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부터 부동산 침체까지, '빨간불' 켜진 중국 경제 [글로벌 현장]

2021. 10.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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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경제성장률 1년 만에 4%대..글로벌 금융기관의 연간 성장률 전망도 하향
[글로벌 현장]

중국이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9월 27일 장쑤성 우시의 송전선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다시 4%대로 떨어졌다. 중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난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산발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이 복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이 10월 18일 내놓은 3분기 경제성장률 4.9%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던 작년 3분기와 같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1992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기존 최저치는 2019년 4분기의 5.8%였다. 경기 둔화를 불러온 최대 요인으로 지목되는 전력난과 부동산 시장 침체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고하저 예상됐지만…빨라진 경기 둔화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9%로 집계됐다고 10월 18일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던 작년 3분기와 같은 수치다.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은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설문으로 집계한 시장 예상치 5.2%를 밑돌았다.

중국은 지난해 고강도 방역과 부양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확연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과 내수 호조 속에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플러스 성장(2.3%)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선진국 경제 회복과 기저 효과 감소에 따라 ‘상고하저’ 패턴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전력난과 부동산 시장 냉각 등에 따라 경기 둔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1분기 역대 최고인 18.3%였던 성장률은 2분기에 7.9%로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고 3분기에도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푸링휘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중국 경제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6% 이상’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는 안정적이고 주요 거시 경제 지표도 합리적인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주요 30개국(G30) 국제은행 세미나에서 “부동산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등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올해 8% 성장을 예상했다.

전력난과 헝다 사태 등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기 호조에 가려져 있던 불안 요소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게 경제성장률 등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기저 효과에 따른 착시를 줄이기 위해 전 분기와 비교하면 성장률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3분기 GDP의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0.2%로 2분기의 1.3%에서 급락했다. 시장 예상치 0.5%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중견 부동산 업체들이 잇달아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현실은 중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위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억제하면서 헝다 외에도 50위권 중견 부동산 업체 두 곳이 디폴트에 빠졌다.

한국은행 중국경제팀은 헝다그룹 사태가 건설 투자 부진과 주택 경기 둔화, 소비 회복 지연 등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줄이 막힌 부동산 업체들이 잇달아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이에 소비자들이 신규 주택 구매를 꺼리면서 신규 주택 시장이 침체되며 그 결과 부동산 업체들의 실적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부실 채권의 절반이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발행한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현재 거래되는 달러 표시 부실 채권 1390억 달러(약 165조원) 가운데 46%인 640억 달러어치가 중국 부동산 업체의 채권이다. 블룸버그는 채권의 수익률이 벤치마크(투자 기준 지표)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으면 부실 채권으로 규정했다. 채권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 2위 부동산 업체 헝다그룹의 부실 채권은 140억 달러어치로 전 세계 부실 채권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이어 자자오예그룹(카이사)이 96억 달러, 융창그룹(수낙)이 66억 달러, 징청그룹이 52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디폴트 상태에 빠진 화양녠(환타시아)의 부실 채권도 21억 달러어치에 달했다.

 

무리한 탄소배출 저감 때문... 전력난도 지속 

정부의 무리한 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서 비롯된 전력난은 중국 산업의 44%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산업 현장에선 공장을 최대치의 60%만 돌리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례없는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석탄 화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요금을 자율화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석탄 화력은 전체 전력량의 70%를 차지하며 다른 동력으로 생산한 전기 요금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경제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0월 15일부터 석탄 화력으로 생산하는 전기를 모두 전력거래소 등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기 유통이 이원화돼 있다. 시장에는 현재 35개 전력거래소가 있고 발전 기업 3만여 개, 중개상 400여 개, 수요 기업 14만여 개가 참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가전력망이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유통망이 있다. 

중국에선 석탄 가격은 시장에 따르면서 전기료는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를 수십년 동안 유지해 왔다.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현재는 각 성·시 지방정부가 정한 기준가에서 상한 10%, 하한 15% 이내에서 결정된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상하 변동 폭을 20%로 확대하고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는 이 상하한선을 적용하지 않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도록 한다. 앞으로 기준가도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석탄 가격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저우선물거래소에서 10월 12일 석탄 선물 가격은 7.1% 오른 톤당 1507.8위안을 기록했다. 전날 12% 오른 데 이어 또 급등한 것이다. 발전 업체들이 발전기를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몰리면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도 부담이다. 석탄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 도매 물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9월 10.7%로 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PPI 상승률은 8월의 9.5%와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5%를 모두 웃돌았다. 반면 9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 소매 가격)는 작년 같은 달보다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9월 CPI 상승률은 8월의 0.8% 및 시장 전망치 0.9%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PPI와 CPI 사이의 간격은 8월 8.7%포인트에서 9월 1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두 지수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PPI와 CPI 격차가 벌어지면서 높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많은 중국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올 1월 0.3%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후 2월 1.7%, 3월 4.4%, 4월 6.8%, 5월 9%, 6월 8.8%, 7월 9% 등으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투기 수요가 겹치면서 원유·석탄·철광석·구리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글로벌 금융기관·기업들이 중국 경제를 보는 눈높이도 내려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12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8.4%에서 8.1%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가 7.8%, JP모간이 7.9%를 제시하는 등 올 초만 해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8%도 깨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대체로 5%대 초반이 제시되고 있다. 경기 하방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이 지급 준비율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부채와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부양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높은 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면 오히려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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