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동규 배임 빼고 기소, 검찰의 '이재명 수사 포기' 선언이다

조선일보 입력 2021. 10. 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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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시개발공사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5년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던 모습. 맨 앞이 이재명, 맨 뒤에는 동행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검찰이 대장동 의혹으로 구속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당초 검찰은 유씨 구속 때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성남시에 수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했다. 법원도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고 구속적부심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이런 혐의를 검찰 스스로 공소장에 넣지 않았다. 검찰은 “보강 수사 후 기소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믿을 수 없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천문학적 수익을 소수 투기 세력에게 넘겨줘 성남시와 성남시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배임 문제다. 검찰은 투기 세력 독식의 사업 구조를 최종 승인하고 유씨의 배임을 비호한 ‘윗선’을 찾아내야 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설계자이자 책임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유씨가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버리기 전 이 지사의 최측근과 2시간 동안 통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직전 유씨가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안다”는 이 지사의 국정감사 발언에 미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지사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설계안이 나오기 직전 이 지사와 유씨가 10일간 해외 출장을 한 사진도 공개됐다. 그런데 검찰은 ‘윗선’을 규명하는데 한 발도 나아가지 않다가 유씨의 배임 혐의마저 지워버렸다. 유씨의 배임 혐의를 없애면 자동적으로 이 지사의 배임 혐의도 성립하기 힘들게 된다. 검찰은 이 지사를 수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의 직무유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 공직자 범죄 1호에 해당한다.

유씨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직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느낌이 조금 안 좋다”며 “이재명도 그러면 공범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는 유씨의 배임 혐의를 부인하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다음 날 검찰이 배임 혐의를 삭제한 것은 우연인가. 과거에도 검찰이 여당 대선 후보를 제대로 수사한 일은 드물지만 이런 경우는 없다.

김만배씨 부실 영장, 유동규씨 휴대전화 부실 수색, 뒤늦은 성남시청 압수수색, 남욱 변호사 체포 후 석방 등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의 의도적 태만은 열거하기 힘들다. 검찰은 더 이상 스스로를 모독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특검을 자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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