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시시각각 변했던 DB의 변칙 수비, 그리고 'X-factor', 정호영

정병민 입력 2021. 10. 23. 06:30 수정 2021. 10. 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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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의 변칙 수비 전술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원주 DB는 지난 2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75-66으로 승리했다. 자칫하면 연패의 늪으로 빠져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의 주문대로 선수들이 경기 내내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시종일관 삼성을 압도했다. 어렵지 않게 승리를 낚아냈다. DB는 이날 무엇보다도 높은 수비 완성도를 자랑했다.

분명 서울 삼성도 원주 DB와 같은 지역방어를 섰음에도 완성도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이상범 감독은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삼성 빅맨의 높이를 최대한 막겠다. 그리고 김시래(178cm, G)로부터 시작되는 2대2 플레이를 차단하겠다고 전했다. 메이튼의 결장이 불가피해 다양한 변칙 수비로 삼성을 괴롭히겠다”고 말했다.

DB 선수들은 이상범 감독의 수비 주문을 완벽하게 실행으로 옮겼다. DB는 레너드 프리먼(201cm, C)이 휴식을 취할 땐, 윤호영(198cm, F)-김철욱(203cm, C)-김종규(206cm, C) 3명의 포워드 라인을 가동했다. 윤호영이 탑 위치에 서서 삼성 가드진 볼 흐름을 방해했다. 3-2 드롭존의 중심적인 역할이었다.

3-2 드롭존 같은 경우는 공이 골밑으로 투입이 되면 탑에 위치한 선수가 골밑까지 수비 범위를 넓힌다. 이어, 골밑으로 공이 투입되면 골밑 수비를 담당하는 선수들과 공을 가진 선수를 둘러싼다. 그래서 탑에 위치한 선수는 뛰어난 기동성, 탁월한 수비 센스,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 등 많은 사항이 요구된다. 그 역할을 제일 잘 해내는 선수가 DB에선 윤호영이다.

지난 22일 경기 역시 탑에서 삼성 가드들이 쉽게 슛을 던지거나 골밑으로의 볼 투입을 어렵게 했다. 투입된다 한들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 수비를 가 외국 선수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뛰어난 수비 협동력을 선보였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공격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갔다.

삼성도 DB와 똑같은 수비 형태를 띠었음에도 손쉽게 공간을 허용했다. 삼성의 수비를 깨는 중심에도 윤호영이 있었다. 단 한 번의 페이크로 이원석(207cm, C)을 날려버렸다. 돌파에 이은 패스로 외곽 슈터들의 득점을 도왔다.

계속해, 볼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완벽하게 캐치했다. 그의 적재적소의 패스에 나머지 DB 선수들은 가뿐히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험이 부족했던 이원석은 윤호영과 김종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전 경기까지 윤호영은 공격에서 2% 부족하던 모습을 보였다. 수비에선 안정감을 부여하지만 공격 적극성이나 정확성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선 공격에서의 아쉬움마저 말끔히 지워버렸다. 이상범 감독이 그토록 바랬던 부분이었다.
 

 


또한 DB는 프리먼이 뛰었을 땐, 맨투맨 수비를 가동했다. 맨투맨 수비를 바탕으로 가져가되, DB의 수비가 삼성의 스크린에 걸리면 재빠르게 스위치 수비를 가동했다.

이어 삼성의 공격이 페인트존에 진입했다 하면 곧바로 도움 수비나 트랩 수비를 적용했다. 빠른 판단과 완벽한 팀 로테이션 수비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DB는 이날 삼성을 상대로 75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높은 수치의 득점은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선수들이 득점을 뽑아냈다. 생산력과 효율성 모두 높았다.

DB는 프리먼의 스크린을 통한 2대2 플레이가 주 공격 옵션이었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플레이도 많았다. 볼 없는 선수들도 미친 듯이 코트를 누볐다. 선수들 간의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오프 더 볼 스크린도 매우 많았다.

국내 선수들끼리는 컷인, 백도어 플레이, 순간적으로 수비를 떨쳐내고 골밑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자주 선보였다.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삼성 선수들에게 혼란을 줬다. DB 선수들 간의 호흡은 척척 들어맞았다.
 


또한 이날 DB의 김영훈(190cm, F)과 정호영(186cm, G)은 김시래를 꽁꽁 묶었다. 김영훈은 김시래의 얼굴만 보면서 계속 쫓아다녔다. 김시래의 2점슛 성공률을 29%로 떨궜다. 김영훈 역시 숨겨진 팀의 승리 공신이었다.

정호영도 빠른 발로 경기 내내 김시래를 막아섰다. 김시래가 슛을 하면 끝까지 견제했다. 완벽한 자세에서 슛 시도를 허용치 않았다.

4쿼터 3대1 아웃넘버(공격자가 수비자보다 많은 상황)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영리한 수비 판단도 보였다. 삼성의 속공 득점이 이뤄졌으면 분위기는 여지없이 넘어가던 상황이었다. 

정호영은 공격에서도 힘을 실었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삼성의 수비를 휘저었다. 4쿼터 승부처에선 중요한 득점까지 더하며 감초 같은 역할을 계속 이어나갔다.

DB는 조직적인 농구를 앞세워 평균 7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소 실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평균 득점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공동 선두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24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선 이상범 감독이 과연 어떠한 전술로 경기에 임할지 기대된다. 감독의 전술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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