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생수병 사건'

강우량 기자 2021. 10. 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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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직원 집서 나온 독극물
회사 생수병에선 검출 안되고 생수 마신 2명중 1명 몸에선 검출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남녀 직원 2명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사건과 관련해, 해당 생수병에서 독성(毒性)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사건 이튿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또 다른 직원이 ‘생수병에 무언가를 탔을 것’이라고 보고, 사망자를 피의자로 입건까지 했지만 예상 밖 결과가 나온 것이다.

22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국과수로부터 생수병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제출한 생수병 4개는, 지난 18일 음독(飮毒)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풍력발전 전문 기업 사무실에서 수거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사무실에서 남녀 직원 2명은 테이블 위에 있던 330ml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물맛이 이상하다”고 한 뒤 연달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한 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경찰은 사건 이튿날인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또 다른 직원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그의 집에서 아지드화나트륨과 메탄올, 수산화나트륨 등 독성 물질이 든 용기가 여럿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생수를 마신 피해자 중 한 명의 혈액에서 그의 집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생수병 사건에 앞선 지난 10일에도 이 회사의 또 다른 직원이 탄산음료를 마시고 쓰러졌는데, 당시 해당 음료에서도 같은 독성 물질이 나왔다. 이 직원은 A씨와 지난 8월까지 1년간 회사 인근 사택에 함께 살던 사이로, 경찰 조사에서 “방을 따로 써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녀 직원이 어떻게 독성 물질을 섭취하게 됐는지와 A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과수에 보낸 생수병이 바뀐 것은 아닌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쓰러진 게 오후 2시쯤인데, 회사에서 오후 10시쯤 신고를 해 현장 보존이 어려웠다”며 “생수병이 바뀌었을 가능성과 시일이 지나 독성 물질이 희석됐을 가능성 등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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