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갖추며 문턱은 낮춰.. '소통하는 미술관' 거듭난다 [심층기획]
홍라희 관장서 '이서현 체제'로 시즌 2
디자인·공간·서비스적 요소도 리뉴얼
기존 로고 떼어내고 역동적 로고 바꿔
462인치 '대형 미디어월' 관람객 압도
안내데스크부터 유명 '이배 작가' 작품
천장에는 김수자 설치작품 '호흡' 반겨
고미술·현대미술 상설전 새롭게 개편
수장고 잠들었던 새작품 50∼60% 달해
전시 공간안 관람자 경험 더 특별해져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라는 대형 ‘사건’ 이후의 리움, 또 ‘홍라희 관장 체제’에서 삼성가(家)2세 운영위원장인 ‘이서현 체제’로의 변화한 리움이 어떻게 첫 모습을 드러낼지 미술계 관심도 집중됐다. 리움에 새로 합류한 김성원 부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재개관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모습과 전시들이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재개관일에 리움을 찾았다.
◆확 바뀐 리움 새 키워드 ‘소통’
리움은 입구에 내걸려 마치 간판처럼 관람객을 제일 먼저 맞이했던 MI(Museum Identity)를 리뉴얼했다. 삼성가 성을 딴 ‘LEEUM’이라는 기존 로고를 떼어냈다. 세련미와 위엄이 느껴지던 로고 대신, 둥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휘몰아치듯 활기차고 역동적인 원형 디자인의 로고를 내걸었다. 사람들을 고요하게 빨아들이는 태풍의 눈이 연상된다.
반전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로비부터 작품이라는 사실. 입장권을 끊고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공간이지만 명작들이 숨어있다. 투명한 안내데스크 안에 설치된 것은 ‘숯의 작가’로 유명한 이배의 작품 ‘불로부터’다.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표식 밖에 서서 이배의 작품을 관람했던 관람객이라면 240여개 숯이 동원된 이배의 작품 바로 옆에 서서 입장을 안내받고 그 위에 가방이나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입장 채비를 하는 일상경험까지 특별한 첫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 천장에는 김수자의 설치작품 ‘호흡’의 특수 필름 덕에, 날씨에 따라 변하는 빛이 로비에 투과된다.
이외에도 기획전 관람 때 관람객이 쓰는 오디오가이드의 어린이용 버전을 따로 만들어 제공하는가 하면, 뮤지엄숍에서 단순한 전시기념품들을 판매하는 대신 오리지널리티(원본성)를 가진 예술작품이면서도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공예품들을 다수 선보이는 등 변화가 눈에 띈다. 접근성을 높이는 배려나 소통을 키워드로 신경을 쓴 흔적들이다.
리움 측은 재개관일에 가진 간담회에서 리움이 쌓아온 높은 명성 한편에 ‘그들만의 리그’, 또는 ‘폐쇄적 이미지’라는 시선이 있었다는 질문에 반박하지 않았다. 시즌2의 콘셉트를 설계한 핵심인사로 꼽히는 정구호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바로 그 점이 재개관의 중요 포인트였다”며 “문턱을 낮추고 대중에게 좀더 오픈하고 소통하는 것을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문화를 선도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한다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는 “건축가의 설계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디자인적 요소로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올 수 있는 뮤지엄이 될 수 있게 포커스를 맞췄다”며 “홈페이지, 뮤지엄숍 등까지 이용자 편리성을 높이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 디렉터는 ‘이서현호 리움’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리움이라는 뮤지엄 자체가 갖고 있는 디자인·공간·서비스적 요소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대중과 더 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며 “홈페이지 등도 그런 방향으로 매년 진화시킬 것이고, 소셜미디어 등도 더 적극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개관한 리움을 방문하면 관람할 수 있는 전시는 세 가지다. 고미술 상설전, 현대미술 상설전은 새로 개편됐고 기획전은 ‘인간, 일곱개의 질문’이라는 주제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명불허전’. 수장고에 수십년 잠자던 작품들을 다시 꺼내 새로 나온 작품들이 50∼60%이다. 이런 작품들이 있었나 싶은 작품들이 많아 ‘리움 파워’를 보여준다.
리움 관계자는 “그간 소장품 상설전에서는 항상 미술사를 베이스로 꾸미다 보니 중요작가 중심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휴관기간 소장품 연구를 다시 진행하면서, 미술사의 대표작가를 선보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작품과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상설전에서 연대기별 대표작품이나, 부문별 대표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이 아닌, 주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가령 고미술 상설전 중 고려청자를 중심으로 한 코너는 ‘고려청자전’이 아닌, ‘푸른 빛 문양 한 점’이 주제다. 고려시대 유물 특유의 아름다운 비색 미감을 키워드로 국보와 보물부터, 그런 레테르 없이도 아름다운 소품들, 고려 비색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 작품들까지 어우러진다. 전시 중인 대상의 위대함이나 권위보다 전시 공간 안에서 느끼는 관람자의 경험이 더욱 새롭고 특별해진다.
리움 관계자는 “로버트 룽고의 작품은 근 3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고, 수십년 만에 꺼내는 작품들이 곳곳에 있다”며 “전체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위기에 봉착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술적으로 급변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시점이야말로 인간이라는 근원적 주제를 물어야 할 때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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