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좁아지는 계절이라고?"..서울지하철 불편한 이유는

이상현 2021. 10. 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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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예년 기온을 훨씬 밑도는 추위가 예고도 없이 찾아오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이 시기 출퇴근길 지하철에 올라보면 여름철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 한 가지 드러난다.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보려는데 옆 사람과 딱 달라붙어 있어 팔과 어깨를 제대로 가누기가 힘든 것. 이건 외투 때문인가, 옆에 앉은 사람 때문인가. 정답은 지하철 의자다.

2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전동차 내 좌석 넓이는 대부분이 435mm다. 이 넓이는 지난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이 처음 개통됐을 때부터 최근까지 국내 전동차 좌석 규격으로 적용됐다.

문제는 그 이후 한국인의 식단·생활 습관 등이 달라지면서 체형이 서구화됐다는 점이다. 전동차를 처음 도입하던 지난 1974년 성인 남성의 평균 허리둘레는 76cm였지만, 2015년에는 86cm까지 늘어났다.

불어난 성인 남성 평균 체형(너비 479mm)에 맞으려면 지하철 의자 폭은 최소 480mm는 되어야 한다. 2호선 구형 전동차와 3·7호선 전동차 일부 좌석 폭이 450mm로 조금 넓긴 하지만, 한국인의 체형에 비해서는 아직 작은 수준이다.

같은 호선 전동차라도 좌석 크기가 다른 건 전동차 도입 시기별로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전에 도입된 전동차 좌석은 폭이 435mm다. 또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도입된 전동차는 450mm, 2017년 이후 도입된 전동차는 480mm다.

현재 서울지하철 중에서 좌석당 480mm 폭을 갖춘 건 2호선이 유일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호선은 다른 호선보다 이용객 수가 많아 지난 2014년부터 노후 전동차 교체 사업이 이뤄졌다. 지금은 2호선 전동차 대부분이 신형으로 교체됐고, 좌석도 널찍한 편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는 곧 5호선과 8호선 전동차 차량을 교체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5년 이내에 나머지 호선들도 6인 좌석·좌석당 480mm 폭을 적용하는 게 목표다. 전동차를 제작하는 업체의 여건이나, 새 전동차 시범 운영 기간(2~3개월)에 따라 완료 시점이 달라질 수는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좌석이 좁다는 민원은 이미 많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로서는 좌석이 아니더라도 시민 안전 우려 때문에 전동차를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하철 좌석 교체는 단순히 좌석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동차 전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좌석도 바꾸는 것인데 무임수송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승객을 태울수록 운임 비용이 부담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16일 전국 6개 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무임수송 손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무임수송 손실액은 누적 2조7696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서 발생한 손실은 1조6840억원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전동차 교체에 국비·시비를 지원해준다고는 하나, 공사 측에 따르면 기손실액이 너무 커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노후 전동차 전체를 교체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공사 측의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동차 교체와 관련해)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한 번에 확 바꾸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지속해서 지원해달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작 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새로 만든 전동차를 도입하려면 그 전에 2~3개월씩 테스트(시범 운영)하는 기간도 필요하다"며 "오는 2026년까지 (전동차들이) 교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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