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14년 대장동추진위 녹취록에도 등장하는 '그분'..남욱 "8%는 그분"
[경향신문]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4인방’의 이익 배분 논의 도중 등장해 논란이 된 ‘그분’이라는 표현이 2014년 남욱 변호사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3인칭 대명사가 아니라 익명성을 담은 표현으로 ‘지분율 8%’라는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그분 몫’이라는 취지로 언급됐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속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언급했다는 “배당금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과 연관성이 있는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지분 실소유주로 밝혀질지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4년 4월30일 대장동도시개발주민추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주민추진위 소속 원주민들에게 개발 사업 진행 현황을 설명하면서 지분 보유 비율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성남시 분당구 주민추진위 사무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남 변호사는 위탁받은 지분을 포함한 보유 비율이 얼마인지에 대한 추진위 측의 질문에 “(저는) 85%. 8%는 다른 데 갈 데가 있다. 그건 뭐 ‘그분’, ‘그분’은 언제든지…”라며 “실질적으로는 93%예요”라고 답했다. 회의 속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설명에 따르면 민간 위탁을 받게 되면 전체 지분 중 7%는 미래에셋, 8%는 ‘그분’, 85%는 남욱 변호사 측이 나눠갖는 구조였다. 모두 합하면 100%가 된다. “실질적으로 93%”라는 남 변호사의 말은 ‘그분 몫 8%’는 우호 지분으로 이미 확보돼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으로 설명된 7%는 도시개발사업의 재원조달을 위해 참여한 금융주관사 지분으로 파악된다.
‘그분 8%’라는 말이 나오자 회의 참석자 중 한명이 “그게 A씨냐”라고 물었고, 남 변호사는 “그건 뭐…”라며 말을 얼버무리며 대화 주제는 2달 뒤 있을 성남시장 선거로 옮겨갔다. 여기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A씨는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인척으로 초기에 대출금 1155억원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5개 계열 은행에서 끌어다 준 인물로 정 회계사가 이 사업에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화천대유가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사업 자금 457억원을 유치하는 물꼬를 튼 것도 A씨라는 증언이 있다.
A씨는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사건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고, 2015년 수원지검 수사에서 대출 수수료 1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1년 저축은행 수사 당시 그의 변호인은 나중에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는 박영수 전 특검이었고, 당시 수사 주임검사(대검 중수2과장)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초기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씨세븐의 이강길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주민추진위에서 내가 대표로 있는 것을 반대해) 2010년 11월 A씨에게 씨세븐 주식을 넘겼다. 사실 외형적으로만 대주주를 바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A씨가 남 변호사보다 1살 연하라는 점에서 ‘그분’으로 부르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개발사업 초창기에 막대한 자금을 끌어왔고 남 변호사와의 친분을 감안하면 남 변호사 측 85% 지분에 A씨 몫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남 변호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씨가 말한 ‘그분’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라고 진술한 것도 2014년 회의록 속 ‘그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 4월 회의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일시 퇴직하고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이 시장이) 재선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민감한 시기라 저희는 안 만나거든요”라며 “공사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이재명 시장이 되고, 유동규 본부장이 사장이 되면”이라고 말한다.
다만 ‘유동규’라는 실명이 전체 회의에서 7차례 등장하고, 남 변호사는 그를 “얍삽하다”고도 표현했는데, 뒤늦게 ‘그분’이라고 칭했을지는 미지수다.
‘그분’의 존재를 두고 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격하고 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가 수사범주에는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녹취록 속 ‘그분’과 관련해 “‘그분’이라는 표현이 한 군데 있지만,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4년 구체적인 지분율과 함께 등장한 ‘그분’이라는 표현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의 소유구조와 이익 배분 약정과 관련해 꼬여 있는 검찰 수사의 실타래를 풀어줄 단초가 될지도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남 변호사 측과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선희·이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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