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피해자에 국가 배상해야"..1심 재판부, 대법 판례 반기

최현만 기자 2021. 10.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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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1017일 동안 불법 구금됐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사실상 대법원 판례를 반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 재판부는 대법원이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체포·구금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판결의 법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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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권리구제 장애되는 것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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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1017일 동안 불법 구금됐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사실상 대법원 판례를 반박하는 판결을 내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시인 김명식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김씨에게 2억4367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김씨는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표현물을 제작·유포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구금돼 지난 1976년 6월4일 1심에서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김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후 2013년 4월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긴급조치 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김씨 사건의 재심이 청구됐고 재심 재판부는 2018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공소가 제기됐기 때문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김씨는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3억1223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다.

또 김씨는 불법 구금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지난 2020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입법부가 심각한 위헌성을 지닌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와 사법부가 입법된 바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긴급조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형식적인 법령을 준수해 행위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동시에 직무집행의 상대방에 대한 위법한 침해행위 내지 손해의 발생이라는 결과에 대해 용인 또는 묵인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공무원의 고의·과실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대법원이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체포·구금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판결의 법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3월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대법원의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 선언 이후 긴급조치 위반 재심 사건의 절대 다수가 무죄로 판단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의 논리가 도리어 권리구제의 장애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반박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국가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2015년 9월 긴급조치로 옥고를 치렀던 송모씨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송씨가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긴급조치 9호 발령 때문"이라며 "정부는 송씨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다시 해당 판결을 뒤집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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