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변희수 하사 판결 항소 포기..제도 개선으로 비극 재발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법무부가 22일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를 육군 측에 지휘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날 "법적 판단을 받아 가면서 정책적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 방침을 밝혔는데 법무부가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행정부처가 제기하는 모든 소송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제6조 1항에 따라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군도 소송을 종결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항소 방침이 알려진 뒤 비난 여론이 거셌던 데다 법무부의 판단까지 나온 만큼 당연한 수순이다. 성전환 수술 이후 군의 전역 결정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변 전 하사는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던 지난 3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눈앞에 맞닥뜨린 군의 경직된 조직 문화와 사회 일각의 따가운 시선이 그를 심리적 압박감과 절망감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유족들은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승계해 진행한 끝에 지난 7일 승소했다. 그들의 고통과 상처가 법원의 판결과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한다.
법무부는 행정소송상소자문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법원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리, 인간의 존엄성 존중에 관한 헌법 정신, 국민의 법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 포기를 권고했다고 한다. 앞서 대전지법은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미 신체적, 법적으로 명백히 여성이었던 변 전 하사에 대한 심신 장애 여부는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려 강제 전역시킨 것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부는 다만 이번 판결이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면서 이 문제는 "추후 관련 규정의 개정 검토,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적 공감대 등으로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랜스젠더 문제의 민감성과 복잡성에 군의 특수성까지 더해져 향후 논의 과정에서 여러 주장과 논리가 첨예하게 맞붙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변 전 하사와 같은 비극과 허망한 죽음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졌다. 우선 성전환자 등 군대 내의 사회적 소수자를 어떻게 처우할지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최적의 절충점을 찾은 뒤 이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장병들을 생각하면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감대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하면서도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문명국가의 격에 맞지 않는다. 변 전 하사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군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진 논리가 지배하는 듯하다. 항소 방침이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인식도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군의 특수성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하지만 군 역시 국가 공동체의 한 부분이다. 국가 방위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고 엄격한 명령 체계가 작동하는 곳이라도 사회와 동떨어진 외딴 섬이 돼서는 곤란하다. 특히 보편적 인권과 관련해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그 권리는 제한하거나 유보해서 안 된다. 군 수뇌부는 이번 사건을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아 우리 군을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자랑스러운 조직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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