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이런 국감 왜 하나?

2021. 10. 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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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누워 보겠습니다.'

2017년 10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장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서울구치소 내 과밀수용 실태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신문지 2장 반을 바닥에 깔고 드러누웠지요. 일반 수용자들의 1인당 가용면적 약 0.3평이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준 잘 준비된 퍼포먼스였습니다.

감사는 1972년 유신헌법으로 폐지됐다가 16년 만에 부활된 이래 이 땅의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국정감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에 골몰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외교 안보, 부동산 가계부채 교육 문제는 제대로 거론조차 못 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출석하는 경기도 국감이 중앙부처 국감을 압도하는 기이한 일도 벌어졌지요.

국정감사가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이유는 먼저 일부 국회의원이 현안에 대해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입니다.

더 큰 이유는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소신을 펼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눈치를 보며 행동대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의원 1인에게 주어진 질문 시간이 고작 7분, 보충질의 5분, 추가 3분에 불과하다 보니 시간에 쫓긴 국회의원들은 자기 질문에 답하는 피감기관장의 답변을 끊고 자기가 준비해온 말을 쏟아내기에 바빴습니다. 국정감사를 위해 공무원들이 몇 개월간 준비해 온 자료는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하죠.

아마 여야가 유일하게 의견일치를 보는 건, 기업인을 출석 시켜 망신 주는 게 다일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했다죠.

의원들도 알지 않을까요. 이런 국정감사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이런 국감을 유지하는 것, 그거야말로 배임이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런 국감 왜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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