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할랄' 푸드의 진격.. 대체육 넣은 라면·찌개, 18억 무슬림 홀리다

송혜진 기자 2021. 10. 2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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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대박라면'은 말레이시아서 2000만개 팔려
라면 대박나자 커피·분유·빵까지 '할랄 인증' 러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편의점에서 젊은 남녀가 모여 할랄 인증을 받은 신세계푸드의 ‘대박라면’을 먹고 있다. /신세계푸드

“너무 매워서 혀가 마비되는 느낌인데 그래도 자꾸 먹게 돼요.” 인도네시아의 유명 유튜버인 탠보이 쿤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과 까르보나라불닭볶음면을 잔뜩 쌓아놓고 먹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이슬람 교도들은 율법에 따라 특정한 의식을 거친 육류만 먹는데, 영상에 등장한 제품들은 모두 할랄 인증을 통과한 것들이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468만회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푸드도 2018년부터 김치찌개·양념치킨·매운고추맛 라면 등을 말레이시아에서 2000만 개 이상 팔았다.

식품 회사들이 이슬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K할랄’ 푸드의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라면 등 일부 가공식품에 치중됐던 K할랄 식품의 영역은 최근 베이커리·커피·분유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영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슬람 소비자들의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엔 국내 식품회사들이 육류를 잘 먹지 않는 이슬람 소비자를 겨냥해 대체육 업체를 인수하거나 협업하는 형태로 이슬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출산율이 높은 이슬람 시장이 식품업체의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한 대형마트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을 현지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있다. /농심

◇대체육 넣은 라면에 빵까지

SPC그룹은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달 수도 자카르타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처음 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000만명 가운데 87%가 이슬람 신자다. SPC는 또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 정부와 현지 생산 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SPC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는 할랄 인증 생산라인이 있는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베이커리 영역에서도 동남아 이슬람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동원 김치참치’에 대한 할랄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동원F&B 측은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의 매운맛이 큰 인기”라며 “미국·중국 이외 K푸드의 새로운 시장으로 동남아가 뜨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식품 기업들은 대체육까지 내세워 이슬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인 신세계푸드는 대체육을 활용한 할랄 김치찌개·부대찌개 개발에 착수했다. 매콤한 맛을 앞세운 한국 라면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대체육을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이슬람 소비자는 육류, 특히 돼지고기는 꺼린다”며 “대체육을 활용하면 할랄 인증을 받기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롯데푸드도 작년 4월 자체·개발 출시한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활용한 할랄 푸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출산율 3.1명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곳

국내 식품 업체들이 이슬람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이슬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교도의 출산율은 3.1명에 달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출산율이 높다는 건 유·아동 시장부터 성인 시장까지 공략할 곳이 많다는 뜻”이라면서 “인구 절벽을 앞두고 판로 개척이 시급한 유통 업체로선 이슬람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내 식품 업체들은 아동·청소년 시장을 겨냥해 커피·분유까지도 할랄 인증을 받는 추세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6월 자사 콜드브루 커피 제품의 할랄 인증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BTS를 모델로 내세워 10~20대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푸드는 자사 파스퇴르 분유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지난달부터 제품 수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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