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탁', 미치는 것도 예술이다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변혜령 인턴 2021. 10. 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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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발레 '지젤' 주인공 맡은 홍향기·이동탁 인터뷰

[경향신문]

이달 말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홍 “서로 연구하니 기량 좋아져
사랑에 미치는 장면 너무 예술적”
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2막 지젤과 파드되 전 인상 깊어”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이동탁. 척박한 국내 발레시장에서 이들은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무용수들이다. ‘향기탁 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의 티켓 파워는 막강하다. 각기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맡아 이달 말(10월29~31일)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르는 <지젤>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2011년 입단 동기이자, ‘발레 유망주’로 불리던 시절까지 포함해 15년간 동고동락한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홍향기, 이동탁.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 ‘근속 10년’ 축하한다. 입단 당시가 떠오를 것 같다.

이동탁(이하 이)=입단 당시엔 나도 주역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막상 생활하다 보니 발레단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홍향기(이하 홍)=그때 슬럼프가 심하게 와서 딱히 목표도 특별한 의지도 없었다. 그러다 객석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멋있더라. ‘저기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수석무용수는 누구나 꿈꾸는 자리인데.

홍=수석이 되었을 때 성취감보다는 공허함이 컸다. 고민이 많았는데 그 즈음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워보라’는 주변의 조언을 통해 마음이 정리되더라. 뭔가가 되었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들을 더 할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이=그 자리가 주는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임감, 부담감이 커서 정말 힘들다. 솔리스트나 드미 솔리스트일 때는 오히려 즐기면서 부담감 없이 할 수 있었는데 수석이 되고 나니 오히려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되더라. 항상 최대한 좋은 컨디션과 에너지를 갖고 무대에 서면서 더 좋은 모습이 무엇인지 계속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 소위 ‘향기탁’ 페어는 믿고 보는 조합이라고 불린다.

홍=오랫동안 편하게 맞춰왔으니 호흡이야 뭐 말할 게 있나(웃음). 서로를 위해 연구를 많이 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 기량이 좋아지는 것 같다. 덕분에 춤도 더 재밌어지고. 공연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어, 좀 늘었네!’ 하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 같다.

이=기술적으로는 부담이 되는 부분은 없다. 대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동작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향기씨가 내미는 손을 잡는 부분에선 어느 손으로 잡을지까지도 상의한다. 최대한 매끄럽고 유연한 파트너십을 보여드리고 싶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캐릭터에 가장 감정이입 되는 장면이 있는지.

홍=지젤과 알브레히트가 처음 만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헤어지는 장면이다. 첫 장면에선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할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다.

이=2막에서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무덤가에 찾아왔을 때부터 지젤과 파드되를 하기 전까지의 장면이다. 서서히 지젤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 다 보이기 때문이다.

- <지젤>은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이=<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백조의 호수>가 판타지적 사랑이야기라면 <지젤>은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사랑과 전쟁 같은 이야기다. 쉽게 공감할 수 있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끝난 후의 여운이 정말 많이 남는 작품이다. 감정선의 폭이 너무나 넓기 때문에 작품이 끝나고 나면 정신적으로 피로해진다.

홍=20대 때 조금 더 연륜이 쌓이면 가장 해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였다. 지젤은 상대를 너무나 사랑해서 미쳐버리는 캐릭터인데, 그 미치는 장면이 너무나 예술적이다. 그걸 내가 춤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좋다.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테오필 고티에의 대본, 아돌프 아당의 음악, 장코랄리·쥘 페로의 안무로 1841년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죽음을 뛰어넘는 희생을 그린 이야기다. 시골 마을에 살던 지젤이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배신을 깨닫는 1막은 다양한 극적 요소와 발레마임을 선사한다. 2막에서는 영혼 ‘윌리’가 된 지젤이 윌리들의 왕 미르타의 명령을 거부하고 알브레히트를 죽음으로부터 지켜낸다. 윌리가 추는 황홀한 군무,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파드되 등은 발레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변혜령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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