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위험? 금융위는 '자기부정', 한은은 '숫자 장난'

김상준 기자 2021. 10. 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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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가계부채는 과연 시한폭탄일까. 정부 부처와 한국은행의 입장은 그때 그때 다르다. 가계부채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기 보다 기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으로 쓰인다는 인상을 준다.

금융위원회의 경우 가계대출 조이기를 하면서 '대출의 질'이 좋다던 최근 3년 동안의 행보를 뒤집었다. 금융위는 2019년부터 올 9월 이전까지 실시한 가계부채 점검 관련 회의에서 꾸준히 은행권 대출의 질이 양호하다고 했다. 2019년 5월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금융위는 은행권 연체율 하락과 분할상환 비율이 늘어난 대출 구조 등을 이유로 건전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2020년엔 은행 등 금융권 순이익 규모를 볼 때 당장 부실이 닥쳐도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금융위는 지난 9월부터 가계부채의 질을 문제 삼았다. 9월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자영업자·저소득층 대출 등이 늘면서 전반적인 부채의 질이 악화했고 향후에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을 언급했다.

금융권은 '물음표'를 붙인다. 금융위가 그동안 대출이 건전하다며 제시한 지표들이 올해 더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은행 연체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손실 흡수 능력에 대해선 '강건하다'고 표현했다. 2019년부터 은행 등 금융사의 연간 순이익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건전성은 최근 3년 사이 나빠진 적이 없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2019년 0.29%에서 올해 6월말 0.22%로 낮아졌다. 전체 은행권(시중은행·국책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올 6월말 기준 0.57%로 2019년(0.77%)과 비교해 0.2%포인트 줄었다.

8월과 9월 사이 금융 환경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고 시중금리도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 다르기는 하다. 그렇지만 내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감안해도 금리 수준은 2019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금융권은 내년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내다본다. 한은은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1.5%로 올렸다 10월에 1.25%로 낮췄다. 금리가 오르면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상환 부담이 늘어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것은 맞다. 대출의 양이 늘었으므로 차주의 이자부담 역시 커진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DTI와 LTV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자 대출이 늘었지만 이는 기업대출까지 포함한 수치다. 가계대출만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늘었다. 5대 은행의 금리 6% 미만 신용대출 비중은 올 6월 평균 94.08%로 나타났다. 마이너스통장은 99.56%의 대출이 금리 6% 미만으로 취급됐다. 6% 미만 금리 대출은 고신용자 대상 대출로 분류된다. 일부 한계가구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가계대출의 질을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대로라면 내년도 가계대출의 건전성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 내년 전망치는 3%다. 올해보다 내년이 낮기는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통상 경제성장률 만큼 가계 소득이 늘어나 상환 능력이 높아진다고 할 때 가계부채가 당장 위험해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거가 된다. 게다가 가계부채 총량 증가를 근거로 줄곧 과거부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해 온 한은이다. 한은은 근래 들어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좋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한은의 스탠스는 금융위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 '대출 규제'라는 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위험이 적다는 논리를 펼 수 밖에 없다. 한은은 9월 기준금리를 올려도 가계가 감내 가능할 정도로 대출의 질이 좋다고 했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이 15만원 늘고, 0.5%포인트 인상시엔 30만원이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유경준 국민의힘은 산식에 금리 변동과 상관없는 고정금리 대출자 수를 분모에 포함하고, 분자에는 변동금리 대출액만 넣어 과소계산했다며 실제 이자 부담 증가액을 각각 22만9000원, 45만8000원으로 추산했다.

가계부채의 질에 대한 평가는 기획재정부의 논리를 보면 또 달라질 수 있다. 기재부는 내년 국세수입예산안에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가격 상승 전망을 반영했다. 국토연구원은 내년 집값이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한다고 봤다. 집값이 오르면 담보 가치가 올라 간다.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주택관련 대출비중이 높으므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는 의미다. 금융위보다는 한은의 견해에 가깝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연 10% 넘는 수준으로 찍으면서 시중은행의 대출을 막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의 대출 조이기는 집값을 잡기 위한 것으로 내년 대선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공학이나 경제상식, 수치에 기반해 정책을 설계하지 않다 보니 말을 바꿔야 하고 숨길 것도 생기는 것"이라며 "대출규제로 인한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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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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