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히트 이면.. 투신하는 中 농민공들
납기 맞추려 새벽부터 밤까지 일
월 1∼2일 쉬며 월급 고작 26만원
2010년 기숙사서 14명 극단선택
사측 자살방지 창살·그물 설치뿐
극한 환경에도 '퇴로 없는' 노동자
“너무 절망한 나머지 정신이 멍해졌어요.”
2010년 3월17일, 날이 밝자 텐위(田玉)는 폭스콘 공장 기숙사 4층에서 몸을 던졌다. 이제 갓 열일곱인 그가 폭스콘 공장이 위치한 중국 선전에 온 것은 불과 한 달 전. 1980년대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30여년 만에 인구 1000만명의 첨단 대도시로 성장했다. 선전 인구 중 약 80%는 인근 소도시에서 유입해 온 농민공(農民工)이다. 텐위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도시로 향했던 청년은 폭스콘에 취업했을 때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이른 아침 기숙사 4층에 오른 건 살인적인 노동환경 때문이었다.
텐위는 공장에서 폭스콘이 생산하는 애플 제품 품질 검사를 맡았다. 디스플레이에 흠집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 판매 전량을 생산하는데, 아이폰 판매가 늘어날수록 그의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텐위와 동료들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업무에 시달렸지만, 일은 줄지 않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작업 공간에선 누구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한 달에 사흘도 채 쉬지 못하지만 급여는 제때 나오지 않았다. 열일곱 청년이 버티기엔 말 그대로 숨막히는 환경이었다.
폭스콘은 사실 아이폰으로 인해 이름이 알려진 회사다. 일반 소비자들이 폭스콘의 상표가 붙은 제품을 구입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중국 내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를 고용해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고용주로 꼽힌다.
폭스콘 시작은 1974년 대만의 궈타이밍이 홍하이정밀공업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홍하이정밀공업 자회사인 폭스콘은 이름처럼 여우와 같은 속도로 커넥터를 생산하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암시한다. 40여년간 폭스콘은 소규모 가공 공장에서 진화해 중국 전역과 세계로 공장을 확장하고 있는 하이엔드급 전자제품 제조 분야의 선두주자가 됐다. 아시아와 아메리카, 유럽에 200여개의 자회사와 지사를 두고 있으며 아이폰을 비롯해 전기차까지 생산하고 있다.
폭스콘 덩치가 이토록 커진 것은 애플 아이폰 생산을 전량 수주하면서다. 아이폰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애플 본사가 설계와 디자인을 마치면,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조립하는 식이다. 애플의 하청업체인 셈이다. 폭스콘 경영진들은 구매사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공급 사슬에서 애플의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폭스콘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휴일은 월 1~2일, 시간 외 수당을 더한 월급은 1400위안(26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 노동자들이 견디기 어려운 작업환경과 임금 수준이었다. 2010년 한 해에만 폭스콘 노동자 18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14명이 사망했다.
폭스콘은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에 극단적 방법을 동원해 대응했다. 청년들이 투신하지 못하도록 창살과 그물을 설치하고, 전 직원에게 회사의 면책조항이 담긴 ‘자살 금지 서약서’를 받는 식이다. 2010년에는 악령을 물리치겠다며 승려를 데려오기도 했다. 애플은 폭스콘에 노동시간 준수를 촉구했지만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중국 당국도 이런 현실을 외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 폭스콘의 노동자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폭스콘 내부의 주된 변화는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직원을 학생 인턴과 하청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책은 폭스콘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지만, 종국에는 희망이 없어 폭스콘을 떠나지 못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얘기한다. “신세대 농민공들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자신들의 부모처럼 농사지으러 고향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일해도 도시에 집을 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노동의 의미 자체가 무너진다. 이처럼 사회 구조적 조건의 더 심원한 수준에 도달하면 폭스콘 노동자들의 ‘퇴로 없음’을 이해하는 데 접근하게 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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