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대만에서의 미·중 충돌과 한국의 위기
요즈음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 대만 문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의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하고 중국의 무력 공격 시 대만 방어를 확실하게 공약하라는 주장도 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모험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몇 가지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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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쇠퇴기 진입 빨라지면서
시진핑의 대만 모험 가능성 커져
대만 위기, 향후 7년이 가장 위험
이념 떠나 초국가적 지혜 모아야
」
둘째, 시 주석은 지난 10년간 공세적인 대외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서방세계의 견제를 받지 않고 다 이뤄냈다. 남중국해를 군사화했고 일대일로를 추진했으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홍콩주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지만 아무런 실질적인 견제도 받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크리미아를 점령한 후 제재를 받고는 있지만 이미 기정사실화해버린 것처럼, 대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적 힘의 균형이 최근 수년 사이에 뒤바뀌어버렸다. 1996년 대만이 최초로 민주적 직선제 선거를 실시할 때 중국은 대만 근해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위협했다. 그런데 미국은 니미츠 항모를 대만에 파견하여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은 한발 후퇴했다. 그때부터 군비 확장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대만 근해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력을 추월하게 되었다. 미국 군사력이 중국보다 더 강하지만 세계 도처에 분산 배치되어 있기에 중국 근해에 집중 배치하는 중국보다 불리하다. 올해 미국국방부와 랜드연구소가 대만 문제를 놓고 상정한 전쟁게임에서도 미국이 지는 것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미국 국내의 어려운 사정과 강해지는 고립주의 경향 때문에 대만에서 일이 터져도 미국이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시 주석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 철군에서 보았듯이 미국 내 전반적 분위기는 해외 개입이 아니라 철수고 극심한 정치적 분열로 내년 중간선거나 대선에서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경우 과연 대만방어를 위해 미군 병사들이 피를 흘리게 할 정치적 의지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중국 본토의 해안을 따라 집중 배치된 고성능 지대공·지대함 미사일, 전투기, 레이더 등이 단시간 내에 미군이 대만해협 가까이 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후 신속하게 대만을 점령해버리면 미국이 손쓰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대만 군사력이 상당히 파괴되어 대만 군대가 전의를 상실한 상황에서 미군이 뒤늦게 도착을 했을 경우, 직접 적대행위를 하지 않은 중국군을 향해 먼저 총을 발사하라고 미국 대통령이 명령할 수 있겠는가? 스탠퍼드대 마스트로 교수는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의 충돌 과정에서 중국의 일차적 타깃은 괌과 오키나와가 될 확률이 높다. 주한미군을 빼는 경우, 대북 경계에 공백이 생기고 무력충돌이 한국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군지휘부는 군사 전략적 고민을 할 것이다.
대만이 중국에 의해 무력 통일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우월적 위치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동맹들인 한국·일본과 남서쪽의 필리핀을 연결하는 대만이라는 중간고리가 끊어지면, 그동안 대만이라는 제방에 막혀있던 중국 해군력은 물밀듯이 서태평양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 중국에 고립 포위된 섬으로 남게 된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미국이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은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그 여파로 한·미 동맹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미국의 확고한 공약과 공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안감은 고조될 것이고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이다. 미국이 빠져나가면 한국은 핵 무장한 북한과 권위주의 중국, 그리고 역사분쟁으로 소원한 일본에 둘러싸이게 되는 형국이 올 것이다.
이처럼 현재 국제정세는 아슬아슬한 예측 불가능의 격랑기를 맞고 있다. 대만 위기는 향후 7년이 가장 위험한 고비라고 전 인도태평양 함대사령관 필 데이비슨 제독이 상원 청문회에서 말했다. 이런 파고 속에서 안보와 생존의 길을 찾는 것은 인기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발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유리판 건너뛰기 게임과 비슷할 것이다. 진보-보수, 친미-친중이라는 국내정파적 프레임을 빨리 벗어나 초국가적으로 지혜를 모아 대비해나가야 할 때다.
윤영관 하버드대 방문교수·전 외교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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