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힌 동물의 간·처녑 등 먹으면 유충, 사람의 내장 뚫고 간·뇌 침범 [채종일의 기생충 X파일 ⑩]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2021. 10.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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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육류 섭취 시 주의해야 할 개회충
술안주로 나온 간(아래쪽)과 처녑.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세계 양성률보다 높은 편
안구염 등 보일 땐 치료 받아야
날 것보다 익혀 섭취해야 예방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서 사람 회충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동물의 회충, 예를 들어 개회충, 고양이회충, 고래회충, 바다표범회충, 물개회충 등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얼마 전 국내 한 대학병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호산구증가증을 보인 환자 81명에 대한 혈청을 분석한 결과 28명(34.6%)이 기생충(연충류)에 대한 항체 양성으로 나타났고, 그중에서도 특히 18명(22.2%)은 개회충(Toxocara canis)에 대해 항체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결과는 국내에 개회충 감염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뜻하며 다양한 연구는 물론, 적절한 예방대책 수립이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히 개회충에 감염된 사람들 중 많은 증례는 무증상으로 경과하고 일부만 임상증상을 나타낸다.

유충이 사람의 내장 조직을 뚫고 간, 폐, 뇌 등을 침범하면서 호산구증가증을 나타내지만 특별한 증상은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발열, 간 종대(간이 커지는 것), 기침, 신경학적 증상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안구 감염을 일으켜 망막에 육아종성 병변을 형성하고 시각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개회충의 우연숙주로서 충체가 성충으로 자라지 못한다. 따라서 충란은 검출할 수 없으며, 혈청 내 항체 검사로 진단한다. 특별한 경우 조직 검사를 할 수 있으나 유충 검출이 어려워 진단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치료는 증상이 없을 경우 거의 불필요하나 안구염, 신경염 등이 왔을 때는 알벤다졸을 1~4주 동안 사용한다.

사람의 개회충 감염은 아프리카 지역이 평균 37.7%로 가장 높고, 동남아시아가 34.1%, 서태평양 지역과 미주 지역이 22.8~24.2% 정도이다. 유럽과 지중해 지역이 8.2~10.5%로 가장 낮은 항체 양성률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평균 24.2% 정도로 전 세계 양성률(19% 내외)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인체 감염경로는, 유럽이나 미주의 경우에는 어린이들의 감염률이 어른보다 월등히 높다. 개의 분변이 섞여 있는 흙에서 놀거나, 심지어는 흙을 먹는 경우도 있고, 개와 자주 접촉하는 것이 중요한 감염경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어른의 감염률이 어린이들보다 월등히 높은데, 주요 감염경로가 육류, 특히 덜 익힌 동물의 간이나 처녑 등 내장을 섭취함으로써 감염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의 감염원 역할을 하는 개회충의 연장숙주로는 소, 돼지, 닭, 염소,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알려져 있으며 이들 동물의 간이나 내장에 개회충의 유충이 작은 주머니에 둘러싸인 채 들어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개회충 감염률이 높게 나타난다. 애주가일수록 육류 섭취를 많이 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회충의 유충은 높은 온도에는 속수무책으로 죽고 만다. 그러므로 간이나 처녑 등을 날로 먹는 것보다 익혀 먹는다면 개회충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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