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환자 항혈소판요법, 안정기 땐 약한 약 써야 더 효과

박효순 기자 2021. 10. 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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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톨릭대 성모병원 연구팀, 7년간 항혈소판제제 비교 임상연구
장기육 교수(왼쪽)가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스텐트 삽입술 받은 환자 대상 ‘티카그렐러·클로피도그렐’ 요법
1개월 뒤 ‘저강도’ 클로피도그렐 전환하니 출혈 위험 45% 줄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혈관(관상동맥) 내에 발생한 죽상동맥경화성 협착이 혈류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킬 정도가 되면 심장부위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협심증)을 유발한다. 죽상동맥경화성 협착에서 떨어져 나온 피떡(혈전)이 관상동맥 혈관을 완전히 막아버리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심근의 괴사가 진행되면서 사망까지 초래하는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이처럼 관상동맥에 일정 이상의 협착이 진행되면 약물치료로는 혈류 흐름의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스텐트’ 기기로 혈관 내 공간을 확보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 이후 혈액이 끈적거리지 않도록 항혈소판제 치료를 하게 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 장기육(순환기내과, 교신저자),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김찬준(제1저자),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박만원(제1저자) 연구팀이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혈소판제제 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급성기가 지난 후에는 저강도의 이중 항혈소판요법이 허혈(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음) 위험은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출혈 위험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심혈관계 사건(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등)과 출혈 위험을 45% 줄인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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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근경색 환자의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권위 학술지 랜싯(Lancet, 영향력 지수 79.3) 온라인판에 지난 9일자로 게재됐다. 지난 5월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 초청되어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심장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세포 증식이 일어나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동맥경화가 심해지면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힌다. 심장근육으로의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심장 주변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일어나고, 30분 이상 차단되면 심근 손상이 시작되고, 이 상태가 6~12시간 지속되면 해당 부위는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심근경색 치료는 증세가 나타난 후 6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

연구팀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을 비롯한 40개 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항혈소판제제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 비교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심혈관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 급성심근경색 환자 2697명을 대상으로 티카그렐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티카그렐러)을 1개월 사용 후 환자군을 2개 그룹으로 분류해,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1349명)으로 전환한 환자들과 티카그렐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티카그렐러, 1348명 대조군)을 1년 유지한 환자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티카그렐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을 심근경색 1개월 후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으로 전환한 환자들에서 심혈관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출혈성 사건이 45% 적게 발생했다. 이는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으로 전환해도 허혈성 사건의 증가는 없었고 출혈성 사건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팀은 혈소판 기능검사나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고 약제의 강도를 낮춰도 안전하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장기육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심근경색 후 안정된 시기에는 과거 시행되었던 임상연구에 근거한 강력한 항혈소판요법을 쓸 필요가 없고 상대적으로 약한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으로 충분할 뿐 아니라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튜브 형태의 구조물인 스텐트는 지름 2.25~4.0㎜, 길이 8~38㎜ 정도이며 펼쳐진(개방된) 모양의 구조는 코일형, 그물형, 천공형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시술은 손목의 요골동맥을 통해 한다. 현재는 3세대 약물방출 스텐트까지 출시된 상태이다. 스텐트 시술 후에는 항혈소판요법이 필요하며, 혈청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스타틴 약물을 복용해 혈청 내 콜레스테롤을 적어도 70㎎/dL 이하로 감소시키는 치료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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