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개는 처가 데리고 나갔고, 사진은 캠프 직원이 찍어"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22일 두 번째로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간의 '1대1 토론'에서, 또 한 번 전두환 전 대통령 문제가 논제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간의 1대1 토론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 홍준표, 원희룡 대 유승민(가나다순) 대전에 이어 이날은 유승민-윤석열, 원희룡-홍준표 조합으로 치러졌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토론에서 유승민 전 의원으로부터 '전두환 옹호 발언', '과일 사과 사진 SNS 논란' 등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이런 공세를 예상한 듯, 두 논란 모두에 대해 '사과한다'고 인정하면서 예상 외의 반격 카드를 꺼냈다.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유 후보 본인도 '전두환은 김재익을 써서 경제를 잘 챙기고 그 덕분에 80년대에 잘 먹고 살았다. 이것은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동의하는 일이다'라고 했지 않느냐. 제가 이 얘기로 누구한테 비판받든 다 좋은데 적어도 유 후보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로남불 아니냐"고 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즉각 반발하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도 않은 말"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이 한 지적은, 일부 표현상의 차이는 있으나 취지 면에서는 대체로 맞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전두환-김재익과 노무현-이헌재의 관계가 비교된다. 전두환 대통령은 자기가 경제 모르고 무식하니까 경제는 김재익한테 맡겨서 80년대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덕택에 우리가 80년대를 먹고 살았다. 그것은 좌파든 우파든 부인 못하는 사실"이라고 했었다. (☞관련 기사 : "한국형 장기불황 진입. 중소기업 떼도산 걱정")
원희룡-홍준표 조에서도 전 전 대통령 이름이 호명됐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재정 건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갑자기 "최근 전 전 대통령의 공과가 논란이 되는데, 외채를 제로 이하로 줄인 공만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尹 "개-사과 사진, 그렇게 생각할 줄 몰라…제 불찰 사과드린다"
유 전 의원은 이에 앞서 윤 전 총장에게 '개-사과 사진 SNS 논란'을 꺼내들며 선공을 폈다. 유 전 의원은 "오늘 새벽에 황당한 사진을 봤다. 누구 윤 후보 댁에서 사과를 개한테 주던데, 사진을 누가 찍었느냐"고 묻고는 "사과를 준 사람이 윤 후보가 아니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우리 집이 아니고, 집 근처 사무실에서 찍었다고 들었다. (개를) 데리고 나간 것은 제 처 같고, (사진은) 우리 캠프 직원이 찍었다고 들었다. SNS에 올린 것은 캠프에서 올린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기획이라고 하면 제가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치 시작할 때 제 앨범을 캠프에서 가져갔고 돌 사진을 설명해달라고 해서 '어릴 때부터 사과를 좋아했고, 아버지가 사과를 사 오셔서 화분에 올려놓고 여기에 사과가 열렸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캠프 관계자가) 이것을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로 올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면서 "(다만) 원래 부산 가기 전에 그 얘기를 승인했고, 그래서 (부산에서 전두환 옹호 논란이 있은 후에는) 국민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타이밍에 올라간 것에 대해서는 제가 챙기지 못한 탓이다. 거기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사과를 준 장면에 나온 강아지는 제가 자식처럼 생각하는 가족이고, 그걸 '사과는 개나 주라'고 생각할 줄은 제 불찰이지만 몰랐다. 일부러 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보다도 제 불찰이다. 그 스토리를 올리도록 한 것도 저 아니냐. 그 불찰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는 게 맞다"고 그는 부연했다. 그는 이날 반려견 이름으로된 인스타그램 계정을 아예 폐쇄했다며 "제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폐쇄시키라고 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한 사과가 흔쾌하지 못했다면서 유 전 의원이 "대구에서 토론할 때는 사과를 안 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은 "광주에서 당시 (5.18) 상황을 겪었던 분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고 챙기겠다는 말 자체가 사과의 뜻으로 말한 것이었는데 '사과'나 '송구'라는 표현이 없었다고 해서 광주(분들이)나 가깝게 지낸 분들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공인으로서 제가 상처주는 말을 했다면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말씀을 듣고…(입장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과거에 이렇게 말했잖나' vs. 유승민 '내가 언제?'
이어 정책 토론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평생 검사로 살아오신 분이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면 과연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공격하자 윤 전 총장은 "유 후보가 경제학 박사이시고 본인도 경제 전문가라고 늘 말씀하는데 제가 10여 차례 토론 과정에서 지켜보니 유 후보가 과연 경제 전문가인지 입증을 못 하신 것 같다"거 거칠게 응수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한 반격 카드 외에도 유 전 의원의 과거 공약·발언을 준비해 와 공세를 폈다. 그는 "19대 대선 때 '인구 밀집 지역에 이렇게 원전을 아파트처럼 짓는 나라가 없다', '현재 계획된 미착공 원전을 중단하고 수명연장도 금지시키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똑같은 탈원전 공약 아니냐"면서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도 문 대통령 공약과 똑같다. 2015년 원내대표 때도 소득주도성장에 상당히 공감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닌 얘기"라며 "이렇게 국민 앞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극렬히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저는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탈원전은 원전을 계속 줄이는 게 탈원전이고…"라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진보적 정당이 성장을 얘기한 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아직 건설에 착수하지 않은 신규 원전 계획 자체를 중지시키겠다. 신고리 5·6호기 같이 건설에 착수했지만 아직 공사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는 것은 반드시 재검토하겠다. (중략) 계획이 확정돼 건설 초기 단계에 있는 원전은 재검토하고, 기존 원전의 경우 오래 된 것과 새로 지은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전 수명 연장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신규 원전은 추가 건설하지 않겠다"(2017.4.22)라고 했었다.
'탈원전(탈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은 맞지만,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고 기존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하지 않으면 결국 탈핵이 되는 것도 맞다. 당시 언론 보도를 봐도, 유 전 의원이 속한 옛 바른정당의 핵발전 정책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함께 탈핵 찬성 범주로 분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서는 유 전 의원 본인의 반박이 맞았다.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문재인 지도부가 출범한 직후 당시 원내대표였던 그는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출신으로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이 100% 분명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며 "복지지출이 소득으로 연결되고 소비로, 또 성장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는 건 분명한데 그 고리가 얼마나 강할지는 전문가들도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같은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저성장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당시 야당의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원 전 지사와 대통령 리더십, 경제 회복 방안, 과학기술 발전 방안, 저출산 고령화 해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정책적 의견을 차분히 교환했다. 언성을 높이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이날도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강성노조"라며 "최근에도 광화문에서 스트라이크를 하고 무법천지를 만들었다"고 민주노총 파업을 비판했다.
다만 저출산 해법과 관련, 홍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대출 지원, 연금 지급, 주택 지원 등 직접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자 원 전 지사는 "직접지원 정책이 기본적으로 필요한데, 직접 지원에 가장 화끈한 사람은 허경영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 의원은 웃으며 "허경영 공약은 허황됐지 않느냐"고 재반박했고, 원 전 지사는 "그런데 인기를 끌려고 그렇게 하는 후보가 또 있더라"고 뼈 있는 말로 받았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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