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로 중환자 3000명 나올 수도, 위기 때 '서킷브레이커' 도입해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 시 중환자가 최소 3000명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세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상황이 악화하면 일시적으로 다시 방역 일부를 조이는 ‘서킷 브레이커’(일시중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유럽보다 피해 클 것, 점진적 완화해야”
2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본질은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유행 곡선을 평탄하게 해 최선의 곡선을 만드는 것”이라며 “최대 일 확진자 2만5000명, 재원 중환자 3000명 수준의 평균 시나리오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 국민 접종률이 80% 도달한다고 했을 때 국민에 필요한 면역 수준(81~84%)에서 백신 접종 효과로 얻을 64%를 빼고 남아있는 피해를 계산해보면 전 국민 15.2~18.8%가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해야 이 상황이 끝나고 더는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럽 국가의 항체 형성률은 (우리와) 3~10배 정도 차이 난다”며 “같은 접종률이라 해도 미래에 치러야 할 피해 크기가 훨씬 작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남아있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통하지 않고 방역을 완화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유행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세 단계 정도로, 최소한 5주 이상 위험도 평가를 거쳐 국민 불편이 크면서도 방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중환자, 사망자 증가율 ▶병상 예비율▶유행 규모를 바탕으로 3단계로 구분하고 11월 초 영업제한시간을 해제하고 운영제한 업종을 완화하는 식의 1단계로 시작해 내년 2월까지 2단계(대규모 행사 허용), 3단계(사적 모임 제한 해제)로 가자는 것이다.
“위기 때 방역 조이는 멈춤 필요”
정교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서킷 브레이커를 제안했다. 중환자 입원 병상 가동률이 급증하는 등의 위기 상황이 찾아올 때 4주 이내에서 접종 증명을 강화하거나 사적 모임 제한 등을 일시적으로 적용해 멈춰 가자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예상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환자 대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명률이 0.5% 수준일 때 0.5%에 해당하는 분들만 병원에 가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그 환자의 5배, 10배 이상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코로나19 환자의 퇴원기준을 완화했지만, 격리해제 기준은 맞췄는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나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를 못 뗀 분들의 경우 격리실에서 나와 또 중환자실로 간다”며 “환자 수가 여력 내에서 통제되지 않으면 감당이 어려워질 것이라 (확진자 수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도 “60세 사망자 비율이 10%대까지 안정화됐다가 최근 20%대로 올랐다. 대부분 요양병원, 주간 보호센터 등과 관련됐다”며 “고위험군 보호 관점에서 집중력을 발휘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배석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와 관련,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방역을 완화하면 상황이 악화할 것은 분명하고 이는 중환자, 사망자 피해가 좀 더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료체계가 얼마나 감당할지 해당 범위 내에서 일상회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신 패스 관련해서는 외국처럼 광범위하게 아니더라도, 2, 3개월 일시적으로 도입하면서 18세 이하 등 불가피한 사유의 미접종자에는 예외를 두겠다고도 밝혔다.
“재택치료 대면진료 보완돼야”
위드코로나의 핵심 요소가 될 재택치료와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승관 원장은 경기도에서 지난 3월부터 4812명을 재택치료해 4580명을 치료한 사실을 밝히며 “7.4%(337명) 정도만 병원에 입원했고, 나머지 환자는 재택치료로 안전, 편리하게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송 전후 사망은 한 건도 없었다”며 “이탈이 0.08% 정도 보고됐지만, 연관돼서 유행이 확산한 사례는 없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재택치료가 안전하게 정착하려면 대면 진료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단기진료센터 같은게 전국적으로 만들어지는 등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단 얘기다. 임 원장은 “이런 서비스를 116명이 이용했고 19명만 전담병원에 입원했다”며“대면 진료가 보완되면 건강권, 의료자원 효율화가 가능해 정부도, 국민도 돕는 일”이라고 했다.
전날(20일) 60대가 재택치료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한 것 관련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은 “일주일 전 호흡곤란이 있었는데 연세가 있어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보니 무증상으로 분류됐다”며 “이송이 늦어진 게 아니라 진단이 늦어진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의료진이 반드시 하루 두 번씩 산소포화도, 체온 체크를 해서 위급 상황 시 바로 이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구급차가 재택치료자를 전부 이송할 수 없으니 초반부터 (환자) 분류를 잘해야한다”라고도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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