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알고리즘, 악용 막아 난제 해결 도구로 써야

2021. 10. 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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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휴머니즘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으로 만든 이미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제처럼 보이게 한다.
가장 강력한 알고리즘을 선보인 플랫폼 기업들이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택시 예약 서비스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몰아 주기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까운 택시가 아니라 더 멀리 있는 카카오 가맹 택시를 먼저 배차해 준다는 일명 ‘콜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배차 알고리즘에서 가맹, 비가맹을 구분하고 있다는 의혹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 가맹 가입을 해야 하고 수수료 부담이 발생한다.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야놀자, 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비슷한 불공정 사례를 의심받으며 차례대로 국정감사에 소환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5일,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청문회가 열렸다. 그 내부고발자는 페이스북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했던 프랜시스 호건이다. 그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이를 알고도 개선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방치한 사실을 증언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계정을 따로 관리하는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밝혀져 그동안 마크 저커버그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모두에게 똑같은 정책을 편다”라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정책은 신뢰성을 잃게 되었다.

넷플릭스, 알고리즘 조작 지적 받아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넷플릭스도 미국과 유럽 언론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18세 이상 관람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의도적인 알고리즘 적용으로 모든 연령대에 ‘오징어 게임’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언론 기사를 보면 알고리즘이란 조작과 왜곡의 산물이다. 그것은 편향성, 선정성, 중독성으로 점철되며 공정한 사회와 시장을 훼손시킨다. 모든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싶은 유혹을 참을 수 없으며 그 결말은 독점과 음모로 커져 버린 절대 권력의 탄생, ‘빅 브러더(Big Brother)’로 상정된다.

이처럼 알고리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파다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근본적으로 저지하거나 폐기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이 지닌 긍정적인 가능성 때문이다.

얼마 전 유엔은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17가지 문제를 선정한 바 있다. 그 17가지에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제가 총망라돼 있다. 빈곤 퇴치, 기아 종식, 건강과 복지, 양질의 교육, 양성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청정에너지, 불평등 감소, 기후 대책 등이 그것이다. 이 문제들은 한 가지를 해결하기에도 벅찰 만큼 어려운 문제들인데,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딥러닝과 강화학습 알고리즘의 개발이다. 앞으로 우리는 우수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서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뉴스1]
알고리즘이란 인간을 유토피아로 이끌어 줄 기술의 핵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지금도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AI 스피커는 독거노인의 응급 신호를 포착하여 119를 호출할 수 있게 해 준다.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드론이 정확하게 인식하여 생명을 구한다. 중국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극단선택 징후자를 미리 분석했고 연간 320여 명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에도 양면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선의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쓰임은 달라질 수 있다. 한때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이 큰 이슈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GAN이란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의 약자로 차세대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각광받고 있는 AI 기술이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영상, 이미지, 음성 등을 만드는 데 탁월한 알고리즘이다. 2014년 이안 굿펠로라는 AI 연구원이 선의의 목적으로 만든 기술이었으며, 원래는 제품 시안을 만들거나 영상 관련 업무 자동화, 손상된 이미지 복원, 영화나 드라마의 특수효과 등에 사용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알고리즘은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는 일에 활용됐었다. 감쪽같이 속이는 보이스피싱 사기라든지 특정 인물의 말과 행동을 거짓으로 꾸민다든지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포르노 영상에 합성하여 유포시키는 등 범죄와 다름없는 행위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말았다. GAN이 있기 이전에도 이런 범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정교하면서도 쉽고 빠르게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GAN이 잘못 활용되었을 때의 심각성은 실로 엄청나다. 이런 GAN의 오남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GAN은 오픈소스(open source)이기 때문이다. 코딩을 할 줄 안다면 누구나 GAN을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다. 오픈소스의 철학은 매우 훌륭하지만 근본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의 잘못된 의도를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알고리즘은 인류가 유토피아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두운 디스토피아의 문을 활짝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올바른 가치관과 휴머니즘을 가진 사람만이 코딩과 알고리즘을 만드는 세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정감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미심쩍은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국감과 미국에서 벌어진 페이스북 청문회는 겉보기엔 비슷할 뿐 속 사정은 다르다.

오픈소스 오용 막을 안전장치 필요

페이스북 청문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측면이 강했다. 그들은 페이스북을 해치고자 청문회를 열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로 등장했던 프랜시스 호건은 알고리즘을 설계한 엔지니어 출신답게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카카오 국감은 다르다. 문제 해결이나 발전적인 논의가 없다. 국감에 모인 의원들은 호통치기 바빴고 기업들은 사과하기 바빴다.

더군다나 국감에 참여한 의원들의 질의 수준도 창피한 수준이었다. 알고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논하긴 어렵더라도 카카오 가맹 택시와 일반 택시 서비스를 혼동한다든지, 네이버 수수료 체계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질타만 일삼는 모습은 낯 뜨거운 광경이었다. 그것은 의원들이 플랫폼이나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국감이란 문제 해결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다가올 대선을 위해 표심을 노리려는 의도가 드러난 자리였다.

이번 국감을 보면서 2020년 봄이 떠올랐다. 당시엔 대한민국의 우버라 불리는 ‘타다’가 이슈였다. 타다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때도 총선 때문이었다. 심지어 법원에서 타다가 승소하자 곧바로 법이 바뀌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고 타다금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결국 타다는 사라졌다.

미국의 청문회는 페이스북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방점을 찍는 자리였다. 그것은 알고리즘 윤리를 실현하면서도 막강한 플랫폼을 갖는 일이다. 어떤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앞으로 우리의 국감도 이런 고민이 제대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다가올 대선은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국민의 심판이길 기대해 본다. 

오민수 멀티캠퍼스 minsuu.oh@sericeo.com 정보산업공학을 전공했고 코딩을 배웠으나 글쓰기를 더 좋아한다. 멀티캠퍼스에 입사 후 삼성그룹 파워블로거, 미디어삼성 기자를 병행하면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현재는 ‘멀티캠퍼스’에서 IT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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