문에 이름값 자체에서는 더 높은 팀도 많았지만 큰경기에서 워리어스를 만나면 당할 수가 없었다.

 

놀라운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3총사였기에 그중 한축인 탐슨의 부상 이탈은 워리어스 전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커리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저격수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탐슨이 없는 상태에서 집중 견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득점력은 유지하고 있다 해도 플레이의 여유가 떨어지고 체력적, 정신적 압박도 쌓여만갔다. 멘탈이 약한 그린 또한 신바람을 내지못했다. 탐슨의 공백을 무리해서 메우려다보니 커리, 그린 모두 체력저하, 잔부상에 시달렸다.

 

졸지에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워리어스이지만 올 시즌은 느낌이 다르다.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우승 후보 LA 레이커스를 121-114로 꺾은 것을 비롯 다음 경기에서 LA 클리퍼스까지 격파했다. 비록 아직까지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경기 내용이 좋고 접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좋았을 때의 색깔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판스타 커리가 레이커스전 트리플 더블, 클리퍼스전 45득점(1쿼터 25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을 비롯 뉴페이스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로운 전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3년 차 가드 조던 풀(22‧193cm)과 올해부터 합류한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네만야 비엘리차(33‧208cm)가 눈에 띈다.

 

2019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28순위로 워리어스에 입단한 풀은 루키 시절, 공격에서의 자신감은 넘치지만 효율성은 높지 않다는 혹평을 받았다. 득점력에 기복이 심하며 다소 난사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파워 보강에 힘을 쏟았고 경험까지 쌓이면서 전체적 밸런스가 한층 높아졌다.

 

프리시즌부터 범상치 않은 득점력을 뽐낸 풀은 정규시즌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손끝을 자랑하고 있다. 좋은 스피드와 수준급 볼 핸들링을 앞세워 플로터, 핑거롤, 더블 클러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를 성공시키고 미들슛, 3점슛 등 거리를 가리지 않고 쏘는 정확도 높은 슛도 일품이다.

 

꾸준한 트레이닝 덕택인지 어지간한 신체접촉에도 끝까지 밸런스를 잃지 않고 슛을 성공시키는 것을 비롯 몸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슛 거리도 한층 늘어났다는 평가다. 파워라는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보강된 상태인지라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커리와 함께 쌍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최고의 포워드로 명성을 떨쳤던 비엘리차는 2015년부터 NBA 무대에서 뛰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새크라멘토 킹스, 마이애미 히트 등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팀을 오갔다. 득점, 리바운드, 패싱게임 등에 고루 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쪽에서 눈에 띄게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워리어스에서는 이러한 플레이가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 정도 득점력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타적인지라 공 없는 움직임이 좋으며 팀플레이 이해도는 물론 넓은 시야와 빼어난 패싱 센스로 동료들을 돕고 있다. 포워드 버전 니콜라 요키치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커 감독의 스타일과 잘 맞는 유형의 선수라 할 수 있다. 그린과는 닮은 듯 다른 유형의 포인트 포워드인지라 좀 더 다양한 전술 운영과 선수 기용폭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거기에 앤드류 위긴스, 케본 루니, 안드레 이궈달라 등이 돌아가면서 제 몫을 해내며 예전의 두터웠던 워리어스 선수층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오프 더 볼 무브와 수비에 특화된 강력한 슈터 탐슨까지 가세하면 리그 판도를 뒤흔들 복병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한동안 자존심을 구겼던 워리어스가 왕조 재건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NBA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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