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움직이는 브레인 린샹리, 美 '자유민주' 맞선 '인민민주' 제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1. 10. 2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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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단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신
習 신임 두터운 왕후닝의 제자

“민주는 장식품이 아니다. 인민이 해결을 원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국가가 민주냐 아니냐는 인민이 투표권이 있는지뿐만 아니라 인민에게 광범위한 참여권이 있는지 봐야 한다. 선거에서 어떤 약속을 하느냐보다 선거 후 공약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봐야 한다.”

지난 13~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인민대표대회 공작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과정(全過程) 인민 민주를 부단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된 연설에서만 ‘민주’를 39차례나 언급했다. 시 주석은 중국 정치 제도를 “인류 정치 제도사의 위대한 창조”라고도 했다.

내년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 주석은 최근 들어 ‘인민 민주’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빈곤 감소 등 현 중국 공산당의 정책 방향을 ‘민주’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국제적인 배경도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운 동맹 외교를 강조하고 12월 ‘민주주의 국가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하자 이에 ‘중국식 민주’ 개념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 주석의 핵심 전략은 린샹리(林尚立·58)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책연구실(중공중앙연구실) 부주임의 작품이라고 홍콩 명보가 최근 분석했다. 그가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시대에 중국 지도자의 ‘지낭(智囊·브레인)’ 역할을 해온 왕후닝(王滬寧·66) 정치국 상무위원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남부 푸젠(福建) 출신인 린샹리는 1985년 상하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부터 모교에서 교수로 일하며 정치이론, 비교정치, 현대 중국 정치를 연구했다. 2017년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공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부주임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중앙정책연구실은 중공의 핵심 두뇌 집단이다. 중공 집권의 이론적 뒷받침을 위한 정치 이론을 연구하고 최고 지도부 연설 초안을 작성한다.

린샹리를 발탁한 사람은 왕후닝 상무위원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사제(師弟) 관계다. 왕후닝이 푸단대 교수 시절 유일하게 논문 지도를 했던 학생이 린샹리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2003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 등 지도부 앞에서 ‘정치 문명’ 등을 주제로 강연하는 기회를 잡았다..

스승인 왕후닝이 1988~1989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미국은 미국을 반대한다’는 책을 펴낸 반면, 린샹리는 홍콩중문대, 일본 게이오대, 미국 조지타운대, 독일 뮌헨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고, 일본 정당 정치를 연구한 책을 펴냈다.

린샹리는 2016년 중국 고위 간부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에서 탄생한 협상 민주(인민의 총의를 모으고 사람과 국가를 모두 고려하는 것)야말로 진정한 민주의 본질”이라며 “중국이 (서양식) 선거 민주를 할 수 없어 협상 민주를 택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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